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인보사, 우한폐렴과 ‘낙인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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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인보사, 우한폐렴과 ‘낙인효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30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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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능후 장관(맨왼쪽) 주재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능후 장관(맨왼쪽) 주재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보건복지부

“품목허가 취소 명령 효력이 발생한다면 낙인효과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될 것입니다.”

지난해 7월말 ‘인보사’ 허가취소처분 집행정지 소송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쪽 변호인단이 한 말입니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시판 허가 당시 주성분 중 하나가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세포와 다르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지난해 3월 31일 유통 및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세포는 신장세포로 확인됐으며, 특히 이 신장세포는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후 식약처는 추가 조사를 거쳐 지난해 5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습니다.

‘낙인효과(烙印效果)’.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론.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경우 그 기업이 추후 어떤 발표를 해도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사용됩니다. ‘스티그마(stigma·오명) 효과’라고도 부릅니다.

인보사 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케이주.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사흘 전(27일)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니 참고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공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공지를 두고 언론의 표현을 제한한다는 비판도 나왔고, 청와대가 ‘강제’한 게 아니라 그저 ‘권유’한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우한폐렴’처럼 ‘지역명+질환이름’으로 사용한 사례를 찾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뿌리가 같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경우입니다. 메르스(MERS)를 풀어 쓰면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즉 중동 호흡기 증후군입니다. ‘중동’은 이슬람 국가들이 모인 아시아 남서부 및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을 가리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5년부터 ‘낙인효과’를 우려해 질환이름에 지역을 넣는 것을 피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는 이 권고 이전에 발생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누리꾼들은 지금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이전 보도 출처까지 밝히며 반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종플루는 북미에서 시작됐다는데... ‘북미 독감’이라고 언론들은 왜 보도 안해? [국내] <신종플루 1주년> 확진환자 75만명 발생 출처 : 연합뉴스 2010.04.23, 신종플루 ‘대유행’ 선언…경보 최고단계 격상(종합) 출처 : 노컷뉴스 2009.06.12. 신종플루는 북미에서 시작해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대양주, 북아프리카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산됐으며”.

해외 언론에서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외신에서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외신에서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하던데?”.

발병원인을 언급하며 동물보호까지 언급합니다.
“근데 원인은 결국 박쥐탕 같은 굳이 안 먹어도 되는 동물들 먹고 나서 생긴 병이잖음. 그냥 신종 코로나라고 하면 의학계만 알겠지. 거긴 번호 붙여두고 외우지만 일반인들은 아님. 그냥 우한폐렴으로 기억하면 나중에는 절대 박쥐탕 같은 건 안 먹겠지. 발생지 이름을 붙이면 낙인때문에 좀 그렇다 할지라도 발생지 이름이 붙어있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더 편하지 않나 싶음”.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한편 여론조사에서는 ‘우한폐렴’이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았습니다.

리얼미터가 오늘(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쓰라는 WHO 권고에 대해 ‘적절한 권고’라는 평가가 52.5%로 나타났습니다. ‘적절하지 않은 권고’라는 응답은 31.8%로 긍정 평가보다 20.7%p 낮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9일 실시해 전국 18세이상 성인 501명이 참여했으며 응답률 4.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입니다.

‘우한폐렴 vs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글자 수의 많고 적음만 있을 뿐 그 위험성과 심각성은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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