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대장금? 판타지오 주가 끌어내리는 남궁견 회장의 ‘무자비 레시피’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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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대장금? 판타지오 주가 끌어내리는 남궁견 회장의 ‘무자비 레시피’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2.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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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비 마련 등 199억 유증에 시장은 ‘냉담’… 금감원도 ‘남궁견 방식 M&A 수법’ 주목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유상증자를 시행해 199억원의 콘텐츠 제작 자금을 조달하겠다며 지난달 1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판타지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판타지오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드라마 제작(151억원)과 음악 앨범 제작(34억원) 등 순수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판타지오는 이어 지난달 30일 ‘제2의 대장금’을 제작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를 통해 유상증자 당위성을 홍보하고 우호적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자료 1. /출처=DART
자료 1. /출처=DART

이번 유상증자는 판타지오 현 상장 주식 수의 95%에 해당하는 주식 증가를 초래하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이다. 실권주는 하이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유상증자 기본 수수료 외에 18% 할인 가격으로 인수한 후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따라서 유상증자 모집 금액의 2.5%나 되는 수수료를 뺀 자금만 회사에 유입된다. 무엇보다 이번 대규모 유증에 불참하는 기존 주주는 지분 희석 위험은 물론 18% 이상의 수수료를 할인한 가격 하락 위험에 직면한다.

자료 2. /출처=네이버 증권
자료 2. /출처=네이버 증권

보통 유상증자는 기업의 자본 확충과 미래 사업 확장 또는 역량 강화에 긍정적이므로 해당 기업 주가 상승을 동반하지만, 판타지오의 이번 유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관심을 끌 만한 드라마 제작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유증 공시 이후 판타지오 주가는 급락했다. 판타지오 주가는 유증 공시일인 19일 종가 292원에서 29%까지 하락했다가 지난주 말 소폭 회복했으나, 여전히 공시일 기준 마이너스 23% 수준이었다. 시장 투자자가 상당히 실망했음을 알 수 있으며, 판타지오의 행태를 검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 3.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KRX 자료 재구성
자료 3. /출처=뉴스웰경제연구소 조수연, KRX 자료 재구성

시장의 우려는 단지 이번 유상증자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자료 3>은 2015년 이후 판타지오의 주가와 시가총액, 상장 주식 수 추이를 그림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복잡하지만 세 가지 지표를 같이 보는 것은 단순 주가만 볼 때 있을 수 있는 자본조정에 따른 착시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판타지오는 2016년부터 2021년 이전까지 중국계 자본이 경영을 지배했다. 당시 판타지오는 2016년에 주가나 시가총액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한한령 이후 줄곧 하락 추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 판타지오를 국내 토종 인수합병(M&A) 대표 전문가인 (또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남궁견 회장이 인수하면서 2021년 초반 주가가 반짝 강세를(다만 시가총액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인수한 이후 최근까지 판타지오 주가는 약세를 지속하며, 세종로봇·고려폴리머 등을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한 남궁견 회장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다. 원영식 초록뱀컴퍼니 회장에 버금가는 M&A 전문가로 시장이 인정하는 남궁견 회장은 재무적 투자가 아닌 직접 경영 참여와 구조조정을 실시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하는 전략적 투자가로 알려졌다. 그는 은퇴한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 밑에서 범죄 연루 기업의 인수합병을 배운 것으로 알려지는데, 지난해 2월에는 코로나19 및 독감 진단키트 제조회사인 휴마시스를 인수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궁견 회장의 인수합병 공식은 인수 후 감자와 상장폐지, 그리고 전환사채(CB) 및 유상증자를 이용해 기업을 철저히 구조 조정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구조조정 과정 가운데에 있는 기존 소액주주와 근로자는 피해를 보기 쉽다. 자료 3에서 보는 것처럼 남궁견 회장의 인수 이후 판타지오는 액면 분할과 감자, CB 발행과 전환 등 상장 주식 수의 급격한 조정이 이어졌다. 특히 감자 후 CB 발행과 주식 전환을 통해 일부 투자자에게 상당한 이익을 몰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견 회장의 M&A팀이 그들만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 기술을 어김없이 판타지오에도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대주주가 아닌 판타지오 상장 주식 수 약 40%의 주주는 주가 하락과 발행 물량 증가에 희석이라는 이중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업 구조조정 행태가 판타지오의 이번 유상증자에 관한 투자자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자료 4. /출처=DART
자료 4. /출처=DART

설상가상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판타지오의 증권신고서에서 중요사항의 기재가 불충분하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무슨 사항이 미비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판타지오는 반복적인 공시 위반을 한 전력이 있어서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유상증자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예의 주시할 것임이 틀림없다. 아울러 다소 무자비한 남궁견 회장의 기업 인수합병 방식을 자본시장 관행이라고 묵인하기에는 금융당국으로서도 부담이다. 판타지오에서 벌어지는 구조조정 행태가 자본시장법 제1조 목적에서 명시하는 ‘투자자 보호’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과는 거리가 있으며, 극단적인 자본시장 이용 이익 집중 현상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새 정부 출범 후 줄곧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금융산업을 닦달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자본시장에서 증권회사의 위법한 성과 관행과 사모 운용사의 법규 위반을 지속 단속하는 한편, 특히 지난해부터는 사모사채가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주범으로 보고 감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자와 근로자 등을 극도로 곤란한 처지에 몰아넣는 ‘CB 요리사’ 남궁견 회장의 돈벌이 행태에 금융당국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느 정부보다 자본시장의 ‘법꾸라지’를 다룰 준비가 된 금융감독 당국이 어떻게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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