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딩방 단속과 청년들의 ‘금융이해력’ [사자경제]
상태바
주식 리딩방 단속과 청년들의 ‘금융이해력’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30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공식 홍보영상의 한 장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회의 유치로 경제효과가 3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공식 홍보영상의 한 장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회의 유치로 경제효과가 3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옵션쇼크가 G20 정상회의와 빼빼로데이에 묻혀버렸다.”

2010년 11월 11일, 이명박정부가 “경제효과 31조원”이라며 대대적으로 알린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이날 오후 2시 57분, 세계에서 유일한 마감 동시호가 상태였던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쏟아집니다. 외국계 도이치증권에서만 2조3000억원을 때려 붓습니다. 시가총액 28조8000억원이 증발한 날, 거리에는 빼빼로 빈 봉지가 나돕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범죄’. 금전을 융통하는 일과 관련된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잘못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당국이 불법·불공정 민생금융범죄에 대한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특히 SNS를 통한 유사 투자자문업자인 주식 리딩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년층의 금융이해력이 낮아 금융교육이 앞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전날부터 6월 30일까지를 ‘민생금융범죄 집중대응 기간’으로 설정하고 주식 리딩방과 보이스피싱, 유사수신·불법사금융 등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특히 주식 리딩방에 대한 합동 암행점검과 각종 테마주 전담조사팀을 구성했습니다.

주식 리딩방은 회원들에게 자문료를 받은 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매매 종목과 시점을 안내하는 방법으로 운영됩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오픈채팅방, 스팸메시지,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무료로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비공개 채팅방으로 초대하는 수법을 사용합니다.

민생금융범죄 대응방향 및 추진과제. /자료=금융위원회
민생금융범죄 대응방향 및 추진과제. /자료=금융위원회

암행점검 대상은 일대일 상담 등 미등록 투자자문업을 하거나, 특정 트레이너의 거래내용대로 투자자들이 동일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카피트레이닝’ 등 투자일임업을 하는 경우입니다.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유사 투자자문업자나 일반 개인들인데, 이들은 일대일 자문 등이 불가능합니다.

금융당국은 이들 주식 리딩방에 대한 과징금 부과대상을 확대해 부당이득을 신속히 환수하고,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적발될 경우에는 다시는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일벌백계 수준으로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국은 또 유사수신 행위의 처벌 수위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리고, 범죄이익에 대한 몰수·추징도 가능하게 법 개정을 추진합니다. 처벌 대상도 제도권 금융상품 사칭행위, 금융상품 투자를 통한 수익률 보장행위까지 넓히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조사권 신설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생금융범죄 과제별 필요조치 사항. /자료=금융위원회
민생금융범죄 과제별 필요조치 사항.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금융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면서도 노력하지 않고 돈을 벌려는 태도를 경계합니다.

“허위 과장광고도 단속해야 합니다...정말 교묘하게 사람 현혹하는 회사가 대다수 입니다..철퇴를 가해야 합니다” “이상한 투자그룹 잡아 처넣어라” “상습적으로. 주가 최고점에서 강력추천해서. 피해자 속출하는 OOO 방송 단속요망” “주식이 오르는 건 하나님도 모릅니다~ 그런 말에 혹해봤자 인생 망쳐요~~” “고작 3개월 집중단속? 사기꾼들 3개월간 휴가 주냐?”.

“이런 얕은 수는 속는 사람도 공범이다 ㅉㅉ 쉽게 돈 벌려고 하는 못된 생각 때문에 저런 거에 관심이 있지” “투자책임은 투자자 몫. 때려잡으라는 놈들은 못 때려잡고 엄한 곳만 단속하네!!!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나 좀 어캐 해라 투자는 알아서 지들이 하겠지!” “그럼 주식 방송은 ?? 괜찮고 이건 머 ㅋㅋㅋㅋ 할 말이 없다 진짜 ㅋㅋㅋㅋㅋ” “왜 리딩방 사기꾼들을 믿는 거죠?! 돈이 되는 주식이면 남들한테 절대 안 알려줌”.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한편 전날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금융이해력 총점은 66.8점으로 2년 전보다 4.6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 18~79세 2400명을 조사한 결과로, OECD 평균(62점)을 웃도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4.7점으로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층은 특히 가치관을 의미하는 금융태도가 취약했습니다. 금융태도 점수는 34.4점으로 중장년층(38.9점), 노년층(47.2점)과 견줘 가장 낮았습니다. 청년층 응답자의 34.2%는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한다’라고 답해 반대 응답률(26%)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금융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소비를 선호하는 청년층의 금융행위 점수(60.1점)는 저축을 선호하는 이들(63.8점)보다 저조했습니다. 소비를 중시하는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OECD의 금융행위 최소목표점수에 미달했습니다. 반면 금융·경제교육의 효과는 금융지식과 행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 관련 교육 수강 경험자의 금융이해력 점수(68.2점)는 상대적으로 무경험자(66.3점)보다 높았습니다. 아울러 금융지식과 행위 부문에서 최소목표점수를 달성한 비중도 양호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금감원은 “청년층의 건전한 금융태도 조성을 위한 조기 금융·경제교육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전체 성인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청년층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전체 성인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이렇게 돈하고 연줄하고, 또 권력이 짬짜미가 돼서 추천리스트 만들고 최종 합격시키고…”. 2017년 10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장. 야당 여성 의원은 우리은행 인사팀이 작성한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을 공개합니다. 거기에는 국정원 직원, 금감원 직원, VIP 고객의 명단이 빼곡합니다. 금융교육이 통하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대한민국이 이래 가지고 청년들한테 희망을 가져라, 꿈을 가져라, 또 최선을 다해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얘기할 자격이 있습니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