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수출역군 동숙과 ‘20조짜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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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수출역군 동숙과 ‘20조짜리 대책’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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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자유무역지역관리원
/사진=자유무역지역관리원

“원한 맺힌 마음에 잘못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 놓고….”

가난한 농부의 딸 ‘동숙’은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상경합니다. 구로공단 가발공장을 다니며 동생들 학비며 시골집 돕기 10여년. 국어 선생님을 꿈꾸던 그는 종로의 검정고시 학원에 나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총각 선생님. 모든 것을 바치지만 들려온 소식은 “결혼하신대”. 수업시간에 재회한 두 사람, 선생님은 쓰러지고…. 동숙은 문주란의 데뷔곡 주인공이 됩니다.

'동숙의 노래'가 실린 가수 문주란 앨범. /사진='우리종합컬렉션' SNS
'동숙의 노래'가 실린 가수 문주란 앨범. /사진='우리종합컬렉션' SNS

“대한민국 현대사의 역사로 기록될 당신들의 기억을 공모합니다.”

1970년 4월, 마산항에 수출자유지역이 문을 엽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지역으로 경남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가 됩니다. 1970∼1980년대 자유무역지역이 전성기였던 시절, 수천명의 여성 노동자들 출근길은 아침마다 장관을 이뤘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을 그들의 수기 공모전이 경남문인협회를 통해 다음달 마지막 날 마감합니다.

1970년 마산 수출자유지역 조성 당시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1970년 마산 수출자유지역 조성 당시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수출역군(輸出役軍)’. 수출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꾼을 이르는 네 글자입니다. 정부가 오늘(25일)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수출입기업과 해외진출기업에 20조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습니다. 수출입은행 거래 기업의 대출만기를 1년 연장하고 수출실적이 없어 지원을 못 받거나 대출한도가 소진된 기업에도 긴급 경영자금이 투입됩니다.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중 수출입은행 지원분의 세부 공급방안으로 신규대출 6조2000억, 수출입기업 보증 2조5000억, 대출만기연장 11조3000억원 등입니다. 정부는 먼저 수출입은행과 거래하는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한 국내 877개사의 6개월 내 만기도래 대출을 최대 1년 연장합니다. 여기에 2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지원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도 이뤄집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기업과 혁신성장 및 소재·부품·장비 분야 대기업도 2조원 규모의 대출지원을 받게 됩니다. 현재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되는 기업별 과거 수출실적을 한도로 필요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출상품을 대기업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수출입은행 재무건전성 확보에 드는 비용 보전 방안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2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라 곳간 걱정과 함께 서민 지원책에 대한 요구도 쏟아냅니다.

“그러니까 서민들한테 들어올 돈은 한푼도 없네. 주식 지수회복에 꼴아박고 중소기업들 대출금으로 꼴아박고 #중소기업들 지금 공장을 못 돌려서 현금이 없는데 지원을 한다는 게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1년만기 대출들 연장해주는 꼴임. 은행만 좋아지죠. 기대출이 부실채권이 될 수 있었는데 서류상으로 정부신규대출이고 기은행대출은 회수되는 거임. 이딴식이니까 100조 나발 불어도 서민에겐 땡전 한푼 안돌아옴”.

“영세업자들 부가세 좀 면제해줘라 제발” “나중에 갚아야할 빚덩이들”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될지 모르는데 엄청난 추경에 마스크 생산지 늘려 싸게 구입하도록 제일먼저 해주길 바란다. 세금 풀어 결국 온국민 짐이 되도록 하지 말길 바란다” “기업에 눈먼 돈 주지 말고 전국민에게 30만원이라도 줘라 시장에 돈이 풀려야 자영업자들 살지 않겠냐”.

박지선 감독의 '전설의 여공' 주인공들. /사진=미디토리
박지선 감독의 '전설의 여공' 주인공들. /사진=미디토리

‘한국 수출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구로동 한국수출산업공단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공단의 근로자도 지난 10월말 현재 9만8042명으로 지난해보다 9191명이 줄어 수출침체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한 무역업계의 바람을 외면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 같은 현상은 龜尾나 仁川 朱安, 馬山, 昌原공단 등도 모두 비슷하다.’

30년 전 무역의날, 언론에 비친 1990년 시대상입니다. ‘공순이’로 조롱 받았던 그들의 땀과 희생을 통한 수출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만병통치가 아닙니다. ‘내수’와 함께 균형을 이루는 나라경제, 할머니가 된 수출역군들의 바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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