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100만원짜리 밥그릇과 “다 주면 공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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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100만원짜리 밥그릇과 “다 주면 공산당”?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3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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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합, 반병두리, 바리때, 사발, 주발, 공기, 자배기…’.

모두 밥을 담는 그릇을 달리 이르는 낱말들입니다. 밥은 신석기시대 이후 토기를 만들면서 지어먹기 시작합니다. 당시는 밥그릇이 단단하지 못해 흙냄새가 많이 났을 겁니다. 밥그릇은 삼국시대로 오면서 신분제와 함께 소재나 모양에서 다양해집니다. 이 때부터 금 밥그릇, 은 밥그릇도 등장합니다. 물론 신분의 상징처럼 금수저, 은수저도 선을 보입니다.

‘중위소득’.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전년도 중위소득 수치에 과거 평균 증가율을 적용해 결정합니다. 이 중위소득에 여러 경제지표를 반영해 기준 중위소득을 산출하는데,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의 급여 기준을 정하는 지표가 됩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정부가 어제(30일) 최대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밥그릇’ 크기를 놓고 크고 작은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지급대상을 선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너도나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중위소득 자체가 낮은 1, 2인 가구의 경우 불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에 따르면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가구 이상은 100만원을 일시에 받습니다. 하지만 지급 대상인 ‘70%’를 선별할 소득 기준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추후 가구원수별 소득 경곗값을 정해 별도로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위소득 150% 초과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였기에 경곗값은 ‘중위소득 150%’에 수렴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기준 중위소득’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1인 175만7194원, 2인 299만1980원, 3인 387만577원, 4인 가구 474만9174원입니다.

따라서 이 기준 중위소득의 150%는 1인 263만6000원, 2인 448만8000원, 3인 580만6000원, 4인 가구는 712만4000원이 됩니다. 이 기준으로 따져 보면 평범한 직장인 1인 가구나 맞벌이 2인 가구는 기준 중위소득 150%를 넘을 확률이 큽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소득은 297만원, 중위소득은 220만원입니다.

2018년 임금 노동자 평균소득. /자료=통계청
2018년 임금 노동자 평균소득. /자료=통계청

 

중위소득은 앞서 언급했듯 통계청에서 표본 조사를 통해 발표하지만 ‘기준 중위소득’은 해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내놓습니다. 여기에는 기초 노령연금만 받는 노인 1인 가구, 소득이 없거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1인 가구도 모두 포함됩니다.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소식에 뉴스 댓글 공간에서는 ‘끝장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잡음 없이 ‘전원 지급’하라는 목소리가 가장 많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다 주면 되는 거 왜이리 잡음 만드나 모르겠네” “전국민을 대상으로 20만씩이라도 골고루 싹 다 주는 게 이번 코로나 위축과 상실감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듯” “적게 주더라도 전국민 다줘라 중복지급 좀 막고” “그냥 적게 주더라도 공평하게 줘라!! 그동안 내가 낸 세금 남 좋은 일만 시켰네???” “혜택은 전국민을 상대로 지급해야 결국 돈 있는 계층에서 소비를 촉진해야 내수 경기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만원을 주든 2만원을 주든 다 똑같이 나눠주라 세금은 더 많이 내고 이게 뭐냐 화난다” “세금은 차별, 하지만 복지는 평등했으면..”.

‘금수저를 제외한’ 선별 지급 목소리도 많습니다.

“부모 잘 만나 집 있고 대출 없고 외벌이하고 부족한 생활비는 부모님이 보태주는 애들이 받겠지” “타워팰리스 사는 백수도 주는겨?” “수억대 소득 속여 가며 차상위계층 지위 받으면서 정부 혜택은 있는 대로 다 받고, 각종 지원책 있으면 제일 먼저 그 혜택 누리는 가정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가장 많은 엄지척을 받은 댓글에 또 달린 댓글입니다.

“다주면 또 공산당이냐고 할 거면서... 줘도 난리 안줘도 난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중국 진시황이 천하통일을 앞둔 무렵 축객령(逐客令)이 내려집니다. 나라에 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외국인 관리들을 모두 쫓아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이에 쫓겨날 처지가 된 ‘이사’라는 신하가 “해납백천”의 상소를 올립니다. 그리고 진시황은 이사의 계책으로 최초의 통일왕조 황제에 오릅니다.

‘해납백천(海納百川)’.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네 글자입니다. 강물이 깨끗하든 더럽든, 강물이 크든 작든.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울 때 필요한 건 ‘바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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