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중국 잡은 ‘초코파이’, 주인 바꾼 ‘부라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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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중국 잡은 ‘초코파이’, 주인 바꾼 ‘부라보콘’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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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내 나이는 마흔일곱, 중국·베트남·러시아에서 인기는 상상초월.”

1917년 4월 미국 테네시주 채타누가의 한 빵공장에서 통밀 비스킷 사이에 마시멜로를 넣고 초콜릿에 담근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50년대 인기절정을 구가했던 이 제품은 ‘문파이’입니다. 그로부터 56년 뒤 한국 제과회사의 직원은 애틀랜타 출장지에서 문파이를 맛보고 무릎을 탁 칩니다. 문파이보다 더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 1974년 4월생 ‘초코파이’의 탄생입니다.

초코파이 광고 '군인편' 영상 갈무리.
초코파이 광고 '군인편' 영상 갈무리.

“내 나이는 쉰하나, 열두시만 되면 연인들 손에 하나씩 들려있지.”

1968년 한 제과회사 개발팀의 박사는 ‘아이스크림’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당시는 나무 막대기에 얼음덩이를 꽂은 아이스케키가 전부였습니다. 박사는 주한미군에게서 탈지분유를 조달하고 비싼 아몬드 대신 땅콩가루를 얹어 ‘한국식 아이스크림’을 만듭니다. ‘크림’보다 ‘구리무’가 귀에 익던 시절, 브라보콘이 아닌 1970년 4월 1일생 ‘부라보콘’의 탄생입니다.

85년부터 3년여간 진행된 '부라보콘' 광고 영상 갈무리.
85년부터 3년여간 진행된 '부라보콘' 광고 영상 갈무리.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3월에만 20% 넘게 뛰었습니다. 지난달 2일 9만4600원이던 주가는 어제(31일) 11만5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21.5%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2.3%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입니다.

오리온의 주가가 이처럼 껑충 뛰고 있는 이유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중국 내 사재기가 번지면서 초코파이 주문량은 급속도로 늘어났습니다. 오리온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보다 31.5% 늘었는데(1397억원) 중국 매출은 53.2%나 증가했습니다.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도 매출액이 늘고 있습니다. 양을 늘리고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신제품들이 잘 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과 러시아의 올해 1~2월 매출액은 각각 67.2%와 39.2% 증가했습니다. 러시아에서 라즈베리맛 초코파이를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오리온의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코로나19 영향은 제한적이면서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방향성에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실적 개선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1일 오후1시58분 현재 오리온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1일 오후1시58분 현재 오리온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장수 군것질거리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가운데 부라보콘은 새로 주인을 맞이했습니다. 빙그레가 ‘부라보콘’을 생산하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롯데제과를 제치고 점유율 40%로 아이스크림시장 1위에 올라섭니다. 빙그레는 어제(31일) 이사회를 열고 해태제과식품으로부터 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제과 29, 빙그레 27, 롯데푸드 16, 해태아이스크림 15%입니다. 이번 인수로 빙그레가 롯데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42%인 1위 업체가 된 것입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해태제과식품이 올해 1월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한 법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1800억원대로 아이스크림 업계 빅4입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빙그레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며 롯데와의 격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생산·유통 부문에서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할 경우 롯데제과, 롯데푸드와의 격차가 상당해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같은 장수 먹을거리들과 관련된 소식에 누리꾼들은 달달한 추억과 함께 응원을 쏟아냅니다.

“초코파이 솔직히 맛있는거 인정” “오리온이 만들고 롯데가 베낀다=과자계의 공식” “과거에도 옆에 나라 전쟁나면 주변국은 오히려 팔아먹느라 호황 누리던 게 생각나네요... 씁쓸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그런 거라도 누리길 바랍니다. 사태 종식 후 그 나라들에 기부도 좀 하구요ㅎㅎㅎ” “러시아 인지도 팔도 도시락(넘사벽) > 오리온 초코송이 > 초코파이. 초코파이 없는 구멍가게는 있어도 초코송이 없는 구멍가게는 없어 보임” “이 와중에 잘 돌아가는 기업 있어서 그나마 다행” “진짜 쵸코파이는 어떻게 하다 울 나라에서 저렇게 독특하게 만든 거지. 쵸코랑 파이 결합이야 누구나 생각하겠지만 저 배합과 맛은 진짜” “나도 초코파이를 엄청 좋아하는데 근데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데 예전보다 사먹기 조금 부담이 돼요 조금 낮출 수 없어요?”.

1일 오후2시 현재 빙그레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1일 오후2시 현재 빙그레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빙그레가 독립유공자 후원하는 기업으로 알고 있음. OO보다 많이 사먹읍시다” “개인적으로 부라보콘은 초코맛이 좋습니다. 근데... 그런 초코맛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쉽네요... 여름에만 나오는 걸까요” “빙그레 과자류계의 오뚜기 싸고 맛난 거 많음” “빙그레는 라면사업을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다. 캡틴컵라면은 나의 인생라면임” “투게더 완전 좋아해용~~♡ 술 마신 담날 왜 투게더가 땡기는 건지. 난 숙취에 최고^^” “오~ 빙그레와 해태~! 응원합니다~~~” “여태 브라보 콘으로 알고 있었는데”.

‘군것질’. 끼니 외에 과일이나 과자 따위의 군음식을 먹는 일을 뜻하는 낱말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끼니가 아니라 ‘군것질거리를 뭘 먹을지’ 걱정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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