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흙수저 ‘장삼이사’와 금수저 ‘훙싼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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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흙수저 ‘장삼이사’와 금수저 ‘훙싼다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21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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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자금성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사진을 찍은 여성들이 중국인들로부터 커다란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 출처=가오루 웨이보
자금성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사진을 찍은 여성들이 중국인들로부터 커다란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 출처=가오루 웨이보

‘우리 목숨을 주무르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장삼이사(張三李四), 그놈이 그놈이다. 자기만 별난 줄 알면 못난이 사촌이다.…(중략)… 나는 영웅이 싫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내 이름도 물리고 싶다. 수억 마리 사람 중의 이름 없는 한 마리면 된다.’

소설 <광장>에서 작가 최인훈이 캘커타로 떠나는 주인공 이명준을 통해 소리 없이 말합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딸, 즉 평범한 보통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김씨(전 국민의 21.5%, 2015년 인구통계)와 이씨(14.7%)가 가장 많지만 옛날 중국에서는 장씨와 이씨가 가장 흔해 만들어진 표현이라고 합니다.

지금 중국의 장삼이사들이 ‘자금성 벤츠녀’로 들끓고 있습니다. 가오루라는 이름의 여성이 자금성 안으로 벤츠를 몰고 들어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버젓이 사진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오바마, 트럼프 등 외국 귀빈들의 차량도 진입이 금지된 세계 문화유산입니다.

대륙의 누리꾼 수사대는 이 여성이 대학원생 시절 시험문제 유출까지 밝혀내며 중국 여유국(관광국) 전직 국장의 며느리이자 혁명 원로의 손자며느리라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에 중국인들은 혁명 원로 2세인 ‘훙얼다이(紅二代)’에 이어 그 자녀, 사위, 며느리인 ‘훙싼다이(紅三代)’의 특권의식과 위법행위에 격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연도별 지니계수. /자료=국가통계국
중국의 연도별 지니계수. /자료=국가통계국

지금 중국의 빈부 격차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67로 0.5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소득분배 불평등의 잣대로 쓰이는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마치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인 양 너도나도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빽이 없었으면 처벌당했을 거고 빽이 있으면 무마하겠지” “저럴까봐 우리나라 협객들은 거지같이 살고 친일파들만 득세해서 살고 있죠” “이게 진짜 중국 현실. 특권층은 모든 것을 누리고 가지고 산다” “돈은 많지만 개념은 그만큼 없구만” “특권과 빈칙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우리나라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땅콩회항에 비하면 양반인데” “대한민국 특권층들은 언행을 바르게 해야 할 듯” “한국에는 더한 사람도 있는데 뭘” “우리한테 바이러스 공포나 미세먼지 민폐나 끼치지 말길”.

지난달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0.345로, 전년보다 0.009 낮아졌습니다.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15년 0.352까지 감소했다가 2016년 0.355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이어 2017년 다시 0.354로 낮아지며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우리나라 지니계수가 0과 더욱 친해져 장삼이사들이 이렇게 외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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