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한진가 조씨 남매와 ‘자두연기(煮豆燃萁)’
상태바
[사자경제] 한진가 조씨 남매와 ‘자두연기(煮豆燃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23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삼국지로 유명한 조조의 아들 중 첫째 ‘비’와 셋째 ‘식’은 어려서부터 마음이 맞지 않아 늘 다투었습니다. 조조는 맏아들인 조비보다 조식에게 더 깊은 애정을 주었습니다. 조식은 글재주마저 뛰어나 조비의 증오심도 깊어갔습니다.

조비는 조조가 죽은 뒤 스스로 황제에 올라 ‘문제(文帝)’라 칭하며 눈엣가시 같은 조식을 불러 앉힙니다. “내 앞에서 일곱걸음을 떼는 동안 시 한수를 짓지 못하면 엄히 다스리리라.”

동생 조식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시 한수를 읊었다고 합니다.

“콩을 삶음에 콩깍지를 태우니(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 가마 속 콩이 뜨거워 우는구나(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 본시 같은 뿌리에서 나왔건만(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뜨겁게 삶음이 어찌 이리 급한고(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

‘자두연기(煮豆燃萁)’

‘콩을 삶는 데 콩깍지를 태운다’는 뜻으로, 형제가 서로 미워하고 싸움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체제를 비판하며 ‘남매의 난’을 예고해 세간의 이목을 붙잡았습니다.

조원태(왼쪽), 조현아. /사진=한진그룹
조원태(왼쪽), 조현아. /사진=한진그룹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날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고(故) 조 전 회장의 공동 경영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해왔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6시간 뒤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과 고객 및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그룹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후폭풍은 거셀 전망입니다.

재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 종료됩니다. 만약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될 경우 그는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됩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자두연기’를 질타했습니다.

“아시아나처럼 안되려면 가족들끼리 비속어 많이 쓰면서 집에서 지내는 것이 좋을 듯 싶군” “저거에 비하면 현대가의 형제간 싸움은 그래도 양반 싸움이었지 품위는 있었으니까” “아주 콩가루도 그런 콩가루가 없는 집안이다” “서로 싸우다가 피터지고 뺏겨봐야 정신차릴까” “형제들간 사이가 얼마나 안 좋았으면 아비가 죽어가며 그리 유언을 했을까”.

전문 경영인으로의 교체를 바라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3남매는 경영권 회수해야지. 주총에서 정상적인 CEO로 교체 되길...” “대한항공에 오래 몸담고 있는 직원으로써 부탁한다, 전문경영인 앉혀라” “경영은 능력자에게 맡기고”.

‘땅콩’으로 세상에 낱낱이 드러난 한진가의 본 모습. 대한민국의 국적기로 대변되는 그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꼬리 날개에 선명한 태극 문양이 부끄럽지 않게 ‘궤도수정(軌道修正)’을 바라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