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7년째 OECD 1위 불명예와 ‘유지경성(有志竟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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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7년째 OECD 1위 불명예와 ‘유지경성(有志竟成)’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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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회 취업성공패키지 직업 상담 우수 사례 공유 학술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회 취업성공패키지 직업 상담 우수 사례 공유 학술 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장군이 전에 남양에서 천하를 얻을 계책을 건의할 때는 아득하여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으로 여겼는데, 뜻이 있는 자는 마침내 성공하는가 보오.(有志者事竟成·유지자사경성)”

중국 후한의 초대 임금 광무제가 된 유수가 화살을 맞고 피가 흐르는 가운데서도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 경엄에게 한 말입니다.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어 마침내 이루다’라는 말로, 올바르게 뜻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네 글자입니다.

13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18년 한국 전체 실업자에서 25∼2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2위는 덴마크(19.4%), 3위는 멕시코(18.2%)였습니다. 미국은 13.0, 일본은 12.6, 독일은 13.3%였습니다.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20대 후반은 7.8%에 불과하지만, 실업자 다섯명 가운데 한명은 20대 후반일 정도로 실업 문제는 이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한국은 2012년 이후 7년 동안 20대 후반 비중이 OECD 1위였습니다.

이렇게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할 젊은 층이 취업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우 간부 사원이 평직원보다 많은 ‘역삼각형 조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대기업집단 그룹 본사나 지주회사 등은 더욱 심각합니다.

2017년 12월 기준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30대 일자리는 784만600개, 40~50대의 일자리는 917만1000개입니다. 물론 이 수치는 인구 구성 변화에 따른 부득이한 현상이란 평가도 있지만 일하는 연령의 노쇠화는 결국 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연령별 산업, 직업별 취업자.(2019년 상반기) /자료=통계청
연령별 산업, 직업별 취업자.(2019년 상반기) /자료=통계청

1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업종 호봉제 도입 비율은 67.5%입니다. 호봉제 도입 비율이 50%를 넘는 업종은 금융업종이 유일합니다. 호봉제 영향으로 은행원 10명 중 3명은 억대 연봉자입니다. 2018년 말 기준 연봉 1억원 이상 은행원은 30.1%, 전체 은행원이 13만명이니 억대 연봉자는 4만명가량입니다.

경자년 벽두, 화나기보다 오히려 우울한 소식들에 누리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4대강 24조면 일자리 몇백만개 만든다더니 78조 쓰고 일자리 사라지는 기적의 경제” “공무원 증원으로는 실업자 구제가 힘드니 전국민을 공무원으로 하면 해결되겠네” “노인 일자리만 40만개 늘려놓고... 60대 이상 취업률은 OECD에서 1등이겠군” “너무 박탈감 느낀다. 은행 연봉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요즘 은행 이자는 있긴 있나?” “친구 은행에 딱 저런 분 있다는 얘기 들었어요. 정말 일 하나도 안하는데... 그냥 차장이라는 이유로 1억이 넘는 연봉이라고”.

한 취업 포털이 지난 2015년 한해를 정리하는 이색 사자성어를 물어본 결과 취준생들은 ‘서류광탈(12%)’ ‘면접광탈(12%)’ ‘돈이음슴(9%)’ ‘백수다또(9%)’ ‘무한도전(8%)’ ‘숨좀쉬자(8%)’ 등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4년여가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떨까요. 20대 후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물어보려니 ‘명절에 듣기 싫은 말 1위’가 떠오릅니다. 설날을 앞둔 그들에게 ‘경엄의 투혼’을 바라는 건 미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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