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펀드’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조차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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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중단 펀드’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조차 솜방망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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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헤리티지·디스커버리·헬스케어펀드 등 4개 펀드, 이달 제재심 진행
지난해 4개 펀드 투자자 피해 구제 나서… CEO 징계 감경 사유로 작용?
분조위 권고 받고 제재심에서 경감으로 이어지는 최근 흐름 따를지 주목
피해자 “분조위가 제재 면피용 될까 우려”… 환매중단 사태 관련 소송전도
금융정의연대와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금융정의연대와 하나은행 이탈리아 헬스케어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정의연대

금융사 가운데 유일하게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주요 펀드를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가 한꺼번에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와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어느 것이 먼저 끝날지 주목됩니다.

제재심은 징계를 주는 절차이고 분조위는 피해구제 정도를 정하는 심의로서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 측은 분조위가, 투자 피해자들은 제재심이 먼저 열리는 게 서로에게 이득입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다른 금융사와 달리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모든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로서 이번 금감원의 결정에 이목이 쏠립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환매 중단 펀드는 옵티머스·라임·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5개 펀드인데요. 이 중 라임·헤리티지·디스커버리·헬스케어펀드 등 4개 펀드에 대해 이달 금감원 제재심이 진행되고 다음 달 분조위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옵티머스펀드는 앞서 금감원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라는 기관 징계를 받은 바 있습니다.

제재 심의 예정인 독일 헤리티지펀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510억원어치를,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1100억원어치, 그리고 라임펀드는 871억원어치를 팔았고, 디스커버리펀드는 2019년에 240억원어치를 판매했습니다.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판매한 4개 펀드 중 라임펀드와 헬스케어펀드를 먼저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들 펀드에 대해 오는 14~16일 하나은행 현장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장조사는 분조위에 상정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금감원은 이달 안에 하나은행 제재심 회의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제재심 후 분조위에 상정되는데요. 하나은행의 4개 펀드에 대한 분조위는 7월 중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현장조사를 거쳐 7월 초쯤 분조위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분조위에는 7월 초에 라임펀드를 먼저 올린 뒤 헬스케어펀드를 상정할 예정입니다. 헤리티지와 디스커버리 펀드에 대한 분조위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금감원이 상반기 안에는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 절차를 시작한다는 입장인 만큼 이들 펀드도 다음달 중으로 분조위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심은 징계를 주는 절차이고 분조위는 피해구제 정도를 정하는 회의인데요.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구제를 위해선 제재심이 먼저 열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분조위 권고를 먼저 받으면 금융회사의 피해구제 노력 등을 감안해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 경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도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실체와 내부 책임을 먼저 따지고 배상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펀드 피해자들은 “제재심을 먼저 진행해 징계를 예고하면 금융사들은 분조위 배상을 높여서라도 제재 수위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분조위가 금융사 제재의 면피용이 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라임펀드 피해자에 대한 구제활동이 인정되면서 지난 4월 8일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사전 통보한 ‘직무정지’(상당)를 ‘문책경고’(상당)로 한 단계 낮은 수위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분조위가 권고한 라임펀드 조정안을 수용하면서 제재심을 통해 당초 중징계인 ‘문책경고’에서 경징계인 ‘주의적경고’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이런 우려에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처럼 분조위에서 권고를 받고 제재심에서 경감으로 이어지는 최근의 흐름을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은행의 이번 제재심과 분조위는 6월과 7월에 잇따라 진행되면서 거의 동시에 열리는 셈인데요. 분조위는 대체로 한번의 회의를 통해 배상안을 권고하면서 끝나지만 제재심은 대심제로 진행돼 적어도 2~3번 열리면서 한달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은행도 일단 분조위의 분쟁조정안에 동의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처럼 향후 CEO의 중징계 통보 시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이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독일헤리티지와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에게 50%, 라임 펀드 투자자에게 51%,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투자자에게 70%의 가지급금을 지급하는 등 피해 구제에 나선 바 있습니다.

한편 하나은행은 금감원의 제재심과 함께 옵티머스·헬스케어펀드 사태와 관련해 소송전까지 벌이며 신뢰도에 타격이 예상됩니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책임소재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6일 하나은행이 검증 책임을 다하지 않고 사태를 묵인·방조했다며 ‘자본시장법상 신탁업자 의무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하나은행 수탁영업부 직원 조모씨 등 2명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양벌규정에 따라 하나은행 법인도 함께 기소했습니다.

또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해서도 소송전에 엮여 있는데요. 피해자들이 지난해 7월 하나은행 등을 펀드사기판매로 고소한데 이어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가 지난달 25일 서울남부지검에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는데요.

금융정의연대 측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계획적인 사기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면서 “헬스케어 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이 고객들에게 24개월 만기 상품을 ‘13개월 이내에 조기상환이 가능하다’고 속여 판매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펀드와 관련해 검찰 기소와 금감원 제재심에 이어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는 하나은행이 최근에는 일명 ‘대출꺾기’로 은행고객에 갑질을 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는데요.

정부가 코로나19로 힘든 자영업자한테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지원사업을 정부 대신 맡아 시행하고 있는 하나은행이 주거래 계좌를 하나은행으로 바꾸지 않으면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압박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나랏돈으로 대출을 해주고 이에 해당하는 이자를 공짜로 챙기면서 꺾기 영업을 한 것입니다.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이어 대출을 원하는 여성고객을 술자리에 불러내 접대부 취급한 하나은행 지점장 등 하나금융그룹의 이미지와 신뢰도 추락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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