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공포에 휩싸인 주식시장과 ‘불신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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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공포에 휩싸인 주식시장과 ‘불신지옥’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19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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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불신지옥' 스틸컷.
영화 '불신지옥' 스틸컷.

“나는 지금이 바로 지옥이야. 더 갈 지옥도 없다고!”

2009년 8월 12일 개봉한 영화 <불신지옥>.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신들린 소녀 소진의 언니 희진이 부르짖습니다. 동생을 찾기는커녕 기도에만 빠진, 자신에게 되레 회개하라는 ‘엄마’에 대한 외침입니다. 한 평론가는 영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신분열적인 맹신 사회의 설득력 있는 풍속화를 공포영화의 틀 안에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지옥이 오고 있다. 전국을 봉쇄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끝장날 수 있다.”

2020년 3월 18일(현지시간) 미국 CNBC 인터뷰.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억만장자가 된 빌 애크만 퍼싱스퀘어캐피탈운용 CEO는 ‘봉쇄령’만이 코로나19 사태의 유일한 해답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 저평가 받는 애크만이지만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신념은 강합니다. 워런 버핏에 빗대 ‘베이비 워런’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0일간 전국봉쇄가 필요하다'라는 빌 애크만의 발언을 전하는 CNBC 보도 영상 갈무리.
'30일간 전국봉쇄가 필요하다'라는 빌 애크만의 발언을 전하는 CNBC 보도 영상 갈무리.

‘심리지수(心理指數)’.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어느 해의 수량을 기준으로 100으로 잡아 다른 해의 수량을 비율로 나타낸 수치를 말합니다. 경제와 관련된 심리지수로는 경제심리지수, 투자심리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 여럿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러 나라의 사재기 열풍은 ‘경제는 심리다’라는 표현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코로나 수당’도 투자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치료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성인 1인당 약 120만원의 현금지급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밤(18일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또 폭락했습니다.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반짝 반등한 지 불과 하루 만입니다. 심지어 거래가 15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습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30% 폭락한 1만9898.9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만선이 무너진 건 2017년 2월 이후 처음입니다. S&P500 지수도 5.18% 급락한 2398.10, 나스닥도 4.70% 추락한 6989.84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최근 열흘 사이 네 번째나 됩니다.

특히 므누신 재무장관의 “경제 안정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실업률이 최고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발언이 시장 불안을 키웠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단순한 산술적 전망으로 실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불안한 투자심리를 잠재우지는 못했습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도 장중 85선을 기록,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VIX는 지난 16일 82.69로 치솟으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기록(80.74)을 웃돈 바 있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 지수로, 최고치에 이른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과대평가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동안이 트럼프 버블이었지. 실제 경제 실력-체력 이상의 과대평가 수치” “미 주식은 그동안 많이 올랐다. 당분간은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숫자와 반비례할 것 같다. 실물시장이 문 닫는데... 백약처방이 듣겠는가?”.

앞으로 주가지수를 전망하며 투자 입장을 밝히기도 합니다.

“나스닥 3천선 바닥 본다” “장기적 공황 상태로 갈 것 같다. 900선을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1500~1600선에서. 개인들의 매수로 볼 때 기관이나 외국인들의 매수시점은 1100선 정도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0 무너지면 사야겠다. 그것도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공포의 시장 상황에서 ‘주식투자 무용론’이 가장 눈에 띕니다.

“무주식이 상팔자”.

19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자료=한국거래소
19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자료=한국거래소

오늘(19일) 우리 주식시장도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코스피는 급락세를 지속하면서 10년8개월 만에 15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은 12%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8.39% 내린 1457.64, 코스닥도 11.71% 내린 428.35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500선을 밑도는 등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빌 애크만 트위터. 19일 오후 현재 919개의 리트윗과 39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빌 애크만 트위터. 19일 오후 현재 919개의 리트윗과 39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한겨울보다 춥고 긴 ‘봄방학’이 끝나면 코로나19도 사라지고 경제도 믿을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지길 바라봅니다. 빌 애크만이 CNBC와 인터뷰 했던 날, 그가 올린 트윗입니다.

“봄방학을 위해 모든 사람을 집으로 보내고 국경을 닫는 순간, 감염률은 곤두박질치고 주식시장은 솟구치며 구름도 걷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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