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쓰레기”와 ‘사실상’ 원금보장 뉴딜펀드 [사자경제]
상태바
“옵티머스 쓰레기”와 ‘사실상’ 원금보장 뉴딜펀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06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쓰레기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의 책임이 크다.”

식목일인 어제(5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앞, 옵티머스펀드피해자모임은 기자회견을 엽니다. 이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최종 결정을 앞두고 펀드 판매사의 책임을 되짚는 자리입니다. 앞서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은 하나은행·예탁결제원과 ‘다자배상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모임은 원금을 모두 돌려준 뒤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촉구합니다.

옵티머스펀드피해자모임은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예탁결제원과 ‘다자배상안’을 내놓자 원금을 모두 돌려준 뒤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옵티머스펀드피해자모임은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예탁결제원과 ‘다자배상안’을 내놓자 원금을 모두 돌려준 뒤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원금보장’. 맡긴 돈에 이자가 붙지 아니한 돈을 손실이 나지 않도록 보전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민참여 정책형 뉴딜펀드’가 판매 일주일 만에 매진된 가운데 ‘역차별’ 논란이 예상됩니다. 정부와 여당은 펀드 조성방안 발표 당시 ‘원금보장과 연 3%대 수익률’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6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팔기 시작한 국민참여 뉴딜펀드 판매물량 1460억원어치가 전날 모두 소진됐습니다. 언론들은 일요일인 지난 4일부터 <사실상 원금보장에 인기몰이… 5일 완판 될 듯>이라며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를 달기는 했지만 방점은 ‘원금보장’이었습니다.

국민참여 뉴딜펀드는 정부가 자본시장에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그 결실을 다수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모두 2000억원 규모로 사모펀드인 자(子)펀드 10개의 수익증권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투자 재간접공모펀드’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10개 사모펀드의 주요 투자자산은 뉴딜 산업 관련 기업의 지분과 CB와 BW등 메자닌 자산입니다.

뉴딜펀드는 일정 규모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우선순위에 있는 투자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전체 펀드 설정액 가운데 68.5%를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으로, 10%는 정부재정으로 선순위 투자자를 구성했습니다. 나머지 21.5%는 또 다른 정부재정과 피투자운용사들이 후순위로 참여하게 됩니다.

결국 10개의 자펀드들의 손실률이 21.5% 미만일 경우에는 선순위 투자자인 일반투자자들의 손실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다만 21.5%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후순위 원금을 먼저 손실로 차감하고 남은 손실범위만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체에서 30%의 손실이 난다면 선순위 투자자들은 10.8%로 손실폭이 제한됩니다.

반면 수익이 발생했을 때는 손실과 달리 선순위 투자자에게 먼저 배분됩니다. 다만 우선 배분되는 수익 역시 출자금의 20%까지로 제한이 됩니다. 만약 출자금의 20%를 초과하는 수익이 발생했다면 2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4 대 6’의 비율로 나눕니다. 따라서 뉴딜펀드는 ‘저위험 중수익’ 구조의 펀드로 분류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딜펀드 판매 창구를 방문, 직원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딜펀드 판매 창구를 방문, 직원과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4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정된 뉴딜펀드는 4년 동안 환매가 불가능합니다. 중도에 자금을 환수하면 해당 기업에 자금난이 발생하는 등 연쇄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90일 이내에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매매가 가능하게 할 계획입니다. 만기가 오기 전에 자금을 환수하고자 할 경우에는 펀드를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번 뉴딜펀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의 후순위 출자로 손실이 보전되는 점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미 출시된 다른 공모펀드들에게 없는 혜택이 부여되면서 역차별 논란이 우려됩니다. 뉴딜펀드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는 다른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국민참여 뉴딜펀드 주관기관인 산업은행은 오는 21일쯤 자펀드 결성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신한·한화·KB·IBK·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 5개사와 자펀드 운용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그린뉴딜 분야 산업과 기업의 성장이 펀드수익률로 이어져 좋은 성과가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40위로 나타났다”. 영국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6월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는 21%였습니다.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이 원금 전액 반환을 촉구하며 “쓰레기 펀드 판매사의 책임이 크다”고 외친 날,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가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대박을 좇을 때 ‘원금보장’은 함부로 쓰는 낱말이 아닙니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무거워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