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목숨값과 ‘신종 코로나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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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목숨값과 ‘신종 코로나 보험금’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03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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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선우후락’처럼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즐거움은 꼭 찾아온다.(2006년 1월 11일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새로운 위기와 기회의 분수령에 서 있는 손보업계는 ‘선우후락’의 각오 다져야 할 때.(2006년 12월 29일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

“다가올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선우후락’의 자세로 누구보다 먼저 근심하고 살펴야.(2016년 6월 1일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선우후락(先憂後樂).’ 보험업계 인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입니다. 걱정할 일은 남보다 먼저 걱정하고 즐길 일은 남보다 나중에 즐긴다는 네 글자로 중국 북송시대 유명한 재상 ‘범중엄’이 쓴 악양루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어느 날 청년 범중엄이 절에서 먹고 자면서 밤낮 없이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1년 내내 죽만 먹고 힘들게 공부하는 청년을 안타까이 여긴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줬습니다. 그러나 범중엄은 입에 대지도 않고 감사 인사와 함께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죽을 먹고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나중에 고생을 견디지 못할까 걱정이 될 뿐이옵니다.”

/자료=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
/자료=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대 수백만원이 필요한 진단·진료비에 대한 보험 보장 문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손보사 콜센터에는 신종 코로나 발생 전보다 2배 이상 많은 문의 전화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보험사들은 신종 코로나 특화상품을 따로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만약 감염됐을 경우 일반 질병보다는 보험금을 더 많이 수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올해부터 ‘1급 감염병’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1급 감염병은 재해로 분류돼 일반 질병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를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관리 중입니다. 감염병 중 가장 심각한 ‘1급’은 생물테러 감염병이거나 치명률이 높고 집단 발생 우려가 크며 음압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입니다. 에볼라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1급 감염병에 걸렸다면 받는 보험금은 ‘재해보험금’이 됩니다. 현재 신종 코로나 특화 보험은 없지만 입원비나 사망보험금을 주는 일반 건강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사망하면 일반 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받게 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목숨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보험금보다 걸리면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데... 안 걸리는 게 더 낫지” “보험금 받으면 뭐하냐;; 폐가 망가져서 재생 불가능인데” “또 돈으로?” “퍽도 좋네. 보험금 더 받아서” “돈 많이 받으니 안심하라고?” “폐에 영구 손상 올 건데 보험금 받음 뭐해” “중국 사람들 야생동물 먹지 말아야” “에유 차라리 안 걸리는 게 낫죠”.

/자료=질병관리본부
/자료=질병관리본부

독일 통신사 dpa는 오늘(3일) 이탈리아 국립전염병연구소의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했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바이러스가 확보되면 진단 기법과 백신 개발, 바이러스 독성 규명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또 온라인상에서는 국내 확진자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른바 ‘코로나 맵’이 손 빠르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 인류의 불청객을 쫓아내기 위한 ‘선우후락’의 노력들이 힘겹습니다. 오늘의 힘겨움이 내일의 즐거움으로 바꾸는 보험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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