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로 친일파 빚더미왕처럼 될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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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로 친일파 빚더미왕처럼 될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8.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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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만원권 지폐. /사진=픽사베이
오만원권 지폐. /사진=픽사베이

“빚더미왕(負債王·부채왕)은 빚귀신(債鬼·채귀)의 독촉에 눈코 뜰 새가 없다.”

1894년 음력 오늘(8월 20일) 태어난 황후의 아버지는 빚이 많아 채무왕, 차금대왕(借金大王) 따위로 불립니다. 일제 강점기 바른 소리를 담은 잡지 <개벽>의 1926년 6월호에는 도둑놈처럼 귀국한 빚더미왕의 소식이 전해집니다. 순종 황제보다 두살 어린 장인 윤택영은 한일병합 대가로 지금의 돈 100억원을 받고도 빚더미왕이 된 친일파입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영끌빚투’.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빚내서 주식 투자(빚투)에 뛰어드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빚이 6월말 기준 1637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15조원 가까이 급증했고,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빌려준 신용공여액도 8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였습니다. 초저금리에 ‘영끌빚투’가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셈입니다.

2020년 2분기 가계신용. /자료=한국은행
2020년 2분기 가계신용. /자료=한국은행

오늘 한국은행의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 3000억원으로, 2002년 4분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1.6%) 늘어난 것입니다. 가계신용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가계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도 15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기타대출로 이뤄지는데 2분기 주담대는 873조원으로, 지난해 2분기(8조4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이른바 ‘패닉바잉’(공황구매)의 영향이 컸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입니다.

대부분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은 67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9조1000억원 급증했습니다. 특히 증권사들의 신용공여가 7조9000억원이나 됐는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입니다. 2분기에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장사 주식 11조4000억, 코스닥 등록사 주식 4조4000억원 등 모두 15조8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이처럼 신용대출 증가폭이 급격하게 커지자 금융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어제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이 불안할 경우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손 부위원장은 이어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회복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금융권 전체가 실물경제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영끌빚투로 사상 최대 가계빚’ 소식에 누리꾼들은 ‘젊은 빚쟁이’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젊은층 빚쟁이로 되버리는거 아닌가 무섭네...부동산이 버텨줄까? 정말 의심스러워짐... 심각함~ 대한민국 경제 받쳐야 할 세대가 빚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 급등한 주택에 올인 맞는 것일까 진심... 노답” “가치관의 차이.. 요즘 젊은이들은 돈 없어도 대출 만땅으로 내서 신축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함. 예전엔 갖고 있는 돈에 맞춰 구축 작은 집에서 전세로 신혼을 시작하다가 돈 모아서 조금씩 넓혀 나갔는데... 나의 자산과는 상관없이 대출로 누리며 사는 게 잘 사는 거라 생각하는 젊은이들... 그러나 이거 이해 안된다고 입을 대는 순간 바로 꼰대가 됨” “이번엔 부동산 확실히 조정 받을 겁니다... 젊은이들과 생애 최초에 해당되는 분들은 절대 서둘러 부동산 사지마세요.. 향후 10년간 좋은 입지에 주택 싸게 분양, 임대 받을 수 있는 기회 얼마든지 널렸습니다. 주식도 테마주등 도박주는 금물이고. 삼성이나 LG화학 등 나라를 대표하는 주식을 빛이 아닌 저축식으로 사 모으세요.... 주식 역시 조정을 받게 될 거고 그것이 또 기회가 되니 절대 빛이 아닌 가진 자금으로 사모아야 합니다”.

‘가계빚 각별한 관리 필요’ 소식에는 금리인상 주장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합니다.

“금리 올려라...금리인하는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금리를 내리면 기존 대출자의 이자를 줄여 소비를 한다는 논리로 금리를 내려 억단위로 빚을 쓰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나 적당한 금리.적당한 주택가격. 주식. 최저임금이 그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브라질같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정도가 되지 않도록 경고를 울려야 한다” “빨리 예적금 금리부터 인상해라 더 미루다간 큰일나겄다” “절대 빚탕감해주지마라. 도덕적 해이”.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선 애플의 주가.
시총 2조달러를 넘어선 애플의 주가.

“우리나라 한복이 기모노라니…”. 지난해 10월 16일, 한 문화활동가는 미국 기업의 무지함을 성토합니다. 애플의 사진 앱에서 ‘기모노’로 검색해야 한복 사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복’으로 검색하면 아무런 사진이 뜨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도 덧붙입니다. 1년 전 독도를 일본식 이름과 함께 쓴 애플이기에 활동가의 목소리는 더욱 컸습니다.

간밤(현지시간 19일)에 미국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애플이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56조원)를 달성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아이폰에 의존하지 않고 비디오·음악·게임과 같은 서비스 확대로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복과 독도가 우리 이름으로 불리게 하려면, 영혼을 끌어 모아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영끌기업’이 많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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