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법정금리 인하 풍선효과 막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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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법정금리 인하 풍선효과 막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4.0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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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당국이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해 서민금융이 우수한 양질의 대부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줄 계획이다. /사진=픽사베이
금융당국이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해 서민금융이 우수한 양질의 대부업자에게 각종 혜택을 줄 계획이다. /사진=픽사베이

‘프리미어’(premier). 라틴어 primus에서 나온 영어 낱말로 ‘제일 위의’ ‘제일 높은’ 뜻을 가진 네 글자입니다.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는 최상위 리그를 뜻합니다. 금융당국이 이른바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합니다. 서민금융이 우수한 양질의 대부업자에게 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준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불법, 부실 대부업자에 대한 감독과 규제는 강화합니다. 이를 통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처지의 저신용자들을 양질의 대부회사가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신용자들을 대부업체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에 들지 못하는 대다수 대부업체들은 퇴출될 것이란 걱정도 나옵니다.

1일 금융당국과 대부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대부업 제도개선을 통한 서민대출 공급활성화 유도 및 소비자 보호방안>을 내놨습니다. 올해 하반기 안에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에게 각종 혜택을 주는 ‘대부업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3년간 법령 위반 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신용대출이 70% 이상이거나 100억원 이상인 대부업자가 대상입니다.

대부업권 제도 개선안. /자료=금융위원회
대부업권 제도 개선안. /자료=금융위원회

프리미어리그에 드는 대부업자는 크게 네 가지 규제 완화 혜택을 받게 됩니다. 먼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으로 한정된 자금조달 창구를 은행까지 넓혀줍니다.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끌어올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또 온라인대출비교플랫폼에 대출상품을 소개할 수 있고, 계산 오류 등 경미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도 합리적으로 완화합니다.

여기에 자기자본의 10배로 제한되는 총자산한도를 12배로 늘릴 수 있게 됩니다.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 확대 등 외형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함께 전체 대부업권의 대부중개수수료도 1%포인트씩 내립니다. 이 수수료는 대부업체에 돈 빌릴 사람을 소개해줄 때 중개업자나 대출모집인이 받는 돈입니다.

500만원 이하 대출은 ‘4% 이하’, 500만원 초과는 ‘20만원+초과분의 3%’인 현행 수수료를 각각 ‘3% 이하’, ‘15만원+초과분의 2%’로 낮추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일반 대부업체는 최소 1%포인트,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는 최대 5%포인트의 비용절감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저신용자 대출 축소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금융위는 규제를 완화해주는 한편, 대부업자의 관리·감독도 강화합니다. 채무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업정지 대체 과징금 제도를 도입합니다. 또 불법 사금융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대응 TF를 통해 일제 단속을 진행합니다. 아울러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이자를 반환하는 소송에 변호사 무료 지원을 확대하는 등 피해구제 지원도 늘릴 계획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라가 나서서 대부업자들을 돕는다며 평소 대부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습니다. 최고금리를 내리는데 대해선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나라가 이자율을 낮춰 주는 게 아니라 대부업을 공식적으로 도와주는 거네 이자율 20프로가 낮은 거라고 생각하나. 1000만원 빌리면 200만원이다” “대부업, 다 그렇진 않겠지만 대부업 모아놓은 사이트에서 신청해보니, 꺼림칙한 방법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분명 정식등록 대부업체였는데도 지들이 중고차도 같이 파는데 그걸 사면 담보 잡아서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둥, 신용카드 있으면 대출된다면서 500만원 빌리면 수수료 명목으로 이것저것 말하더니 거의 80만원을 달라네요. 나라에서 잘 확인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은 낚시성 글에 홀라당 넘어가기도 쉽습니다”.

“최고이자율 너무 낮춰서 불법사채만 활개치고 있다. 가격을 통제하니 신용 낮은 서민대출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병폐가 심각해지고 있다. 7등급 이하 사람은 대부업체 외에는 대출받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서민들 점점 음지로 몰아넣겠네” “점점더 돈 빌리기 어려워지겠구만” “불법사금융 시장이 확대되는 최근의 추세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합법 대부업 시장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고금리를 너무 내려서 부실률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합법적인 대출상품이 사라져가고 있는 탓이지요” “축구도 아니고 뭐여??”.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포용적 서민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콘퍼런스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찬반 논리.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지난해 10월 29일 열린 ‘포용적 서민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콘퍼런스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찬반 논리.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지난해 11월 정부 당국과 여당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기로 하면서, 연 20% 초과금리 대출자의 13%인 31만6000명은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최고금리를 낮추면 약 57만명이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4%포인트 낮아지면 대부금융 공급액은 9조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예상수요보다 3조110억원 부족한 수준입니다. 1인당 대부업 평균이용금액을 524만원으로 산정하면 57만명이 대부업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입니다. 앞으로 57만명의 삶이 마이너리그가 아닌 프리미어리그가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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