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도 국감 증인 불출석 규탄… 증여세 회피, 배임 혐의 판결 주목
해외 출장을 사유로 중대재해 관련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피해간 허영인 SPC그룹 회장, 그를 부르는 곳이 넘쳐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허 회장을 대상으로 청문회 추진을 의결했고, 한쪽에선 국회 차원의 고발조치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허 회장의 무성의·무책임을 강력 규탄하고 나선 가운데, 지난달 30일엔 SPC 자회사의 부당 노동행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허 회장과 임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허 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증여세 회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공판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SPC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 주식을 헐값으로 SPC삼립에 넘기게 해 자회사 두 곳에 손해를 끼친 혐의이다. 그야말로 시민단체, 국회, 검찰, 법원 등 사방에서 허 회장을 부르는 사면초가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그런데 이번에 SPC그룹 본사와 윗선을 겨눈 검찰의 칼끝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SPC그룹 자회사인 파리바게뜨 노조의 폭로에 사측은 그동안 사실 무근이라고 의혹을 부인해 왔지만 경찰 수사와 관련 소송에서 사건의 실체가 일부 밝혀져 검찰이 윗선으로 강제수사를 확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지난 30일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의 부당노동행위 사건과 관련해 허영인 회장 및 임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허 회장을 비롯해 임원의 사무실과 사내 서버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허 회장을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채용·양성 등을 담당하는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파리바게뜨 노조가 2021년 PB파트너즈의 조직적인 노조 탈퇴 공작을 폭로하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노조 측은 임원들이 중간관리자에게 노조 탈퇴를 시켜오라고 돈까지 주면서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관계자들을 대거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PB파트너즈 중간관리자는 소속 제빵기사의 노조 탈퇴서를 임의로 작성한 사문서 위조 혐의로 약식 기소되기도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12일 SPC그룹 본사와 PB파트너즈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24일 PB파트너즈 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윗선 개입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과정에서 허영인 회장을 포함한 윗선 개입 단서를 포착해 허 회장 압수수색에 자신감을 보였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검찰 수사 결과로 허 회장 등 SPC 본사 윗선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허 회장은 물론 SPC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룹 계열사에서 잇단 끼임 사망사고로 '죽음의 사업장'이란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국감 증인 출석을 피해간 허 회장은 무책임한 이미지에 더해 뒤에선 노조파괴라는 불법을 지시한 오명까지 추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증여세 회피와 배임 혐의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니 허 회장이 빠져나가야 할 험로가 참 넓고 멀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