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기생충’ 기택의 반지하와 “불평등 공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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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기생충’ 기택의 반지하와 “불평등 공시지가”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13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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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러시아 한카 호수. /지도=구글맵
러시아 한카 호수. /지도=구글맵

“반지하 집이 4000여년 전부터 있었다고?”

중국과 이웃하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 한카(Ханка) 호수 근처의 언덕 정상에는 아주 독특한 형태의 집터 5개가 있습니다. 집자리 1호는 바위산의 자연경사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는데, 경사가 진 아랫부분은 벽선 주변을 따라서 원형으로 돌멩이를 쌓았습니다.

돌멩이로 쌓은 울타리 안쪽 지름은 530∼580㎝, 전체는 700㎝에 이릅니다. 여기에 땅을 파고 움을 만들었는데 깊이는 70∼80㎝이며 동쪽으로 갈수록 40㎝까지 얕아집니다. 이 집터가 바로 인류가 만든 ‘반지하 집’이 자리했던 곳입니다.

1957년 발견돼 다음해부터 발굴된 이 집터는 ‘하린 집자리 유적’으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발굴을 맡은 오끌라드니꼬프는 기원전 2000년대 말로 조성 연대를 추정하며 연해주에도 청동기시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그 옛날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우리 조상들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이었습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반지하’(banjiha).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자,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공간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전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10일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반지하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BBC는 특히 반지하가 남북 갈등의 역사에서 비롯된 주택 형식이라고 소개했습니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 등 남북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1970년 건축법을 개정해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택난 속에서 1984년 주택법을 또 개정, 합법화된 반지하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입니다.

전국 공시지가 상위 10개 필지.(2020년 1월 1일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전국 공시지가 상위 10개 필지.(2020년 1월 1일 기준) /자료=국토교통부

‘공시지가(公示地價)’.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사·평가하여 공시한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 각종 토지 관련 세금의 부과 기준으로, 1989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제(12일) 국토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50만 필지에 대한 공시지가를 산정한 결과, 평균 6.33%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은 65.5%이며, 지난해보다 0.7%포인트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경실련 자체) 조사보다 2배 이상 높은 결과라 신뢰할 수 없다”며 ‘불평등 공시지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경실련은 지난해 거래된 고가 빌딩의 올해 시세반영률이 40.7%이고, 서울시 자치구별 25개 표준지 아파트의 현실화율은 33%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정부의 현실화율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누리집에 논평을 내고 “이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불평등 공시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검찰은 경실련이 고발한 공시가격 조작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즉각 착수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가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단위:천원, ㎡) /출처=경실련
고가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단위:천원, ㎡) /출처=경실련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현실화’하지 않는 이유와 함께 보유세 중과까지 제안합니다.

“공시지가 말만 하지 말고 현실에 맞게 올려라. 현 거래가 비해 공시지가 50%도 안 된다. 못 올리는 이유가 대체 뭐냐” “제발 시가의 1% 이상 보유세를 매기고, 그 세금은 국민들의 주택 보유를 위해 돈을 쓰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다주택자에 대한 강한 보유세 중과를 하길 바랍니다. 안 그럼 절대 절대 부동산은 안 잡힙니다. 너도 나도 집 가지려고 하고 가계부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불평 불만러들아, 보유세가 부담되면 집을 팔고 분수에 맞는 집으로 다시 매매하면 되잖아! 땅값 오르는 건 환영이고 그에 걸맞은 세금 내는 건 싫고 이게 무슨 도둑놈 심보야” “3주택이상 보유세 대폭 강화하고 고가주택 종부세도 강화해라”.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을 공동 발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영등포 쪽방촌 정비방안’을 공동 발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김종훈 의원이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2015년 기준)에 따르면 반지하 또는 지하에 거주하는 가구는 36만3896가구로 전국 1911만가구의 1.9%입니다. 조사 당시 가구당 가구원이 2.5명인 점을 고려하면 반지하 또는 지하에 거주하는 인구는 90만명을 넘습니다. 이들은 특히 서울 22만8467가구, 경기 9만9291가구, 인천 2만1024가구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극중 이름과 같은 낱말 ‘기택(起宅)’. 사전적 의미로 저택(규모가 아주 큰 집)을 짓는다는 명사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저택은 아니더라도 반지하가 아닌 곳에 보금자리를 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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