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9개월만에 꺾인 서울 집값과 ‘고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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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9개월만에 꺾인 서울 집값과 ‘고공병’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03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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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알려진 '충정아파트'. 1930년 일본인이 짓고 호텔 등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알려진 '충정아파트'. 1930년 일본인이 짓고 호텔 등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자면 고공병에 걸린다.”

1957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옆 언덕. 네모 형상의 건축물 3개동이 우뚝 섭니다. 해방 이후 최초로 우리 손으로 지은 ‘종암아파트’입니다. 여기에 수세식 화장실까지 들여놓자 당시 낙성식에 참관한 대통령도 칭찬합니다. ‘아파트먼트 하우스’로 소개된 건축물은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정작 분양에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락전환’. 오르던 값이나 등급 따위가 떨어지는 방향이나 상태로 바뀐다는 네 글자입니다. 아래를 보지 않던 서울 아파트값이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습니다. 한국감정원이 어제(2일) 발표한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02% 떨어졌습니다. 한국감정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6월 셋째주 0.01% 내린 이후 41주, 약 9개월여 만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출 중단, 자금출처 증빙 강화, 공시가격 상향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강남권뿐만 아니라 강북지역에서도 하락세가 나타났습니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감정원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감정원

지난 1월부터 하락 전환했던 강남·서초·송파구는 하락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강동구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구도 최근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멈추고 일제히 하락 전환했습니다.

앞으로 서울 아파트값 전망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보면 하락 예측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고, 2009년 신종플루가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쏟아지는 시기와 맞물려 상승세를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이때를 분기점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에 달했던 서울 집값 상승률은 2009년 2.7%로 축소된 데 이어 2010년 하락 전환(-1.2%)했습니다. 2008년 3월 평균 10억2000만원이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7㎡) 거래가격은 12월에 7억원으로, 아홉달 새 3억원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총선을 앞두고 종합부동산세 개정 가능성에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마포의 아파트 단지.
마포의 아파트 단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비정상적 집값 상승에 하락은 당연하다며 더 내려야 한다는 반응입니다.

“비정상적으로 올랐으니 내리는 건 당연” “우리동네 1억 이하로 싸게 내놓아도 3개월째 문의 없다” “5억 오르고 5천 내리면. 부동산 내린다고 호들갑이네 항상 이래. 결국엔 투기꾼만 돈 벌겠다” “경기도 수원도 신규 분양가가 1800여만원 거의 평당 2000만원 정도 한다는 얘긴데... 이 지역 기존 신규 아파트들도 2~3억 이상 오른 상황이다. 서민이 볼 땐 집값 내렸다는 소리는 호들갑으로 밖에 못 느낌. 몇년 동안 치솟은... 절반으로 내려간다 해도 그림의 떡. 집 걱정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평생 영구 임대주택이나 공급해주면... 맥 풀리네”.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정상화 단계라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아파트가 이제는 부자들의 부의 축적 수단이 아니고, 투자목적에 맞지 않아서 1인1주택으로 정상화되는 현상일 뿐이다”.

‘종부세 인하’라는 총선용 선심공세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아직 내리지 않고 있는데, 가진 자들이 먼저 선수를 쳐서 떨어지는 부동산 막아보려고, 안간힘 쏟고 있는데... 부동산 폭등해도 괜찮은데, 보유세는 빨리 실거래가 부과해야 한다... 지금 부동산 세율이 너무 낮다.. 9억이상 고가 아파트 및 주택은 세금을 현재의 50%이상을 올려야 한다.... 보유세, 종부세 팍팍 올려주세요” “언론에서 집값 내렸다고 징징대면서 주택법 완화하라고 압력 주고 있네. 제대로 시행도 안했는데... 어휴 투기꾼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전남 장성군의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을 방문해 시설을 들러보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일 전남 장성군의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을 방문해 시설을 들러보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각 정당의 부동산 관련 공약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규제완화와 증세저지를 강조합니다. 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 원상회복 등 현 정부에서 강화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민생당은 주택이 많을수록 더 내는 종부세 누진제를 개편하고, 시장과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대출 수준을 정하게 하자고 합니다. 정의당은 종부세 인상(1주택은 0.3∼1.0%포인트, 다주택은 1.1%∼3.5%포인트 인상) 및 다주택 중과세를 약속합니다. 부동산 실거래가 반영률 100% 단계적 상향조정, 고위공직자의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를 금지하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공약집에 세제 개편과 관련한 공약을 부각하지 않았지만 강남 4구·용산·목동·분당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MBC 방송화면 갈무리.

올해 첫날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가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대해 ‘1주택자라도 감면해줘선 안 된다’는 응답이 56%, ‘1주택자에게는 감면해줘야 한다’는 응답 41%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습니다.(2019년 12월 29~30일, 전국 만19세 이상 1007명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 RDD, 응답률 9.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고공병’에 외면 받았던 아파트값이 이제 서민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방송에서 인기를 끈 한 건축가는 우리나라 건축물이 덜 발달한 이유로 ‘온돌문화’를 꼽았습니다. 난방방식 때문에 고층 전통 건축물이 드물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집 걱정 없던 ‘온돌방’ 시대로 돌아갈 순 없을까요.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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