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주가 급등락, 허영인 아들 허희수 승계 작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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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주가 급등락, 허영인 아들 허희수 승계 작전?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1.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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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시장가치 대변동기, 허진수·허희수 형제 전면 등장 후 승계 이슈 본격화 기간 맞물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어릴 적 맛있게 먹었던 먹거리는 사람에게 거부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어머니는 곗날이면 나를 데리고 집을 나섰는데, 그때 동네 중화요리 집을 따라가 붉은 테이블 구석에서 얻어먹던 짜장면 맛은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가끔 무심코 골목을 지나며 낯선 이가 대면하고 있는 짜장면 향을 맡을 때마다 어머니 치맛자락이 내는 바스락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필자와 같이 19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에게 짜장면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산품이 바로 삼립의 ‘크림빵’이다. 지금도 가끔 앉은 자리에서 크림빵 여섯 개를 먹던 친구의 모습, 크림빵을 반으로 갈라 속 안에 든 뽀얀 크림을 혀로 핥아먹고 빵만 도로 붙여 친구를 골탕 먹이던 추억 등이 떠오른다. 중학교 들어갈 때부터 크림빵을 안 먹었으니 한 오십여 년 전 기억임에도 ‘삼립’은 필자 기억에 달콤함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인지 크림빵 회사의 주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확인한 크림빵 주인 회사에 대한 소식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해 실망스럽다.

자료 1. /그래픽=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자료 출처=KRX
자료 1. /그래픽=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자료 출처=KRX

‘삼립’으로 기억되는 회사의 현재 이름은 SPC삼립(이하 삼립)이다. 삼립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데 시장가치(=시가총액)가 심상치 않다. 시장가치는 상장주식 수와 주가의 곱으로 그 회사에 대한 금융시장의 양적, 질적 평가와 전망, 그리고 자본 투자 등 회사의 전략적 대응이 담겨있다.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삼립의 시장가치는 2011년부터 상승해 2015년 중반까지 50배 뛰었다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최근에는 약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도대체 지난 20여 년 동안 삼립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양산빵 산업의 공룡, 삼립은 크림빵(1964년), 호빵(1971년), 하이면(1974년), 보름달(1976년), 아시나요(1984년), 누네띠네(1989년), 국진이빵(1999년) 등 대부분 히트상품을 2000년 이전에 내놓았다. 그러나 독점적 브랜드의 특혜를 누리는 ‘승자의 저주’가 삼립에도 닥쳤다. 창립자 허창성 전 회장의 장남 허영선 회장이 경영하던 시기, 삼립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1997년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그 덕(?)에 1986년부터 ‘샤니’를 육성한 차남 허영인 회장이 덩치가 10배 큰 삼립을 2002년에 인수했고, 이때부터 삼립은 SPC그룹 체제로 경영을 시작한다. 이어 2000년대 후반에는 허영인 회장의 아들 형제가 경영에 참여했다. 2000년대 들어서 삼립은 워크아웃에서 탈출했지만, 자료 1에서 보는 것처럼 새로운 역사가 시작하는 국면에 들어간다.

자료 2. /그래픽=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자료 출처=DART
자료 2. /그래픽=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자료 출처=DART

삼립은 파리크라상이 상위 지배회사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삼립 외 68개 비상장 회사가 SPC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 63.31%,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 20.33%,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12.81%, 허 회장의 부인 3.54%로 총 100% 지분을 총수 가족이 각각 분할 소유하고 있다. 또한 SPC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PC삼립의 지분은 파리크라상이 40.56%, 허영인 회장이 4.62%, 허진수가 16.2%, 허희수가 11.92%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비상장 회사는 주로 파리크라상이 지배하고, SPC삼립과 총수 일가가 일부 기업을 지배하는 그룹 지분구조로 되어 있다. 2012년부터 SPC그룹 지배구조는 현재의 파리크라상 중심 지주체제로 변화하고 있는데,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허씨 형제의 파리크라상 지분을 키워야 한다. 결국 이들 형제의 그룹 내 보유 지분 가치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자료 1처럼 삼립의 시장가치가 급락하게 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단서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7월 <기업집단 SPC의 통행세 거래 등 부당 지원 행위 제재>를 발표하고 허영인 총수 등을 고발했다. 허 회장 등은 SPC그룹이 삼립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도록 관여한 혐의다. 공정위가 밝힌 SPC그룹의 혐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데, ▲샤니의 판매망과 상표권 무상 이용 ▲계열사 밀다원 주식의 삼립에 저가 양도 ▲통행세 거래 등이 상세하게 보고서에 적시됐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 내용 가운데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수사를 재개해 2022년 기소했고, 올해 1월 허영인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담당 재판부는 다음 달 2일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허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소환 조사했다. 허 부사장은 2018년 마약 사범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처벌을 받고 ‘영구히’ 경영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가 3년 만에 SPC그룹 계열사 ‘섹터나인’ 임원으로 경영에 복귀하며 공분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자료 3.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자료 3. /출처=공정거래위원회

특히 공정위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SPC그룹 계열사의 불법·부당한 삼립 지원 이유다. 공정위에 따르면, SPC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파리크라상의 허영인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들 내부 자료에 의하면 삼립 주식 가치를 높인 뒤 현물출자, 주식교환으로 파리크라상의 허씨 형제 지분을 키울 수 있으므로 삼립 주가를 올리는 불법·부당한 방법을 다양하게 동원했다는 것이다. 경영 승계 동기 측면에서 SPC그룹의 삼립 주가 띄우기는 2015년에 있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주가조작 사건보다 4년여 앞서 일어난 선배 격인 사건이다. 삼립 주가 부양을 위한 부당 지원이 이어진 기간을 2011년에서 2018년으로 공정위는 분석하고 있는데, SPC삼립 시장가치 대변동이 있었던 기간과 허영인 회장 아들 형제가 경영에 등장한 후 총수 일가 2세 승계 이슈가 본격화한 기간이 겹치는 것은 아주 공교롭다.

자료 4. /출처=신한투자증권
자료 4. /출처=신한투자증권

한편 올해 들어 발표한 SPC삼립에 관한 증권 분석 보고서도 우호적이지 않다. 신한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중반까지 SPC삼립의 목표주가를 최고 10만원으로 제시했으나 새해 들어 각각 8만8000원과 8만원으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보고서 제목은 <신사업보다는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으로 완곡하게 표현했으나, ‘딴짓하지 말고 제발 빵이나 잘 만들어 팔라’라는 경고로 이해된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은 삼립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1년 이후 급전직하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도 내림세는 지속한다고 내다봤다. 특히 EV/EBITDA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입 대비 시장가치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현재 기업의 시장가치를 추산할 때 사용하는데(예를 들면 기업 가치를 기업이익의 몇 배로 추산하는), 이 배수도 내림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삼립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고 있고, 삼립의 기업활동에 시장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분석을 담고 있다.

이상 열거한 이유로 ‘크림빵’ 삼립에 대한 필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외에도 SPC그룹 계열사의 노동자 사망 등 연이은 산업 재해에도 총수 일가의 무책임한 행태에 반발한 SPC그룹 제품 불매운동도 있었으며, 그룹 차원에서 노조 파괴 행위도 서슴지 않은 혐의로 검찰이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쯤 되면 총수 일가의 활약(?)에 부당행위가 시작된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SPC삼립의 주가가 언제쯤 회복될지는 기약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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