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강남불패’가 ‘1패’ 하는 날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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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강남불패’가 ‘1패’ 하는 날은 올까요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29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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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을 공동 발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을 공동 발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적군을 알고 아군을 알면(知彼知己者) 백번 싸워도 위태하지 않다(百戰不殆).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을 알면(不知彼而知己)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진다(一勝一負).
적군을 알지 못하고 아군도 알지 못하면(不知彼不知己)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每戰必殆).

중국 춘추전국시대 ‘싸움의 기술’을 가르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정확하게는 모두 13편으로 구성된 병법서 3편에 나오는 ‘싸우지 않고 전략으로 이기는 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흔히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원문은 ‘백전불태’입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집값과의 전쟁, 그동안 결과는 ‘강남불패’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16일 또 한차례 십자포화를 맞은 강남 전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난 23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0.01% 상승에서 -0.02%로 떨어졌고, 서초구(보합→-0.01%), 송파구(0.01→-0.01%) 등도 내림세로 돌아섰습니다. 강남구는 33주, 송파구는 32주, 서초구는 31주 만에 각각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오늘(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도 지원군으로 가세했습니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가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4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이 조사에서 1년 뒤의 집값 변동 예상을 나타내는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전월보다 9포인트 떨어진 116을 기록했습니다. 이 CSI가 100보다 큰 경우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응답한 가구가 떨어질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아직은 집값 상승에 대한 여론이 우세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주택가격전망 CSI는 지난해 3월 83까지 떨어졌다가 연말까지 9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25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다 12·16 대책 이후 부동산 거래에 찬바람이 불면서 지난 2018년 11월(13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입니다.

서울아파트 시세변동 추이. /자료=부동산114
서울아파트 시세변동 추이. /자료=부동산114
물가·주택가격·임금 전망 CSI. /자료=한국은행
물가·주택가격·임금 전망 CSI. /자료=한국은행

그러나 이러한 수치와는 다른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백화점이 운영하는 문화센터들이 3월 봄학기를 맞아 부동산 전문 강좌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보다 점포당 평균 20% 이상 늘렸다고 합니다. 강좌도 시장 전망에서 벗어나 분양가 상한제, 건물매입 사례분석 등 세분화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도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기는 뜨겁습니다. 대표적인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부동산 스터디’ 회원 수는 2017년 상반기 20만명 대에서 이달 29일 현재 92만9911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체감지수와 다르다며 투기세력을 향한 더욱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추가 대책 빨리 발표해주세요. 오른 거 대비 하락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네요” “왜 내가 모니터링하는 아파트들은 움직임이 없거나 오히려 오르는 걸까” “고가 아파트는 몰라도 수도권 서민들 아파트가 비이성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알긴 하는지... 외부인들이 중저가 아파트 쇼핑하고 있는데...” “개나 소나 집값 오를 거라 생각하고 내집마련 씨부리는데 집값이 안 오르고 배기냐? 공급을 늘려? 땅은 있고? 집값이 잘 안 올라 봐라 누가 집산다고 대출 받냐? 내집마련 염병하는 것들도 똑같은 투기세력이다”.

집 없는 서민들에게 ‘백전백승이 아니라 백전불태가 맞다’라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집값전쟁에서 승승장구하는 ‘강남불패’가 ‘1패’를 하는 날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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