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정치적 악수” 트럼프와 ‘헬리콥터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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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정치적 악수” 트럼프와 ‘헬리콥터 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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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는 일도 마다 않겠다.”

2008년 12월 16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제로금리와 발권력 동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집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에서 0~0.25%로 운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최저치 금리입니다. FRB는 특히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이날 공식 선언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겠다.”

2016년 9월 21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장단기 금리 조작’이라는 이례적인 카드를 내놓습니다. 장기 국채의 금리목표를 설정해 자금공급량을 조절하는 색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양적·질적 금융완화로 정책 지속성이 높아질 것이라고도 설명합니다. 두달여 전 ‘헬리콥터 벤’ 버냉키 전 FRB 의장을 만난 뒤 나온 결정입니다.

버냉키에 수업 받는 일본 아베 총리(맨오른쪽)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출처=인베스팅닷컴 만평
버냉키에 수업 받는 일본 아베 총리(맨오른쪽)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출처=인베스팅닷컴 만평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말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리고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목표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인하했습니다. 사실상 ‘제로금리’입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피해를 받고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라면서 “코로나19 영향이 단기적으로 경제활동을 억누르고 있으며, 경제 전망에 위험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조치는 17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정례 FOMC를 앞두고 이뤄졌습니다. 1994년 이후 정례회의 전 2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준은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경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라며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 뒤 “나를 매우 행복하게 한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연준의 발표 뒤 미국 주식 선물은 가파르게 하락했습니다. 연준이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아내는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지난 13일 기자회견. 그는 이날도 참석자들과 악수를 해 논란을 자초했다. /출처=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지난 13일 기자회견. 그는 이날도 참석자들과 악수를 해 논란을 자초했다. /출처=트럼프 트위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름대로의 국내경제 처방전을 쏟아냅니다.

“금리는 낮추고... 부동산 보유세는 올리고...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아파트는 늘리고... 증권시장은 국민들이 접근하기 용이하게 단순화하고... 증권거래세도 낮춰서 이 기회를 이용해 부동자금을 최대한 증권시장으로 이동시켜라.. 여유가 있는 상장사들은 배당을 늘리고... 그러면 대한민국 경제는 살아난다” “빅컷으로 대응하고 유동자금 부동산이 아닌 증시에 올 수 있도록 거래세 낮추고 예외없는 공매도 금지 등 확실한 증시 활성화대책 마련하여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동반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저금리로 대출 막 퍼줘서 좀비기업 비율이 세계 1 위임.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세계 1위. 부동산 버블 비율 세계 1 위. 저러다가 금리 인상돼서 이자부담 따블 되면 가계 기업 동시에 빵하고 터진다. 중국 기준금리 4.5% 미국 2.5% 멕시코 8% BRICS 7~ 11% 대한민국 1.5%. 지금 이미 금리상향 압박 장난 아니다. 그러다 뻥하고 터져” “기업들이 쌓아놓은 현금에다 유동성이 더 풀리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물가가 오르기엔 경기가 불황이라~ 부익부빈익빈은 심화되어 사회 혼란이 야기되면 부자들 역시 편안히 살기 어렵다. 탄탄한 중산층이 받쳐주는 건강한 재정의 나라가 되기 위해선 근로소득을 우대하고 불로소득을 비난하는 사회적 여론조성이 중요하고, 그것은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다. 걱정만 해대고, 비난만 하는 것은 노인정 할머니들도 하신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2008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추이.(2008년 2월까지는 콜금리 목표) /자료=한국은행

아직도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불만도 들끓습니다.

“금리 내리고 은행금리도 관리 좀해라 나라에서.. 12월달에 받은 문자다... 변경전 적용금리 : 4.27%(기준금리 : 1.85%, 가산금리 : 2.42%) 변경후 적용금리 : 3.97%(기준금리 : 1.55%, 가산금리 : 2.42%) 기타 자세한 사항은 관리영업점(영업시간 내) 또는 고객행복센터(평일09:00~18:00)에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대출금리도 내려주세요. 이자내기 벅차네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복원된 옛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복원된 옛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눠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원래 악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정치인이 된 뒤 거의 습관이 됐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정치적 악수’가 습관이 된 트럼프에게 ‘재선’의 갈림길은 8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금융 위기와 달리 전염병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단순하게 싼 이자로 돈을 푼다고 소비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한 투자자문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돈으로 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는 없다. 오로지 시간과 백신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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