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쇼팽·김유정·카뮈와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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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쇼팽·김유정·카뮈와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2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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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내가 죽으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해주오.”

1849년 초겨울 파리의 마들렌교회, 불혹을 몇달 앞둔 음악가의 장례식이 2주나 늦게 치러집니다. 레퀴엠은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교회 합창단은 여성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례식은 음악가의 유언대로 레퀴엠 속에서 엄숙히 치러집니다. 음악가는 ‘피아노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쇼팽, 사인은 결핵성 심낭염이었습니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 프레데리크 프랑수아는 스무살 때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 살게 되었을 때 쓰던 이름이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프랑수아 쇼팽. 프레데리크 프랑수아는 스무살 때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에 살게 되었을 때 쓰던 이름이다.

“춘천읍에서 이십리, 어수룩하고 일만 하는 그들을 대하면 딴 세상 사람들을 보는 듯하다.”

5년제 고등보통학교를 4년 만에 졸업하는 청년은 네살 연상의 기녀를 흠모합니다. 그러나 혈서까지 쓴 구애는 2년 만에 짝사랑으로 끝납니다. 괴로워하던 청년은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봄봄’의 소설가 김유정의 첫사랑입니다. 그는 서른을 한달여 앞둔 1937년 봄, 폐결핵으로 죽기 직전 친구에게 글을 씁니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소설가 김유정.
소설가 김유정.

‘결핵의날’. 1883년 3월 24일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한 지 100주년이 되던 해인 1982년, 결핵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하여 제정된 날입니다. 매년 이날 ‘국제항결핵 및 폐질환연맹(IUATLD)’에 가입한 국가를 중심으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결핵 예방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어제(23일) 발표한 ‘2019년 결핵 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환자는 2만3821명(10만명당 46.4명)으로 전년보다 2612명(9.9%) 줄었습니다. 8년 연속 감소세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각각 1, 2위입니다.

시도별 신고 결핵 신환자율.(2019년) /자료=질병관리본부
시도별 신고 결핵 신환자율.(2019년) /자료=질병관리본부

이처럼 ‘결핵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어제(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인체 투여 임상시험을 이르면 7월 말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 회장은 “항체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첫 단계를 완료했다”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일반 항체 치료제 신약개발의 경우 보통 이 단계까지 3~6개월이 걸립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인체 임상이 가능한 제품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 이내로 앞당겼다는 것이 셀트리온의 설명입니다. 서 회장은 “대량 생산 물량도 확보해 신속하게 치료제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셀트리온은 아울러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슈퍼항체 개발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회복환자의 혈액표본을 확보해 사스나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까지 모두 중화시키는 ‘슈퍼 항체’ 선별 작업도 이달 중 착수합니다. 개발 중인 진단키트도 현재 표준 검사법에 근접한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셀트리온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코로나19 치료 기대감보다 ‘주가 띄우기’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임상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의 발표면 자사 주가 부양책밖에 더 됨?” “지난 메르스 때 셀트리온 똑같은 짓거리 했음” “이미 전세계적으로 저 정도 수준으로는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국민들 허탈감 들게 하지마세요. 개발성공!! 해놓고 1년후 2년후 시판 가능 이런 것 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으니까. 나노필터 빨아쓰는 마스크도 곧 예정, 이래놓고 식약청 허가된 거 하나도 없고 없을 거라고 말해서 또 김빠지게 만들고 최악의 여론입니다”.

“생물학자입니다. 솔직히 관련항체 찾는 거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약으로 쓰기 위한 항체를 찾는 건 어렵습니다. 게다가 임상도 시작도 안했는데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주식 띄우기용 같습니다. 왜냐면 invitro하고 invivo 차이는 수만배 납니다. 그리고 적합한 1차 항체를 찾아도 1차 항체 안정성이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2차항체 디자인을 하는데 여기가 정말 고비입니다. 이거나 완료했으면 이런 말도 안하는데 1차항체 후보군 찾는 건 미국이든 다른 나라는 이미 마쳤습니다”.

주가 부양 논란 속에서도 ‘셀트리온 삼총사’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24일) 오후 1시31분 현재 셀트리온은 18만4500원(5.43%↑),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8100원(2.56%↑), 셀트리온제약은 5만6400원(27.75%↑)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

1913년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로 태어난 알베르 카뮈는 어린 시절부터 빈부격차를 절감했고 어머니가 하녀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습니다. 20대 후반이던 1930년에는 폐결핵으로 다니던 대학마저 중퇴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지성인의 삶을 살았습니다.

누구에게나 혹독한 봄, 카뮈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요.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번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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