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묶고, 13조 배당… ‘삼성전자’ 또 살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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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묶고, 13조 배당… ‘삼성전자’ 또 살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12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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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70년대 삼성전자 흑백 TV 생산라인. /자료사진=삼성전자
1970년대 삼성전자 흑백 TV 생산라인. /자료사진=삼성전자

“구 사장, 우리도 전자를 할라네.”

사돈의 말을 듣고 집에 온 구인회 금성사 사장은 큰 아들 구자경에게 섭섭함을 털어놓습니다. “서운한 일이지만 우짜겄노”. 구 사장의 사돈은 군사정권의 요구에 마지못해 뛰어든 중화학보다 전자산업에 유독 관심을 보입니다. 당시 교류하던 일본 경제인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1969년 1월 전자회사를 세웁니다. 이병철의 ‘삼성전자 설립기’입니다.

‘삼성전자’. 1969년 1월 13일에 세워진 전자·전기제품 및 반도체통신기기 제조업체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SAMSUNG’이라는 영어식 표기로 외국인에게는 “샘숭”으로 곧잘 불립니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현지 삼성전자 백인 직원에게 “샘숭이 아니고 삼성”이라고 발음 교정을 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9일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장관, 맨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9일 권덕철 기금운용위원장(보건복지부장관, 맨오른쪽)이 참석한 가운데 ‘제4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비중 허용한도가 1%포인트(p) 늘어나면서 대형주, 특히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기금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내다판 종목이 삼성전자였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13조원이 넘는 결산배당금 지급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주가에 긍정적 전망을 더하고 있습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기금이 올해까지 처분해야 할 국내주식은 모두 10조6247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9일 국내주식 목표비중 유지규칙(리밸런싱)을 논의하면서 전략적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2%p에서 ±3%p로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주식 목표비중은 16.8%이고, 여기에 SAA 허용범위 ±3%를 적용하면 최대 19.8%까지 국내주식 보유량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올해 매도 목표보다 8조5528억원이 줄어들면서 하루 평균 매도금액도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단위 원. /자료=에프앤가이드
단위 원. /자료=에프앤가이드

국민연금의 매도물량이 줄어들면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수혜를 볼 전망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입니다. 지난 9일까지 연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5조7610억원어치 팔아치웠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부터 줄곧 8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데, 연기금의 강한 매도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연기금은 삼성전자 외에도 같은 기간 ▲LG화학 1조1530억원 ▲SK하이닉스 1095억원 ▲네이버 878억원 ▲현대차 819억원어치 등 시가총액 톱10 종목들을 중심으로 팔아치웠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순매도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경우, 매도세가 크게 완화되면서 대형주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대형주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근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만큼 ESG 평가가 주가 방향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로 8만원대에 갇혀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을 탈출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로 8만원대에 갇혀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을 탈출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 연구원은 이어 “올해부터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운영해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라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7000원, 투자의견 ‘매수(BUY)’를 유지했습니다. 여기에 나흘 뒤 13조원이 넘는 결산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배당금 재투자에 따른 매수세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모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오는 16일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특별배당금이 주당 1578원, 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 등 모두 13조1242억원입니다. 이에 따라 전체 주식의 54%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금만 약 7조7400억원입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금 1조4400억원의 5배가 넘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장기 투자자 비중이 높아, 이번 배당금으로 재투자하는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배당금 지급 이후 외국인의 재투자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4월은 배당주 수익률이 가장 양호하고 외국인과 기관도 가장 관심이 높은 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72년 2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62회 생일날, 이 창업주와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이건희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함께했다. /사진=삼성그룹
1972년 2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62회 생일날, 이 창업주와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이건희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함께했다. /사진=삼성그룹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울러 연기금의 투자방향에 대한 조언과 함께 공매도 재개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배당금 재투자에 대해서는 동학개미가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며 다독이기도 합니다.

“1프로가 뭐냐 한 10프로는 더 늘려야지!” “국내주식 비중을 25프로 이상 올려야한다!!!” “삼전 등 대형주 비중은 줄이고, 중소형 유망주에 투자해서 경제도 살리고, 국민주식기관으로 신뢰를 키워 가면 좋을 것 같다” “개인이 덤벼봤자 고꾸라진다... 코로나 초기 때와 같이 저가매수의 메리트도 없고 지금은 열기가 식었고 공매도 시작을 눈앞에 두고 지금부터 동학개미들의 무덤이 될 건데 너무 들이댄다” “대형주 곧 공매도 시작. 기레기가 미끼를 던지네”.

“외국인들에게 빼앗긴 주식을 찾아와야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 IMF 때 헐값에 가져간 외국인주식을 연기금과 동학개미가 다시 가져와야 한다” “외국인 삼성전자 점유율 아직도 54.79%네요....외국인 배당금액 약 7조2000억....이 돈을 동학개미가 재난지원금으로 받는다면 정말 좋겠네요....200만 동학개미 주주분들 파이팅하셔서 외국인 점유율 49.9% 이하가 되도록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주권 회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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