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투자를 망치는 ‘이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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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투자를 망치는 ‘이것’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5.2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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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가계 금융자산 4000조원 시대이다. 필자가 처음 금융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30년 전과 비교해 10배가 증가했다. 긴 세월 동안 금융시장의 외형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만큼 질적인 변화도 컸을 것이다. 금융자산이 증가한 만큼 대부분 국민이 보험, 증권 등 금융투자 상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아울러 저금리 지속, 100세 시대 도래, 은퇴 자산의 급격한 증가는 금융 산업의 공급과 수요 양 측면의 변화를 초래함과 동시에 일반 국민들에게 금융 자산관리는 필수품이 되었다.

한편 금융의 세계화와 증권화는 금융의 복잡성을 증가시켰다. 금융 이해가 부족한 금융소비자는 자산관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금융 지식과 금융이해력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이것은 전 세계인에게 공통적인 상황으로, OECD는 금융교육 국제네트워크(INFE)를 통해 회원국 국민의 금융 이해력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법이 3월 25일 시행되었다. 이 시기에 맞추어 자본시장연구원(KCMI)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의 실상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행동경제학과 투자자 보호>가 그것인데, KCMI는 펀드, 파생결합증권, 퇴직연금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문제점과 대안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다.

왜 갑자기 금융산업에 행동경제학이 등장했을까? 뜬금없고 이해하기 힘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미 도입부에서 얘기했지만, 금융자산의 양과 질, 산업 구조도 엄청나게 변화했으나 금융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시각은 대부분 30년 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의 금융산업 구조 조정이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고 진행 중이다. 3월 통과된 금융소비자 보호법에도 이미 행동경제학적 관점의 개선 내용이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에는 경제학의 오래된 인간에 대한 도덕철학적 신념과 관련한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즉 플라톤의 목적론적 시각이 아닌 ‘현실에서 인간은 정말 합리적인가’라는 것이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건설한 전통 경제학은 지난 250년 간 인간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경제가 경제학의 예측과 범주를 이탈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면서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 행동을 한다는 전통경제학의 가정을 벗어나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심리적 기제, 즉 ‘행태 성향’(behavioural biases)을 통해 인간은 전통 경제학의 가정과 다른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 논쟁은 이 정도 하기로 하자. KCMI 보고서가 행동 경제학을 다룬 배경만을 이해하기 바란다.

한편 지본시장연구원 보고서도 금융시장 분석 도구로 behavioural biases를 활용하는데, 바이어스를 ‘편의’(偏倚)라는 한자로 번역하고 있다. 이것은 사전적으로 수치, 위치, 방향 따위가 일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정도나 크기를 말한다.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 고전 경제학의 ‘합리적’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말인데 필자는 탐탁지 않다.

행동경제학의 주장은 이러한 바이어스가 인간 출현 이후 수십만 년간 거친 자연환경에서 생존과 진화하며 발생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이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합리’가 오히려 인간 본성에서 벗어난 바이어스(편의)일 것이다. 원래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은 제우스 신전에나 있을까? 필자는 이글에서 바이어스를 편의라고 하지 않고 ‘성향’(性向)이라고 번역하겠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좀 더 얘기를 진척해보자. KCMI는 2013년 영국 금융감독청(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FCA는 기존 합리적 인간 가정과 일치하지 않는 금융소비자의 행태 성향을, 감독 적용을 위해 많은 협력 연구소와 함께 연구하고 정의했다. 즉 FCA 보고서에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금융소비자의 행태적 성향이 담겨있다. 특히 이러한 금융소비자의 행태적 성향은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일시적이거나, 비합리적 일탈이 아닌 성향이므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에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 데니얼 커너먼은 직관(Intuition)과 논리(Reasoning)의 두 가지 생각 유형이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은 분석적이고 느린 논리보다 신속한 직관이 판단과 행동에 적용되어 행태적 성향이 발생한다.

특히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질문으로 대체하는 것이 인간의 대표적 행태 성향 발생의 원인인데, 금융상품은 다른 일반 상품과 달리 추상성, 무형성, 다(多)요인성을 갖추며 극도로 복잡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에서 행태적 성향이 발현되기 최적인 것이다.

FCA는 이러한 금융소비자의 행태적 성향의 발생을 선호(Preferences), 신념(Beliefs), 의사결정(decision-making) 세 가지로 범주화해서 설명한다. 각 범주 속 세부 성향은 범주 내, 또는 범주 외 성향과 복합적이고 상승적인 작용을 하며 금융소비자 행태를 결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먼저 선호 범주에는 심리적 경험과 감정에 영향받는 행태적 성향으로 현재 선호 성향(Present bias), 준거점 의존성(Reference dependence), 손실 회피(loss aversion), 그리고 후회 등 감정 의존적 의사결정(Regret and other emotions)의 성향이 있다.

다음 신념 범주에는 과신(overconfidience), 과다한 외삽 계산(over-extrapolation), 투영 성향(Projection bias)이 있고, 끝으로 의사결정(Decision – making) 범주에는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협소한 시각 판단(narrow bracketing), 프레이밍(framing), 주의 제한(limited attention), 현저한 특징(salience), 주먹구구식 의사결정(Decision–making rules of thumb), 설득(persuasion)과 사회적 영향요인들(social influences) 등의 행태적 성향이 있다.

지면 관계상 각 성향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행태적 성향이 있음을 주목하자. 금융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은 상당한 깊이로 연구되었고, 금융 산업에서 반복되는 여러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이상의 금융소비자의 행태적 성향은 모두 익숙한 것들이다. 일상적인 것을 학술적으로 정의하다보니 용어가 어렵다.

이러한 행태 성향들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금융소비자가 여러번 경험한 것들로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특히 이 행태적 성향들은 다년간 영국의 전문 연구기관이 연구한 결과로 믿을 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영국 FCA나 KCMI는 이런 금융소비자의 행태적 성향을 오래전부터 금융회사가 악용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번 칼럼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리 모두 DLF나 라임, 옵티머스 등 수많은 금융회사의 불공정 행위에 당하지 않으려면 이러한 행태적 성향부터 인정하고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 당국의 책임도 크지만,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격언이다. 금융소비자 스스로 나는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금융소비자 행태 성향 분석의 이해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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