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수백조 사라진 증시, 갈림길은 ‘3말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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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수백조 사라진 증시, 갈림길은 ‘3말4초’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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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증발을 택하는 것은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4년(국내는 2017년) 출판한 <인간증발>. 1989년 일본에 ‘헤이세이 불황(平成不況)’이 닥치면서 해마다 1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종됩니다. 이들 10만명 중 8만5000명은 ‘스스로 증발’한 것입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는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증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 사회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삭제나 수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1994년 4월 9일 개봉한 <증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의 신상옥 감독은 공연윤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합니다. 극중 대통령이 정보책임자를 사살하는 장면 등 네 군데를 삭제토록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기화현상을 뜻하는 ‘증발’이란 낱말은 이처럼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경우를 빗대 부정적 의미로 곧잘 씁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책 '인간증발'. /사진=책세상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책 '인간증발'. /사진=책세상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두달 만에 100대 상장사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증발했습니다. 오늘(23일) 한국CXO연구소가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상장사 100곳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상장사의 시총은 지난 20일 기준 629조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1월 20일보다 226조원 감소한 것입니다.

‘시가총액(時價總額)’은 모든 상장주식을 특정 시점에 평가한 금액으로, 줄여서 ‘시총’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상장종목별로 그날 종가에 상장주식수를 곱한 뒤 합계하여 산출합니다. 국민총생산(GNP)과 비교, 국민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주식시장의 비중 등 한 나라의 경제지표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시총 감소세는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8일 간 12.7%나 줄어 이달 말 600조원을 밑돌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 등 5대 전자기업 시총이 60일 사이 126조원 넘게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자동차는 27조, 금융은 19조, 석유화학은 16조, 정보통신은 15조, 금속철강은 13조, 조선은 10조원 증발했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완치자가 치료 중인 환자 수를 역전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에서 4월 초를 기점으로 주가는 내리막에서 상승세로 돌아서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라면서도 “이는 2주 이내 돌발 변수가 나타나지 않을 때만 가능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한국CXO연구소
/자료=한국CXO연구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더 떨어질 주가와 쪼그라들 시총을 걱정합니다.

“코스피 1000까지 가겠네 ㅠㅠ” “이제 시작됐으니, 최소 3분의2는 날아가겠다” “외인 공매도로 달러유출 심각하겠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근거도 제시합니다.

“올 들어 3월 18일 기준 한국(-27.6%)뿐 아니라 미국(-30.2%), 일본(-29.3%), 유럽(-36.3%), 브라질(-42.2%) 등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줄줄이 급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전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간 3경200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는 반토막인디. 산유국이 아니라서 그런가? 나름 선방하네”.

자신이 다니는 직장의 주가와 ‘구조조정’도 우려합니다.

“우리 회사도... ㅠㅡㅠ” “구조조정은 그냥 필수 되겠다”.

국민 모두 합심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가자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큽니다.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위기상황 속에서 서로 격려하며 이만큼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내수 및 국제경기도 바닥을 치고 있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면 이전과는 다르게 단합된 힘으로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영화 '증발' 스틸컷.
영화 '증발' 스틸컷.

쉽게 증발하지 않는 건강한 시장, 정부 당국자는 ‘현장’에 더 주목할 때입니다. 영화 ‘증발’을 만든 신상옥 감독은 배우나 제작자나 감독이나 스태프나 모두 직접 만나서 배우는 게 으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교육현장과 제작현장은 가까울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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