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세수절벽’ 앞의 대한민국과 쥐구멍
상태바
[사자경제] ‘세수절벽’ 앞의 대한민국과 쥐구멍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11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00년대 초반, 투자은행에 다니던 고위급 한국인이 ‘GM 도사’라고 얘기하더라. 아홉수를 (내다보고) 두는 회사. 지금 GM도 같다. 우리나라에서만 엑시트(exit)하는 게 아니다.”

2018년 2월 20일 여의도 한 식당. 최흥식 금감원장은 늦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GM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이렇게 말합니다. 당시는 미국GM이 군산공장 철수를 발표하고 우리 정부에 1조원 이상 지원과 세제혜택을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이미 ‘세금먹튀(세제 혜택만 받고 수익을 챙겨서 떠나는 것)’로 주목 받을 때입니다.

“수사기록을 꼼꼼히 봤는데 위에서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의혹을 수사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처벌할 사람은 처벌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다.”

2019년 11월 21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론스타를 고발한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막대한 이익을 챙긴 론스타의 주요 인물을 잡으면 뇌물 받은 관료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론스타가 유유히 떠난 지 8년이 지났지만 한국민의 세금을 탐한 ‘먹튀’의 대명사 론스타 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론스타 사태를 다룬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론스타 사태를 다룬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세수절벽(稅收絕壁)’. 국민에게서 세금을 거두어들여 얻는 나라의 수입이 갑자기 줄어듦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6년 만에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급격히 위축돼 올해 안으로 ‘세수절벽’이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10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36조5000억원으로 1년 새 6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293조5000억원)은 2013년 이후 처음 감소(-1000억원)로 전환했는데, 올해도 첫달부터 세수 부진이 이어진 것입니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실적 악화, 투자심리 위축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법인세(1조6000억원)와 관세 수입(7000억원)이 전년 같은 달보다 각각 2000억원씩 줄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업들이 설비투자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같은 자본재 수입이 많이 줄고 있습니다.

‘기타 국세’도 1조3000억원 감소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체납 세금에 대한 징수액과 수입 때 내는 부가가치세 등이 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세 수입에 세외·기금 수입을 더한 총수입은 올해 1월 51조2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00억원 감소했습니다.

/자료=기획재정부
/자료=기획재정부

반면 나랏돈 씀씀이는 커졌습니다. 1월 재정 지출은 50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연초에 재정을 조기 집행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도 악화해 1월 관리재정수지가 1조7000억원 적자였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 재정 상태를 보여줍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피해를 줄이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여기엔 3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세수 전반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 세수 예측과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하는 금속노조 한국GM창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사진=금속노조한국GM창원비정규직지회 SNS
지난달 19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하는 금속노조 한국GM창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 /사진=금속노조한국GM창원비정규직지회 SNS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민의 돈 아껴 쓰자며 ‘절세’ 목소리를 높입니다.

“나라의 돈, 국민의 돈인데... 이 정도면 2년 후는 정말 국가부채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함. 국가부채 2배는 결국 세금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함” “일반 가정은 한달만 수입 줄어도 아껴 쓴다,. 세수 덜 걷혀 비상이면 공무원, 국가 너거들도 아껴 쓰라” “돈 세금 좀 아껴 쓰고”.

공공부문 부채에 대한 걱정도 쏟아냅니다.

“재정건전성 악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부채, 공무원 연금까지 감안하며 GDP대비 얼추 100%되지 않을까?” “이런 와중에 공무원만 뽑아대고.. 그 돈, 누가 대냐?” “공무원들 월급 삭감해서 충당하라. 철밥통 오명 탈출하자”.

미래세대가 안아야 할 부담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참 이 빚을 다 갚아야 하는 미래세대가 안쓰럽다”.

/자료=공적자금관리위원회
/자료=공적자금관리위원회

지난해 12월 2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공적자금 운용현황’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금융업계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 가운데 116조8000억원을 돌려받았습니다. 회수율 69.2%로 미수금만 52조원에 육박합니다.

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케어’에 드는 비용이 30조6000억원, 기초연금을 30만원까지 올린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드는 비용이 21조8000억원입니다. 둘을 합치면 52조원가량 됩니다. 돌려받지 못한 공적자금을 거두면 국민 건강과 복지를 챙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곳곳에 뚫린 쥐구멍만 막아도 나라곳간을 지켜보는 백성들은 배가 부를 것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