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실패’ 대신증권, 사옥 팔아도 ‘종투사’ 절대 못 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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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 실패’ 대신증권, 사옥 팔아도 ‘종투사’ 절대 못 되는 이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3.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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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익근 대표 연임 앞두고 투자 손실 비IB 조직 이전…초대형 IB 걸맞은 안목·역량부터 갖춰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사과 등 과일값 폭등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국민 사이에 시끄러운 요즘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과일과는 달리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과일도 있는데 바로 레몬이다.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 조지 애컬로프는 1971년 레몬시장(the market for lemons)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차이로 중고차 시장에서 불량 차량, 레몬만 남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한다. -상대적 개념, 우량 차에 해당하는 과일은 복숭아로 애컬로프 교수는 시장에 정보 격차라는 개념을 도입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여기서 레몬이라는 은유는 우리말로는 빛 좋은 개살구일 것이다.

최근 증권업계에 ‘레몬’이 될 우려가 있는 증권회사 한 곳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자기자본 3조원을 채워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하려는 대신증권이다. 이 회사는 최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15% 이상 변경으로 경영 실적을 의무 공시했는데, 계열사 경영 실적을 연결한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8.7%, 영업이익은 27.7%나 감소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8.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증가 덕에 지난달 14일 공시한 영업보고서의 자본총계는 2조8529억원으로 3조원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옥 매각(평가금액 6000억~7000억원 추정)에 성공하면 초대형 증권회사에 진입할 자본 기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 1.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자료 1. /출처=나이스신용평가

그러나 최근 알려진 대신증권의 연이은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 소식은 이 회사가 ‘과연 거대 자본을 잘 관리할 역량이 있는가?’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대신증권은 국내 부동산 PF 위험관리를 철저히 했으나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조사에 따르면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25개 증권사의 2023년 9월 말 해외부동산 투자 금액(exposer)은 14조4000억원이고, 이중 투자 행태로는 펀드·리츠·지분이 8조7000억원,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이 각각 6조6000억원, 5조4000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해외부동산 투자 금액이 1조원을 초과한 증권사는 미래, NH, 하나, 메리츠, 신한과 그리고 대신 여섯 곳이었다.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지난해 세계적 고금리 영향으로 증권사 투자가 집중한 미국과 유럽의 해외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에서 기한의 이익 상실(EOD) 사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EOD란 선순위 채권자에 이자 또는 원금을 미지급하거나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LTV(부채 대비 자산가치 비율) 조건 미달로 대출을 회수하는 상황을 말한다. 한마디로 대출 또는 투자 계약이 중도 해지되고 손실이 발생하는 사태로 투자 실패 상황이다. 통상 기한 이익 상실은 금융회사가 일반인 채무자에게 선언하는 것이며, 금융 전문가로 자처하며 수많은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금융회사가 EOD를 당하는 것은 부끄러운 상황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러한 EOD 경고 상황이 대신증권에 한 번도 아니고, 연속 발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신증권은 메리츠화재 등 3개 보험회사와 NH증권과 함께 영국 런던의 사무용 건물 ‘원 폴트리(1Poultry)’에 하나대체투자 자산운용의 에쿼티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그러나 영국 부동산시장 침체로 LTV 조정에 따른 추가 자금 납부가 어려워지자, 선순위 채권자 아일랜드 은행이 대출채권을 매각했고 이를 부실채권 전문회사 대신F&I가 전액 매입해 선순위를 취득했다. EOD 상황을 지연하려는 조치로 추정되는데,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에 이미 전액 손실 반영했고, NH투자증권은 투자 지분을 재매각했다. 선순위자인 대신금융그룹과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과 투자자 사이의 추가 출자를 놓고 합의가 어려워 관계가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료 3. /출처=보도자료 재구성
자료 3. /출처=보도자료 재구성

2월 말에는 대신증권이 관련된 또 다른 EOD 관련 소식이 전해졌다. 대신증권은 영국 원 폴트리에 투자한 다음 해인 2019년, 이번에는 도버해협을 건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FBC타워 지분 49%에 약 1300억원을 투자했다. 건물 인수에 필요한 나머지 지분 51%는 매각사인 어라운드 SA가 인수 금융을 제공했다. FCB타워는 2021년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독일연방은행과 임대차 계약을 한 건물로 알려졌는데, 이 건물 지분을 소유한 특수목적기구(SPV)에 투자한 신한AIM부동산 사모펀드에 대신증권은 투자했다. 투자자금은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문제는 2022년 12월 인수 금융의 만기 연장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어라운드 SA가 요구한 무리한 조건을 대신증권이 합의했는데, 즉 만기 연장이 필요한 대신증권은 51% 대출의 디폴트 시에 지분 49%를 단 2유로에 몰수한다는 조항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약 9개월 지나 펀드 설정 기한이 된 지난해 8월,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자, 담보인정비율 LTV가 높아졌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 EOD로 대출 부도가 발생하면 2유로에 투자 지분을 빼앗길 수 있으므로, 대신증권은 2차로 추가 자금 약 273억원을 투자하고 펀드 만기를 2026년 2월까지 연장했다. 추가 자금은 역시 유동화증권 매각으로 조달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가격이 회복하면 재매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유동화 단기사채(ABSTB) 매각으로 시장에서 대신증권이 조달한 대부분 투자금은 투자 손실을 대부분 대신증권이 떠안는 구조의 신용보강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해외투자 위험이 노출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대신증권은 해외부동산 자기자본 투자 및 딜 관리 체계를 전략지원 부문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상 실행 주체가 손실 발생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상식이다. 결국 이러한 조치는 결국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딜을 실행한 IB 조직에서 손실 처리를 비(非)IB 조직으로 이전한 것인데,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처리가 확실해지자 책임 소재를 흐리는 등 대신증권 내부적으로 비상식적 조치가 필요한 모종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교롭게 오익근 대표이사 연임이 목전에 있어 그에게는 경영실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1조원이 넘는 해외부동산 투자 익스포저를 보유한 대신증권은 지난해 2023년까지는 큰 무리 없이 리스크 관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24년 2월 들어 나이스 신용평가회사가 ‘증권회사 해외부동산 투자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라고 경고한 이후 금융감독원도 즉시 현황 점검에 나섰다. 증권회사 해외 부동산 투자 14조4000억원이 심상치 않다는 조짐이다. 대신증권은 2024년에 종투사 되기 위해 자기자본 3조원을 이루기 위해 사옥 매각도 불사하는 중이다. 추가적인 잠재 부실 노출은 이러한 노력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한편 진짜 문제는 자기자본뿐 아니라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투자 안목과 위험관리 역량이 갖춰졌다는 시장의 신뢰와 평판이 함께 따라야 하는데, 최근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소식은 이에 상당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필자는 오히려 3조원짜리 초대형 레몬으로 대신증권이 평가받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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