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출장’ 이해욱·허영인 청문회 반드시 열어야 하는 이유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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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출장’ 이해욱·허영인 청문회 반드시 열어야 하는 이유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0.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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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사업장’ 지탄에도 출장 핑계로 국감 불출석… 국회 환노위 “형사고발 앞서 청문회 열 것”
이해욱 DL이앤씨 회장(왼쪽)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해외 출장을 사유로 국감에 불출석한 이들에 대해 청문회를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이해욱 DL그룹 회장(왼쪽)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 해외 출장을 사유로 국감에 불출석한 이들에 대해 청문회를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해외 출장을 사유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해간 ‘미꾸라지 CEO들’이 고발 조치되고, 별도의 청문회가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국감에 불출석한 그룹 총수들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 관심이 뜨겁다.

잇단 중대재해와 제빵공장 끼임 사망사고로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지탄을 받으면서도 그룹 총수로서 무책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향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분노가 끓고 있다.

또 이들이 안전 불감증에 빠지도록 만든 원인으로 소홀한 현장감독을 지목하며 감독 당국의 안일함을 꾸짖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3일 허 회장과 이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여야 간사회의를 통해 고발·환노위 차원의 청문회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룹 전체를 관할하는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불러 재해 재발방지대책을 주문하고 답변을 들을 예정이었던 의원들이 잇달아 유감을 표하고 고발과 청문회를 논의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국회법상 위원회가 중요한 안건을 심사하거나 국정감사,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엔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돼 있다.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감 불출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노동계, 유족 등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시민대책위원회’와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24일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쇄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대기업 총수들이 입법기관의 증인 소환조차 해외 출장을 핑계대며 거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DL그룹과 SPC그룹은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라며 “바지사장이 출석,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모두 허언으로 끝났고, 그룹은 여전히 총수 일가의 돈벌이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생산과 이윤을 앞세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하겠다는 처사”라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재발 방지 대책을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지난해와 올해 계열사에서 사망사고를 낸 SPC그룹의 허영인 회장과 DL그룹의 이해욱 회장이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국회와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우롱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국회 차원의 별도 청문회를 촉구하고 있다. 해외 출장을 핑계로 국감에 불출석하는 게 정당한 사유로 용인돼 별다른 제재없이 넘어간다면 앞으로 국회가 대기업 총수를 국감장에 불러내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재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갖은 핑계로 국민적 요구에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국회 환노위에선 노동당국이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인 DL이엔씨 공사현장에 대해 현장 감독을 제대로 해 오지 않은 것이 이 회장의 안전 불감증을 키워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발생 위험이 큰 현장을 점검하는 ‘패트롤 현장점검’ 규모가 현정부 들어 대폭 줄어든데다, 지난해 DL이앤씨에 대한 현장점검은 다른 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회 환노위 박정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DL이앤씨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 158곳 중 공단이 단 한번이라도 현장점검을 한 사례가 사망사고가 난 후 방문한 7곳을 포함해 33곳에 불과하고, 규정보다 늦게 현장을 찾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번이라도 방문한 비율이 21%에 불과해 중대재해 다발업체라는 점에 비추어 현장점검 비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공단은 지난해 전체 건설현장의 63%를 직접 방문·점검했지만, DL이앤씨 현장은 21%에 그쳤다. 또 6개월에 1회 이상 현장을 점검해야 하는 67곳 중 실제 점검을 나간 곳도 14곳에 불과하고, 최장 9개월을 지연해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정 위원장은 “공단이 관리해야 할 현장이 많다고 해도 연이어 중대재해를 일으키고 있는 업체의 현장은 공단이 특별관리 하는 것이 보다 강하게 현장의 안전을 지킬수 있는 것”이라 지적하고 “국감에 불출석한 이 회장에 대해선 형사고발에 앞선 청문회를 열자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다발 기업 DL이앤씨에 대한 책임 논쟁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20일 국회 보건위 국감에서 국민연금이 DL이앤씨에 대해 안전망을 철저히 구축하도록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7번의 사고로 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DL이앤씨에 대한 투자 철회를 통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이번에 ‘미꾸라지 출장길’을 나선 그룹 총수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이 대목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잇단 재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대책을 국민 앞에 밝히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고 질의와 답변을 통해 사후 대책을 함께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분노가 이처럼 거셌을까. 아무튼 청문회가 과연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하긴 어렵지만, 만약 그리 된다면 이는 그동안 진실성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

한편 이 회장과 허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국회 환노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사유로 나란히 불출석했다. 허 회장은 “SPC삼립의 생산시설 안전시스템 확충과 첨단 자동화설비 투자를 위해 업체 대표들과 MOU 체결이 예정돼 있고, 안전투자계획 이행을 위해 본인이 직접 참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6일 출국해 미국에 머물고 있던 이 회장은 23~27일 파나마 항만사업 참여 계획 논의, 소형모듈러원전 기업 엑스에너지와 투자확대·협력 협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KBR과 바이오 항공유 기술 공동개발 MOU 체결 등이 예정돼 있다며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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