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달러 빼고 다 판다? 증시 살린 ‘달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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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달러 빼고 다 판다? 증시 살린 ‘달러 편지’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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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물물교환' 스틸컷. 퍼플레이에서 유료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퍼플레이
영화 '물물교환' 스틸컷. 퍼플레이에서 유료로 감상할 수 있다. /사진=퍼플레이

“도시화, 세계화 속 경제동물들은 서로를 잡아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쇠막대를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공사현장을 지키는 여성, 이곳에서 고물을 수집하는 할머니. 할머니는 눈감아달라며 현장소장에게 한라봉 상자를 건네고, 여성에게는 귤을 내밉니다. 소장은 받은 한라봉을 여성에게 일당 대신 주는데…. 2015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영화 ‘물물교환’입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쓰셔야 할 마스크 1장과 계란 4알 물물교환 하실 분!”

지난 4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흔이 가까운 할머니에게 드릴 마스크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글을 올린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마스크 세장과 달걀 열두알을 바꾸자는 댓글이 달립니다. 제안자는 “할머니 손 보니 맘이 안 좋아서.ㅠ”라는 ‘진심’까지 전합니다. 손녀는 이틀 만에 마스크 10장을 달걀과 물물교환 할 수 있었습니다.

‘물물교환(物物交換)’. 돈으로 매매하지 않고 직접 물건과 물건을 바꾸는 일로 교환의 가장 원시적 형태입니다. 물물교환은 재화를 직접 주고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결한 것이 화폐입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다른 화폐를 쓰다 보니 또 다른 불편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1944년 44개국이 미국 브레튼우즈에 모여 ‘달러’를 국제통화로 인증합니다.

한국은행이 어제(19일) 밤 10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습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빚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양국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달러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통화 스와프란 마이너스 통장처럼 언제든지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한국과 미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 올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0년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번 통화 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국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은 2008년 10월30일 300억달러 규모 계약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당시 통화 스와프 계약으로 달러 유동성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급등세를 보였던 환율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 환율은 1468원까지 뛰어올랐는데 계약 종료 시점에는 117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한편 이번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뒤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진심’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 부총리는 계약체결 담당자인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 부총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여러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효과를 기억해보자’라고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2번째)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2번째)이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공공저작물 이용.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다 함께 경제난국을 이겨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홧팅! 힘드시더라도 더욱 애써 주십시오. ㅠ” “홍남기 부총리를 보면서 앞으로 장관은 정치인이 아닌 그 분야에서 뼈가 굵어진 전문관료가 앉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이런 어려운 시국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여야를 떠나 코로나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려운 경제상황에 파이팅합시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

20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자료=한국거래소
20일 코스피, 코스닥 지수. /자료=한국거래소

오늘(20일) 우리 주식시장도 미국 연준의 통화 스와프 협정 확대 등 시장 안정화 조치와 글로벌 증시의 반등에 힘입어 큰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44% 급등한 1566.15, 코스닥은 9.20% 오른 467.75로 장을 끝마쳤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39.2원 내린 1246.5원으로 마감했습니다.

‘달러’를 먹고 한숨 돌린 시장을 보니 어린 시절 시장기를 달래던 추억의 먹을거리가 생각납니다. 수학여행 가던 기차 칸에서 먹던 삶은 달걀, 한 이불에 발 집어넣고 조각조각 떼어먹던 귤…. 영화 ‘물물교환’을 연출한 조세영 감독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감귤브랜드에 깔끔하게 포장된 한라봉, 천혜향은 경제적 가치가 있다. 추운 겨울, 온돌방에서 사람들과 나눠 먹던 달달한 귤은 교환가치가 없는 먼 추억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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