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쥐꼬리로 공룡그룹 쥐락펴락하는 회장님
상태바
‘1%대’ 쥐꼬리로 공룡그룹 쥐락펴락하는 회장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14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S 허창수 4.75%, 두산 박정원 7.41%, LS 구자열 2.5% 지분으로 ‘오너’
공정위 “총수 일가가 4% 미만의 지분으로 대기업집단 전체 지배”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오너가 되기 위해 모자지간, 그리고 남매지간에 지분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에 대기업의 지배구조 민낯이 그대로 노출됐는데요.

이들의 싸움을 보면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누나 조현아, 여동생 조현민(영문명:조에밀리리) 등 일가 각각의 지분 6% 남짓으로 그룹의 주인행세를 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양새였죠.

이같이 고작 10%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집단의 주인행세를 하는 재벌 총수들은 비단 한진家에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이 죄꼬리만한 지분으로 대기업의 오너가 돼 있는데요. 고작 1%대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를 가능케한 것이 바로 다단계식 순환출자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총수일가가 약 30%의 지분으로 A에 출자를 하고 총수는 A~D의 계열사를 만듭니다. 그리고 A→B→C→D→A 이런 구조로 서로 지분을 출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연결고리를 통해 총수일가는 강력한 지배력을 갖습니다. 이는 각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도와주는 구조이기도 하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진그룹이 이 꼴입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결국 한진칼을 장악하는 사람이 한진그룹을 장악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조씨 일가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52%, 여동생 조현아 6.49%, 조현민 6.47%, 어머니 이명희 5.31%의 지분을 소유 중입니다.

외부에서는 그레이스홀딩스 15.98, 델타항공 10.00%, 대호개발 5.06%, 국민연금공단 4.11%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지분구조 속에서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조원태 현 회장의 연임건이 다뤄진다는 것이 조씨 일가를 불안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17.84%라는 최대 지분으로, 우호지분과의 합심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큰 흔들림이 없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건설이 계열사인 대호개발의 소유지분으로 통해 경영참가를 선언하면서 조씨 일가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것이죠. 즉, 주인이 바뀌는 것입니다.

한진그룹처럼 한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주인행세를 하는 경우를 보면 기가 막힐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은 17.08%입니다. 고작 20%도 안되는 지분으로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죠. 물론 우호지분인 이건희(2.84%), 이부진(5.47%), 이서현(5.47%) 등 일가가 30.86%의 지분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인데요. 현대모비스 지분은 정몽구 회장 6.96%, 기아차 16.88%를, 기아차는 현대차가 33.88%, 정의선 부회장 1.74%를,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5.33%, 현대모비스 21.43%, 정의선 부회장 2.35%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가진 현대모비스의 지분 6.96%로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죠.

SK그룹도 마찬가지로 최태원 회장인 지주사인 SK의 지분 18.44%로,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 LG 지분 15.05%,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역시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11.7%로 거대 그룹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주사 지분이 10% 이상인 총수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10%도 안 되는 지주사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경우는 GS그룹 허창수 회장(4.75%),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7.41%), LS그룹 구자열 회장(2.5%)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반면 지주사 지분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총수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22.65%), 현대중공업지주 정몽준 회장(25.8%),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18.22%),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93.79%),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52.3%),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34.32%) 등입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9개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3.9%에 머물렀으며 총수는 고작 1.9%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4% 미만의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하여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죠.

1%대의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주인이 되는 구조. 왜 재벌가들이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지 알 수 있겠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