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벤 버냉키와 홍남기, 그리고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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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벤 버냉키와 홍남기, 그리고 ‘공매도’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1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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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부분·한시적 규제강화에 개인투자자들 불만 폭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트위터.
조지프 스티글리츠 트위터.

“금리를 전격적으로 0.75%포인트 내린 것은 신중한 조치였다기보다는 ‘패닉’이었다.”

2008년 2월 26일 런던, 블룸버그TV 인터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늑장대응’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주택시장 침체, 신용시장 붕괴와 고유가가 미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며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너무 늦게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위기 자체가 얼마나 광범위할지, 그리고 파괴적일지 아무도 몰랐다.”

2018년 9월 13일 미국, 벤 버냉키 논문 발간 동영상. 버냉키 전 의장은 영상을 통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할 때 2가지 중대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습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FRB 의장을 지낸 그는 당시 2가지 실수로 금융위기가 그렇게 강력할 줄 몰랐다는 점, 추후 발생할 경제적 손실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벤 버냉키.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벤 버냉키. /사진='브루킹스연구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늑장대응’. 어떤 일이나 사태에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나 행동을 취한다는 네 글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늘(10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요건 완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늑장대응이라며 부분 금지가 아닌 완전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하고 11일부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거래 금지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시적 정책으로 정책 시행 기간은 3개월입니다. 세부 내용은 이날 장 마감 후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전유물입니다. 거래 규모 역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매도는 주식 채권 등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이번 공매도 규제 강화 조치는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한 데 따른 대책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키우고 있는 꼴입니다. 늑장대응은 물론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공매도 금지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불만은 누리꾼들의 댓글에서도 폭발하고 있습니다.

“진짜 경제 다 아작나야 그때서야 금지할 겁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답답하고 어이가 없는 행동만 하는지? 금융위기 왜 있습니까? 위기상황 대처하라고 있는 게 아니냐구요. 진짜 위기에 불붙었는데 기름 붓습니까? 자꾸 간보는 짓 그만하고 공매금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시기입니다.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아니면 다 죽습니다 진짜”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는 이유 중 하나 아니냐? 일반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꺼려해서 자금 유입이 안 되는 이유 아니냐? 외국 자본 다 빠져나가는 이유 중 하나 아니냐고. 도대체 공매도 끝까지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현황. /자료=한국거래소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현황. /자료=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해산에 전임 위원장까지 언급합니다.

“금융위는 공매세력과 한통속인 청산해야 할 적폐기관이다” “국민 청원에 20만이 넘는 국민이 공매도 금지를 촉구했음에도 그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최종구는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공매도의 순기능 어쩌고 하는 답변만을 내놓고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금융 위기급의 상황인 지금 또한 금융 당국은 하나마나한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으니 누가 봐도 공매도와 한통속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위기 상황에 국민과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는 매국노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즉각 금융위 해산시키고 공매도 중지하라!!!”.

10일 오후 2시15분 주가. /자료=한국거래소
10일 오후 2시15분 주가. /자료=한국거래소

2018년 11월 28일, 금융위원회는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불법 공매도 과태료로 75억48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언론들은 사상 최대 액수로 ‘철퇴를 내렸다’고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4월 9일. 무덤덤한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띕니다. ‘골드만삭스 또 무차입공매도… 과태료 7200만원’.

과태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잘못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또’라는 부사가 달릴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속은 숯덩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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