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부르든 말든… 허영인 SPC 회장 ‘미꾸라지 출장’?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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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부르든 말든… 허영인 SPC 회장 ‘미꾸라지 출장’?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0.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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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제과제빵박람회 참석 7월에 이미 계획” 국감 불출석
“안전투자 계획 이행에 도움” 귀국 보따리 확인될지 궁금
“당당히 국감 참석, 잇단 끼임사고 책임에 진정성 보여야”
허영인 SPC그룹 회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21일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PC
허영인 SPC그룹 회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이 지난해 10월 21일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SPC

“허영인 SPC 회장을 올해도 못 부르면 우리 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국민들이 물어볼 것 같다”라던 이은주 정의당 의원의 발언이 무색해지게 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허영인 SPC 회장을 오는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추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번 환노위의 추가 증인 채택 이후 유럽 출장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허 회장은 23일 환노위에 보낸 불출석 사유서에서 “K-푸드 세계화와 함께 SPC그룹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미리 계획된, 불가피한 해외 출장 때문에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못하는 점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국회 환노위는 제빵공장 기계장치 끼임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등 중대재해 사고로 사회적 이슈가 컸던 만큼 당초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허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불발되며 계열사 사장인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만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회장은 “10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행사인 IBA(국제 제과제빵 박람회)의 경우 안전투자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참석할 필요성이 크고, 해외 사업 특성상 일정을 임의로 변경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라고 했다.

허 회장은 또 “이번 유럽 출장은 올해 상반기에 계획된 것으로서 지난 7월 18일 이미 항공권 및 숙박시설을 예약하는 등 국감과 무관하게 미리 정해진 일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SPC그룹을 총괄하는 황재복 대표이사가 출석해 증언하게 해달라”라며 “SPC그룹 회장으로서 그간의 인명사고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안전대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밝혔다.

허 회장과 함께 26일 고용노동부 종합감사 추가 증인으로 채택됐던 이해욱 DL그룹 회장도 ‘해외 출장 중’이라는 같은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지난 8월부터 계획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그룹 CEO들에겐 국감 시즌에 맞춰 해외 출장을 갈 수밖에 없도록 계획을 세우는 남다른 치밀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잇단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그룹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묻고 따지려던 국회의 화살은 이번에도 빗나가게 됐다. 그럼에도 그룹 CEO들이 줄줄이 해외 출장을 떠나는 것이 국감을 고의로 회피하기 위한 수단 아니었느냐는 눈총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도덕적 해이로 비춰져 국민적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에 업계에선 허 회장이 안전투자계획 이행을 위해 IBA 참석이 필요하다고 해명한 부분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각국 바이어가 대거 참여해 비즈니스의 장으로 열리는 IBA에 참석하는 것이 안전투자계획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말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급하게 '안전투자계획 이행'이라는 내용을 불출석 사유서에 끼워넣은 것 같다는 의심이다. 

허 회장이 잇단 중대재해에 대해 진심으로 책임을 느낀다면 국감장에 참석해 사고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을 당당히 밝히고 조언을 구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런 목소리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해외 출장길에 오른 허 회장이 과연 어떤 안전대책을 보고 배워서 귀국보따리에 담고 올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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