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 담긴 우리은행의 진심 금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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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요구권 공시에 담긴 우리은행의 진심 금융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3.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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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동상이몽’(同床異夢). 같은 침대에 자면서 꿈을 다르게 꾼다는 사자성어는 사용된 소재에 비해 탄생 배경은 피비린내가 난다. 주나라 왕실의 권위가 약화된 춘추전국 시대 제후국들이 합종연횡으로 전쟁이 빗발친 세태를 풍자한 말로 전한다. 이러한 행태는 사람의 행동과 관련한 데이터 분석에도 적용된다, 어쩌면 데이터 분석에는 동상이몽은 완곡한 표현이고, 대부분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해석과 주장을 펼치는 편이 다반사일 것이다. 즉 같은 데이터를 놓고 특정 관점에 치우치거나 특정 주장을 생성하는 의도가 있는 자는 자기 관점에 맞게 필요한 부분을 편집해서 유리한 주장을 내놓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의 활자와 숫자로 전달받으면 일방적으로 신뢰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자료 1.
자료 1.

필자의 동상이몽은 최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발표한 보도자료와 관련한 것이다. 소비자주권이 지난 5일 4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감면 행태를 분석하고 소비자들의 주권을 해친다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서 하나은행이 기업보다 가계를 홀대하고 있다고 소비자주권은 비난하고 있다. 얼마든지 보는 사람에 따라 같은 데이터로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똑같은 보도자료에서 4대 시중은행의 다른 면모가 읽혔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는 은행별 금리인하요구권 처리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받은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 조건에 해당하면 대출받은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권한으로, 2019년 법제화되었다. 최근까지 고금리로 가계는 물론 기업 등 대출자의 금리 고통이 가중하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보기에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은행의 대응 행태는 금융소비자가 은행 거래를 판단할 아주 중요한 요소가 담겨 있다. 즉, 은행이 금융소비자를 단지 대출을 통한 소득원으로만 보는지, 고객을 비즈니스 동반자로 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가 고객을 동반자로 여기는 강도는 이른바 은행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과 크게 관련이 있다.

자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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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금융소비자에 가장 공감하는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가계로부터 가장 많은 금리인하 요구를 접수했다. 필자가 금융회사에 근무한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금융서비스 처리를 요구하는 접수 건수는 금융회사의 고객에 대한 공감을 읽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우리은행의 금리인하 요구접수 건수는 다른 은행과 비교해 압도적인 숫자인데, 우리은행 경영진과 직원은 형식적이 아니고 진심으로 대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우리은행은 가계 금융소비자에 관한 생각이 남다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다른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용 건수로도 재확인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 감면 총액은 신한은행 다음으로 많은데, 이는 건당 감면액이 가장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것은 우리은행 직원이 소액 가계도 마다하지 않고 세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근거임이 틀림없다.

자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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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은행은 가계신용 대출금리도 전반적으로 낮게 부과하고 있어서, 우리은행 이용 가계는 고금리 시기에 그래도 덜 고통스러웠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신한은행은 기업 대출에 진심인 편이고, 하나은행은 가계나 기업 대출 모두 건당 감면액이 두드러져 역시 프라이빗 뱅킹(PB)이 강한 은행답게 고액 자산가나 대기업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공시한 가계 신용대출 금리도 가장 높다. 이는 잔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로 아마 부자와 비교하면 신용과 기여도가 낮은 소액 대출자 가계 금리는 더욱 높을 것이다. 금리인하 요구 데이터의 행간은 PB 영업 대상이 아닌 중산층 이하 금융소비자는 우리은행에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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