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한진家의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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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한진家의 역사’는 반복된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9.12.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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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 외쪽부터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왼쪽부터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아버지가)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가라고 말씀하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뒤 인터뷰에서 한 말이죠.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일 “고인의 유훈과 다른 방향”이라며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을 쏴 올렸는데요.

유언장유훈. 단어만 다르지 선대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형제들과 겪은 경영권 분쟁과 꼭 닮은꼴입니다.

조원태 vs 조현아의 경영권 다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조원태 회장으로 지정하면서 불씨가 됐는데요.

이같은 공정위의 지정에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든 것입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에 시동을 걸었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23일)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님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들 간 실질적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위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다”고 주장했죠.

이런 분쟁의 불씨는 지난 5월 공정위의 직권 지정 때 이미 예견이 됐었죠.

당시 그룹 내부 의사가 합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가 14조 4항에 따라 유권해석을 내려 조원태를 총수로 지정한 것인데요. 공정위도 내부 합치가 되지 않아서 신청을 못 했기 때문에 직권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갈등은 계속 불씨로 남아 있었던 것이죠.

여기에 용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동일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총수’라고 명확히 규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공정위에서 말하는 동일인이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나 법인’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죠. 공정위도 할 말은 있습니다. 총수에 대한 부작용을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바지사장처럼 바지 총수에 대한 부작용 방지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아무튼 이를 보면 현재 한진그룹의 다툼 요지는 공정위 탓(?)입니다.

조 전 부사장 측 설명에 따르면 상속인들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위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된 것이 제일 먼저 문제이죠. 또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가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는 것, 이는 조원태 회장 탓(?)이네요.

한진그룹의 승계 갈등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이 큰 문제였던 건 사실입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지배하는 사람이 총수가 되는데 법정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대로 상속되면 3남매가 엇비슷하게 보유하게 됩니다.

조원태(6.46%), 조현아(6.43%), 조현민(6.42%) 등 3남매의 지분이 비슷합니다. 결국 고 조양호 회장 지분(17.84%)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었죠. 여기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27%)이 변수로 떠오르게 됩니다. 일각에선 이 고문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고문의 행보에 따라 경영권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기에 한진그룹 측은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에 따라”라면서 역시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외치며 맞서는 양상입니다.

한편 한진家의 형제의 난(남매의 난)은 선대부터 이어지고 있는데요. 고 조양호 전 회장과 형제들의 다툼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조양호(장남), 남호(차남), 수호(삼남), 정호(사남) 등 4형제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집니다.

고 조중훈 회장은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 조남호 전 회장에게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 전 회장에게 한진해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는 한진투자증권을 각각 분배했습니다.

하지만 조남호 전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유산분배 등을 놓고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고인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법정 소송전까지 벌였죠. 이 과정에서 삼남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했는데, 이후에도 조양호 회장은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갔습니다.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고,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일단락됩니다.

조원태 회장에 따르면 고 조양호 회장은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그룹을 이끌어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원태, 조현아 남매의 ‘유훈’을 사이에 둔 싸움은 이제 시작됐습니다. 앞서 고 조양호 회장과 형제들이 ‘유언장’을 놓고 싸웠던 것처럼요. 역사는 반복이라고 했죠. 옛말에 ‘권력에는 형제부모도 없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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