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영화 ‘기생충’ 만들었더니 적자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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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영화 ‘기생충’ 만들었더니 적자행진?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11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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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기생충’ 촬영현장의 봉준호 감독(맨오른쪽).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촬영현장의 봉준호 감독(맨오른쪽).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전 세계를 즐겁게 한다. 이보다 더 훌륭한 일이 있을까.” -루이 뤼미에르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큰길 옆 지하 카페에서 잇따라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커다란 증기 기관차가 스크린 가득 달려오자 이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이었습니다. 이날은 역사적인 최초의 영화 상영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30대 초반의 오귀스트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는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에디슨 영사기’를 보고 영화 실험을 합니다. 둘은 곧 카메라도 되고 인화와 영사기가 되는 ‘시네마토그래프’의 특허를 냅니다. 그리고 이들은 ‘시네마’라고 이름 붙인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합니다.

어제(10일) 봉준호 감독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4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 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거머쥐며 이번 아카데미 최다 수상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지만 정작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는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바른손의 관계사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48억14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183억8900만원으로 2년째 적자, 매출액은 49% 감소한 153억1600만원에 그쳤습니다.

바른손이앤에이는 ‘기생충’ 제작이 완료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기생충’ 제작비용이 매출로 잡히면서 2018년 반짝 실적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관련 매출이 빠지면서 적자로 돌아섰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기생충 상영 매출이 바른손에 영향을 주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바른손이앤에이에 따르면 기생충 상영 매출은 순수익의 40%선입니다. 지난해 국내 상영수익이 일부 책정됐으나 해외판권 등에 대한 수익은 올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바른손이앤에이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바른손이앤에이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흑자전환’ 등 응원 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제작사에게도 앞으로 매출까지 오르길 기대합니다. 정말 멋진 영화입니다” “이정도 흥행이면 복구될 듯” “기생충까지 망했으면 진짜 망할 뻔했네. 기생충에 감사하세요” “이제부터 벌면 되지”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흑자전환하겠네 뭘” “1분기부터 기생충 영화수익 반영된단다. 흑자전환은 말할 것도 없고 수익창출 계속 나온다. 글로벌 판권 계약할 때마다, 차기후속작 발표할 때마다... 흑자전환이 기다리고 있다고”.

‘흑자전환(黑字轉換).’ 경제 재정 상태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섬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바른손이앤에이의 흑자전환이 언제일지 궁금해집니다.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11일 오후 12시10분 현재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전일보다 6.71% 상승한 2545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최초로 영화를 상영한 지 이틀 뒤인 1895년 12월 30일(조선 고종 32년). 김홍집 내각은 성년 남성의 상투를 자르고 서양식 머리모양으로 바꾸라는 단발령을 내립니다. 그로부터 124년이 조금 더 지난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 서양식 머리모양의 동양인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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