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 벌어들인 자산운용사와 축구 한일전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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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3000억 벌어들인 자산운용사와 축구 한일전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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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전문 운용회사인 그레이스케일이 고객 돈을 받아 투자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가 우리 돈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전문 운용회사인 그레이스케일이 고객 돈을 받아 투자하고 있는 가상자산 규모가 우리 돈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사진=픽사베이

“기관 덕분에 금고에 50조원이 차고 넘친다.”

기관이 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동학개미가 치열하게 코스피를 지킨 지난 19일, 세계에서 가장 큰 가상 자산 운용사는 넘치는 금고를 주체하지 못 합니다. 이 회사가 굴리는 돈이 두 달 보름여 만에 2배 이상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만 65만개로 4조원어치가 넘습니다. 이날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는 최대 단골인 기관투자가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냅니다.

‘자산운용’. 투자자의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을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해 주식시장 상승세를 등에 업은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자들은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잃어버린 신뢰부터 되찾는 것이 자산운용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운용사 326곳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이 모두 1조3320억원으로 전년보다 62.4% 늘었습니다. 이들 자산운용사가 굴린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197조8000억원이었습니다. 1년 사이에 61조3000억원(5.4%)이 불었으니 올해 운용 자산은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운용사가 맡은 펀드 수탁액은 691조9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투자까지 모두 맡은 일임 계약액만 505조9000억원이었습니다. 1년 새 42조3000억(6.5%), 19조원(3.9%)이 늘어난 것입니다. 공모와 사모펀드 수탁액도 각각 256조2000억, 435조7000억원으로 20조원 안팎이 늘었습니다. 반면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10조6000억원 줄어 ‘직접투자’ 역풍이 컸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 후속 조치로 지난 18일부터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 후속 조치로 지난 18일부터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료사진=금융위원회

굴리는 돈이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사의 영업이익도 덩달아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1조3768억원으로 4079억원(42.1%) 급증했습니다. 특히 파생상품을 포함한 증권투자 이익이 3358억원으로 169% 폭증해 수익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이에 따른 수수료수익도 전년보다 20% 늘었습니다.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익 증가세에 큰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말 기준 326곳으로 1년 만에 34곳 증가했고, 임직원도 1만606명으로 11.2% 늘었습니다. 326곳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회사는 72곳이었습니다. 다만 적자회사 비율(22.1%)은 전년보다 13.2%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전문사모운용사(251곳)만 놓고 보면 적자 비율은 24.3%로 전년보다도 16.7%포인트나 낮아졌습니다.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한편 지난 18일부터 금융위원회는 대규모 투자피해를 초래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태 후속 조치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먼저 투자설명 자료를 위반한 펀드 운용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투자자에게 제공된 설명서를 위반한 사모펀드 운용사에게는 기관 및 임직원 제재,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립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운용사에 나눠준 <투자설명자료 표준안>에서 ▲투자전략 ▲주요 투자대상자산 ▲투자위험 ▲유동성 리스크 ▲차입을 통한 운용 여부 및 차입한도 등을 꼭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당국은 이와 함께 라임 사태에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총수익스와프(TRS) 등 차입운용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했습니다.

TRS는 증거금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계약으로,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손실이 날 경우 손실 폭도 커집니다. 이에 당국은 레버리지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TRS 계약 사항에 따른 위험사항을 사전에 알리도록 했습니다. 또 ▲펀드재산 간 거래(자전거래) 제한 ▲사모펀드 운용사 최소영업자본액 이상의 자기자본 유지의무 부과도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사모펀드 피해 구제가 상반기 안으로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사모펀드 피해 구제가 상반기 안으로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과 함께 사모펀드 피해 구제가 상반기 안으로 가시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옵티머스·헤리티지·디스커버리·헬스케어 등 소비자 피해가 큰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신속히 피해 투자자를 구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펀드와 라임 펀드의 환매 연기 규모는 모두 2조8845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펀드 환매 중단액의 42%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는 다음 달 초, 헤리티지·디스커버리·헬스케어 펀드는 올해 상반기 중 피해 구제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사모펀드 전수 점검도 상반기까지 마친다는 계획입니다. 자산 운용업계는 지난해 8월부터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9043개를 대상으로 자율 점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전체 펀드 가운데 81.9%에 대해 자율 점검을 마쳤는데, 아직 불법 운용 등 특이 사항이 보고된 바는 없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어제(25일) 일본과의 축구 대표팀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습니다. 축구팬들의 비난과 분노는 선수들보다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로 쏟아졌습니다. 금융상품을 만들고 굴리는 자산운용사와 이를 감독하는 당국도 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형 펀드조차 못 믿겠다며 직접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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