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푸는 한은, 볼멘 은행… ‘돈’이 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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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푸는 한은, 볼멘 은행… ‘돈’이 웬수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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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 가운데 이처럼 치사한 근성을 가진 자는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금은보석입니다. 무언가 땅에 떨어져 있지 않은지 늘 고개를 숙이고 다닙니다. 숨겨진 황금이나 재산을 찾아내는 힘이 있으며, 최초로 사람들에게 땅을 파서 광산자원을 채굴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지옥 악마들의 호화 궁전인 ‘복마전(pandemonium)’도 건설합니다. 밀턴의 <실낙원>에 등장하는 탐욕의 상징, 악마 ‘마몬’입니다.

영화 '돈' 스틸컷.
영화 '돈' 스틸컷.

“세상 돈들이 전부 네 것처럼 보이나 보네.”

부자의 꿈을 안고 여의도 증권가에 브로커로 입성한 지방대학 출신 조일현. 고객의 첫 주문부터 실수하면서 해고 상황까지 치닫습니다. 위기의 순간, 유 과장의 소개로 신화적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나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순식간에 큰돈을 번 일현, 그의 앞에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이 나타나는데…. 영화 <돈>입니다.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너무 낮아서 금리 인하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통화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말합니다. 어제(26일) 한국은행이 석달간 금융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업계 반응은 복잡합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시중은행들은 단기자금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직접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불만입니다. 한은이 돈을 풀지만,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것일 뿐 정작 증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전펀드에 자산을 출자하고 투자책임을 지는 건 모두 민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최근 대출 적격담보증권 RP매매 대상증권에 은행채를 추가한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은행들의 자금조달도 지원하는 셈”이라며 “결과적으로 은행들이 참여할 채안펀드와 증안펀드에 (유동성 공급이)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은행권은 당장 원화 유동성커버리지(LCR)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지난 2015년 도입된 LCR규제 때문입니다. 이 규제에 따르려면 은행들은 원화 LCR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춰야 합니다. LCR비율은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입니다. 정부는 외화 LCR에 한해서만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한은이 돈을 지원해줄 테니 망설이지 말고 증안펀드에 돈을 대라는 셈인데 자금 조달은 그렇다 쳐도 원화 LCR 규제는 어떡하라는 건지”라며 “미국 중앙은행의 경우 직접 채권 등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지원하는데 한은은 은행을 우회적인 간접 지원만 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왼쪽 2번째)가 어제(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왼쪽 2번째)가 어제(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양적완화에 대한 후폭풍을 걱정합니다.

“한은이 지금 책임 회피를 하려는 거 맞지. 유동성을 지원 안 하면, 결국 여타 은행의 재무 구조는 악화되는 건데.. 은행 재무 구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예금한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거고, 무제한 양적 완화 카드가 나왔다는 거는 진짜 안 좋은 신호라고요. 이거 나중에 감당 안 될 정도의 빚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규모의 국가는 한은이 직접 개입해서 양적완화하면 나중에 진짜 나라 망한다. 이건 민간금융이 이해해라. 현재도 나중의 후폭풍이 너무 걱정된다” “하이퍼인플레이션 가자 기축통화도 아니고 해외에서는 종이쪼가리를 가지고 무한히 풀어내면 결말은 뻔하다. 살인적인 물가폭등에 미래는 정해졌습니다. 안 막으면”.

시중은행에 대한 입장 이해보다 평소 불만을 더 많이 쏟아냅니다.

“시중은행 그동안 기업이나 서민들 상대로 악랄하게 돈놓고 돈잔치 해왔으면서 뭔 볼멘소리야 이기적인 X들” “시중은행 니들도 잘하는 건 없지 1%대 돈 가져다가 6~8%대 이자 받아 쳐 먹자나 도둑X들” “은행들 정말 가소롭다. 위기를 대비해야지. 주담대 등 개인에게 대출 펌프질하여 부동산 거품 만들어 놓고 예대마진으로 순익 수십조 내면서 잔치벌이다가 돈 없다고 난리네. RP이자가 높다고? 니네들 개인대출이자가 얼마냐? 연준 하고 한은을 비교? 연준은 장사꾼이에요. 기축통화라는 억지로 지들 맘대로 달러 찍어 인류의 노동을 착취하는 악덕 대부업자라고요. 비교자체가 난센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2번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각각 29조원의 기업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당장 죽게 생겼는데 돈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종전에는 모든 대출 절차가 1~2주 안에 끝났지만 신청이 폭주하면서 상담을 받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para. diura, грошы, пари, peníze, penge, geld, raha, argent, dinero, geld, χρήματα(chrimata), pénz, peninga, airgead, i soldi, penger, pieniądze, dinheiro, bani, Деньги(Den'gi), peniaze, pengar, 钱·錢(qián), पैसे(Paisē), お金, 돈(don), പണം(paṇaṁ), мөнгө, tiền bạc, para, pera, pecun, tien de Teza.

세계 서른넷 언어로 나열한 ‘돈’이라는 뜻의 낱말들입니다. 돈으로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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