[사자경제] 우한폐렴 덮친 코스피와 ‘망양보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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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우한폐렴 덮친 코스피와 ‘망양보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28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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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맨왼쪽)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한 폐렴 관련 안내문을 여행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맨왼쪽)이 지난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한 폐렴 관련 안내문을 여행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見兎而顧犬) 늦지 않고(未爲晩也),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亡羊而補牢) 늦지 않다(未爲遲也)라고 하였습니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대신 ‘장신’이 망명 처지인 경양왕에게 조언합니다. 진나라가 침공해온 뒤 비책을 세워도 늦지 않다고 말입니다. 불과 다섯달 전 경양왕이 ‘방탕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하라’는 장신을 조나라로 쫓아낸 뒤 다시 부른 것입니다.

‘망양보뢰(亡羊補牢)’.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네 글자입니다. 유래에서 보듯 원래는 긍정적인 의미였으나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0시 현재 전국 30개 성에서 우한 폐렴 관련 사망자는 106명, 확진자는 4515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네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설 연휴를 끝낸 주식시장도 그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았습니다. 28일 코스피는 3%대 급락하며 218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도 3%대 하락 마감했습니다. 이날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마스크, 백신 등의 업종이 수혜 기대감에 급등했지만 중국 관련 소비주인 면세·화장품·여행업종 등은 약세 흐름을 보였습니다.

1월 28일 코스피 지수.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1월 28일 코스피 지수.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보고서에서 “이번주 후반부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과 글로벌 경제의 타격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3년 사스가 발병할 당시를 사례로 들며 확진자 급증→인적이동 감소→교역 감소→자금이동 감소 순으로 반응할 것으로 내다보며 “인적·물적 교류가 없는 소프트웨어, 미디어, 바이오, 통신, 유틸리티 등 주식은 긍정적인 반면 인적·물적 교류를 필요로 하는 여행레저나 반도체, 소재, 산업재 등 중간재 등은 불리하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화완화정책 기대감으로 금융은 부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메르스와 사스도 지금 우한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었습니다. 2002년 발생한 사스로 세계에서 775명(WHO 집계, 한국 0명)이 숨졌고, 치사율이 40%였던 메르스로는 2012~2015년 528명(ECDC 집계, 한국 38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두 감염증의 경제적 손실 규모도 막대했습니다. 사스로 인해 아시아에서 300억달러(우리 돈 35조3040억원), 메르스 사태로는 국내에서만 관광산업 등 모두 2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원지 우한은 후베이성의 성도입니다. 후베이는 앞서 언급한 초나라의 중심이었습니다. ‘왕관’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속도가 초나라 패왕 항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만한 힘과 기운)’에 비견됩니다.

‘망양보뢰’의 본디 뜻처럼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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