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대문 닫은 ‘청약홈’, 내집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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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대문 닫은 ‘청약홈’, 내집은 어디에?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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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영리한 토끼는 훗날 위험에 대비해 세개의 굴을 파 놓는다(狡兎三窟·교토삼굴)고 합니다. 이것은 맹상군을 위해 제(풍훤)가 준비한 첫번째 굴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두개의 굴을 더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중국 전국시대 사군자(제·조·위·초나라에서 추앙받는 4인) 중 한명인 제나라의 맹상군은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식객으로 맞이했습니다.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들었던 ‘풍훤’이란 사람도 맹상군의 특별한 배려로 식객이 됩니다.

어느 날 왕에게 직위를 파면당한 맹상군은 풍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첫번째 굴(설읍·지금의 산둥성 등현)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이를 갈고 속을 썩이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몹시 애씀)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풍훤의 두번째, 세번째 토끼굴을 지나며 맹상군은 재상으로 화려한 컴백을 합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개 만든다는 네 글자로 앞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 놓으면 뜻하지 않은 불행에 대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18년 만에 새로운 아파트 청약시스템인 ‘청약홈’을 어제(3일) 오픈하였습니다. 그러나 1년반 이상을 준비한 사이트임에도 방문자가 많아 첫날부터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청약업무를 새로 맡은 한국감정원이 “7만명이 동시에 접속해도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지만 접속 불가 상황은 계속됐고 다음날인 4일에서야 정상 가동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청약업무가 진행되는 경우, 더 많은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제 청약에서 당첨자와 낙첨자가 바뀌거나 1순위자가 청약을 못하게 되는 등 ‘청약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실제 청약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신속하고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접속지연 사과문.
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접속지연 사과문.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시스템 불안 우려와 함께 청약제도 자체의 불만도 표출하고 있습니다.

“청약도 아니고 단지 오픈한 건데 다운되다니. 로또청약 만들어놓고 시스템도 문제고” “청약제도는 무주택자, 유주택자 나눠서 추첨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제도다. 가점이니 특공이니 상대적 차별만 양산하고 있음” “이걸 왜 한국감정원에서 하는지도 의문이네요. 청약에 관한 전문가들이어서 이걸 맡긴 걸로 보긴 좀 무리가 많은데요. 지금껏 잘 유지해오던걸 굳이 바꿔서 문제를 만드네요”.

통계청 발표 ‘2018년 주택소유통계 세부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1997만9000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23만4000가구(56.2%)입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3.8%는 무주택이라는 의미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49.1%), 대전(54.0%), 세종(54.2%)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청약제도는 지난 40년 동안 ‘누더기’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복잡해졌고, 청약자들의 불만도 많았습니다. 이를 통합하고 간편하게 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더 충실한 ‘교토삼굴’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4절기의 시작이자 봄을 알리는 입춘, 곳곳에서 눈이 오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의 시장에 온풍이 불어 집 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가 늘기를 바랍니다.

/그래픽=국토교통부 SNS
/그래픽=국토교통부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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