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장난치는 호가대로 보유세를 물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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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장난치는 호가대로 보유세를 물려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1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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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부처 시무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일 부처 시무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세 사람이 똑같이 말한다면 믿을 것이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이 태자와 함께 볼모로 떠나는 신하 방총의 물음에 내놓은 답입니다. 방총은 떠나기 며칠 전 걱정스럽게 묻습니다. “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믿으시겠나이까?.” 한두 사람이 이야기하면 절대 믿지 않겠다던 혜왕도 세 사람째 물음에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전하,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 사실이옵니다.”

충신 방총은 이렇게 말하며 “신이 떠난 뒤 신을 헐뜯는 자가 세 사람만은 아닐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그들의 헛된 말을 귀담아 듣지 마시옵소서”라고 떠납니다. 수년 뒤 볼모에서 풀려난 태자는 귀국합니다. 신신당부하고 떠난 방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끝내 위나라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 및 강남4구 집값 변동률. /자료=국토교통부
서울 및 강남4구 집값 변동률. /자료=국토교통부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짜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하면 곧이듣게 된다는 뜻입니다.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딱 한달이 지났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일부 지역에선 호가가 오히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마다 집값 담합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는 특정 가격 아래로는 팔지 말자면서 주민들을 단속하고, 공인중개업소들에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84㎡가 6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한달 만에 호가를 최고 8억5000만원까지 올렸습니다.

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는 ‘과거에 내놓은 7억5000만원 이하 매물은 회수하라’는 글이 붙고 ‘주의 경보’라는 제목의 공지문엔 7억5000만원이라는 금액이 ‘적정가격’이라고 제시돼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다른 아파트는 적정 가격에 집을 내놓지 않으면 5000만원을 손해 본다는 현수막과 함께 ‘니네 집이어도 그렇게 팔겠냐’는 현수막을 내걸고 주변 부동산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실제 사례와 함께 투기꾼이나 다름없다며 담합행위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원 이목동 h아파트 주민들 회의하자고 부르더니 1~2주후 1억5천씩 올렸더군요.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도움을 주는 부동산 이용하자고. 팍~ 신고할까 봐요. 국토부 신고가 맞는지?” “이런 부동산 담합하는 넘들이 바로 투기꾼이나 다름없다. 정부가 부동산 잡겠다고 하는 일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엄하게 다스려야. 집 없는 청년들이 불쌍하지도 않나?” “자기 집 비싸게 파는 거는 상관없지만 남의 집까지도 싸게 못 팔게 하고 담합하는 건 불법이지” “이런 XX들을 잡아다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 자금출처 다 밝혀내고 부정한 일 저질렀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주자. 투기세력 확실하게 잡자!!” “담합에 의한 시세교란행위 형사 처벌되는데? 간도 커. 본보기로 콩밥 먹여라”.

대통령 신년회견 부동산대책 평가. /자료=리얼미터
대통령 신년회견 부동산대책 평가. /자료=리얼미터

아울러 보유세 중과와 함께 규제를 더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지금 대책도 너무 약합니다. 서울 경기에서는 9억 이하, 이상 가리지 말고 대출비율을 20% 이내로 줄여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 경기 2주택 보유자는 양도세 100% 부과, 보유세 중과로 보유 물량을 쏟아내게 해야 합니다” “2주택 이상 보유세 대폭인상이 답” “저것들이 장난치는 호가대로 보유세를 물려야” “부동산 수수료 건당 20~50으로 줄이면 된다. 한 채 거래하고 서민 월급 처먹는 직업이라고 동네에 바글바글. 5년 유예기간 두고 없애고... 일반 등기 이전 업무는 동사무소에서 해줘라. 사고 나도 책임지는 부동산 있냐?”.

한편 오늘(16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틀 전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확고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에 대해 ‘적절하다’는 긍정평가가 49.1%로 부정평가를 7.2%p 앞섰습니다.(리얼미터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2명 15일 조사, 무선+유선 임의전화걸기 응답률 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가롱성진(假弄成眞)’. 거짓·농담이나 장난으로 한 말과 일이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것을 뜻하는 네 글자로 ‘삼인성호’와 같이 쓰입니다. 앞에서 옮겨온 한 누리꾼의 댓글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장난치는 호가대로 보유세를 물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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