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알바’ 줄어도 손실 없다? 국민연금 누가 더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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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알바’ 줄어도 손실 없다? 국민연금 누가 더 받는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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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빙글 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 사람 없어 비워 둔 의자는 없더라.”

텔레비전이 귀하던 1965년. 이 라디오 연속극이 흘러나오는 시간이면 온 국민이 귀를 쫑긋 세웁니다. 방송이 끝난 다음해, 국민배우 신성일과 고은아가 출연하는 영화로 아쉬움도 달랩니다.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는 민요가수로 잘 알려진 김용만이 주제곡을 부른 <회전의자>입니다. 당시 긍정의 힘이었던 연속극은 장수 유행어를 생산합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

하기송 작곡집에 수록된 김용만의 회전의자.(오른쪽 위) /출처=한국대중가요앨범
하기송 작곡집에 수록된 김용만의 회전의자.(오른쪽 위) /출처=한국대중가요앨범

“수면 시간보다 길 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는 시간보다도 길다.”

현대인은 1주일에 70~100시간을 앉아서 보냅니다. 10년 중 4~6년을 앉은 채로 보내는 셈입니다. ‘권위’를 나타내던 의자는 산업혁명 시기로 접어들면서 편안함과 여가의 상징이 됩니다. 영화와 TV, 컴퓨터 게임은 의자와 더욱 친숙하게 만듭니다. 바이바 크레건리드는 <의자의 배신>에서 또 한번 진화를 촉구합니다. “움직이는 존재로서 우리는 천천히 정지해 간다.”

신성일과 고은아가 출연한 영화 '회전의자'. /출처=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신성일과 고은아가 출연한 영화 '회전의자'. /출처=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재택근무 확산으로 실내생활이 늘면서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의자’는 사장님의 회전의자, 학생들의 딱딱한 나무의자처럼 신분이나 직업과 등치되기도 합니다. 휴가를 가기 전 동료에게 “내 책상과 의자 잘 부탁해”라는 우스개처럼 의자는 곧 일자리를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알바자리’. 본업과는 별도로 수입을 얻기 위해 하는 일자리를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임시,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아르바이트 시장을 강타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알바자리’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업주들이 상대적으로 해고가 쉬운 임시직부터 자르기 때문입니다.

오늘(30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3월 14~20일)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전인 1월 중순(1월 13~19일)보다 2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달 사이 아르바이트 일자리 10개 중 3개가 사라진 셈입니다. 같은 기간 대구·경북 지역은 49% 감소해 반토막이 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알바몬에 등록된 채용공고는 약 550만건입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지면 올 상반기에만 150만~200만개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업·직종은 구인공고가 77.4% 없어진 영화·공연 부문입니다. 이어 놀이공원·테마파크(-67.9%), 백화점·면세점(-61.2%), 복합쇼핑몰·아울렛(-55.9%) 순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반정부’를 넘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냅니다.

“니들은 손실은 없잖냐? 업주는 생계가 문제가 아니라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무신.” “시급1만원 못 줄 거면 문 닫으라며 하더만... 평생 알바 인생 XXX들” “업주들만큼 힘들겠습니까? 이런 판국에 내년 시급도 올리니마니 하고 있고” “걱정 안해도 됨. 잘리면 오히려 더 좋음. (내 피 같은 세금으로) 실업급여 나옴. 알바자리 있어도 실업급여 땜에 몇달 쉬게 됨”.

한편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집계(조사 기간 2월 9~15일)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43만8000명입니다. 월 기준 40만명을 넘은 것은 2012년 2월(40만4000명)을 제외하면 지난달이 처음이었습니다. 200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20만명대와 30만명대 를 오가던 이 수치는 지난달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2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2020년 2월 고용동향. /자료=통계청

이처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는 해마다 늘어 2018년 10월 기준, 488만명에게 1조8000억원의 연금을 지급했습니다. 노령·장애·유족연금을 모두 합친 국민연금 누적 수급자는 2003년 100만, 2007년 200만, 2010년 300만, 2014년 4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 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의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한 국민연금의 제도적 지속가능성 고찰’ 논문(2019년 6월)을 보면, 국민연금에 30년간 가입해 평균 수명까지 산다면 각 세대별로 본인이 낸 보험료보다 2.4~3.7배를 돌려받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1945년생의 경우 3.746배, 55년생은 3.267배, 65년생은 3.014배를 낸 보험료보다 더 받습니다.

국민연금 수익비와 연금수리균형보험료.(사망률 고정)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민연금 수익비와 연금수리균형보험료.(사망률 고정) /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반면 75년생(2.696배)과 85년생(2.585배), 95년생(2.482배) 등의 수익비는 2배 중반대에 머물렀고 2000년대 출생자의 경우 그 수치는 더 낮아집니다. 2005년생 2.460배, 2010년생 2.464배, 2015년생 2.471배 등입니다. 변변한 일자리마저 없어 알바를 전전하는 청년들에게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나이는 숫자’인 이들에게 되묻습니다.

“국민연금은 누가 더 많이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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