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탠트럼 1주년, ‘인플레이션 발작’ 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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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탠트럼 1주년, ‘인플레이션 발작’ 올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3.26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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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은 뉴욕증시 S&P500 지수가 지난해 2월 고점에서 34%가 하락하며 대공황 당시 50% 급락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코스피 지수도 이달 19일까지 35% 하락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가격이 특정 원인에 의해 예상을 벗어나 급락하는 경우를 탠트럼 즉, 발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지난해 주가 폭락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었기에 팬데믹 탠트럼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무리가 없다.

팬데믹 탠트럼 이후의 주식시장 스토리는 독자도 알다시피 해피 엔딩으로 전개되었다. 팬데믹 탠트럼 이후 S&P500은 75% 상승했고 코스피는 108% 반등했다. 특히 코스피는 2015년에는 중국 상하이 시장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같이 3000 선에서 시장이 돌아가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1월 후반부터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 백신도 개발되고 접종도 시작되면서 그동안 닫혔던 경제 봉쇄가 풀리고 꽁꽁 묶였던 경제성장률도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인데 오히려 주식시장은 주춤거리고 있다. 유령자산인 비트코인만 난리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국채시장에서 탠트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 투자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이미 아는 내용이겠지만 채권의 시장가격은 유통수익률과 역의 관계이다. 유통수익률,  용어가 어려우니 그냥 국채금리라고 하자. 이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 관계에 있다.

채권의 가격을 계산할 때, 앞으로 채권이 지급할 지급이자(쿠폰이라고도 한다)와 원금을 바로 금리로 할인하는데 이 금리가 상승하면 할인 금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단순히 산술적인 관계이니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미국 국채의 대표적인 장기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월 들어서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했다. 1월 27일 1.014%였던 금리가 이달 19일 1.730%까지 폭등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역관계이니 채권 가격은 급락한 것이다. 즉 채권 가격의 탠트럼이다.

보통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가격은 하락한다고 상식으로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과 주식 모두 가격이 하락한다. 그러면 왜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왜 급등했을까? 이전 그래픽저널 칼럼에서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금융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금리이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채권의 장기금리는 실질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률로 결정된다는 것이 피셔의 방정식이다. 실질금리는 경제 활동의 실질적 대가이며 경제 성장률로 대체할 수 있다. 이런 논리에서 지금 팬데믹에서의 탈출로 인해 경제 성장률 상승이 예상되므로 장기 금리를 자극했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으로 장기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다. 이 장기 금리 발작에 인플레이션이 작용했을 거라는 우려가 증시를 압박하고,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측정한다. 조금 더 상식을 넓히자면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가격이 심하게 변동하는 에너지, 식품을 제외한 것을 근원(core) 물가지수라고 하며 인플레이션 측정의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GDP 산출에 반영되는 소비 품목을 반영한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측정한다.

이를 기준으로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절대 수치 2% 상승을 제한하는 물가 목표 관리를 해왔으나 올해부터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평균 물가 목표제를 시행했다(☞2020년 9월 14일자 <미국 연준 버전의 ‘아메리카 퍼스트’?> 참고). 적어도 2023년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 미 연준은 통화 긴축을 하지 않겠다고 이번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확인했다. 경제가 활황이 되면 수요가 살아나며 자연스러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데 조금 과하게 상승해도 지켜보겠다고 감독 당국에서 공언한 것이다.

여기에 문제를 더 악화하는 것은 1조9000억달러의 막대한 추가 재정정책 자금이 시중에 풀리고 원유, 농산물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다.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 화폐 가치의 하락(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또 원자재의 비용이 올라가면 당연히 전체 물가가 상승한다. 이러한 상황이 종합적으로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기대, 즉 인플레이션 기대의 급상승이 장기 금리를 상승시킬 거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가 국채와 물가연동채의 금리 차이인 BEI지표인데 이것이 지속 상승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미국 신임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과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안정적인 물가 상승인 리플레이션을 주장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에 우선 대응해야 하는 정책 당국자의 희망일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심증이 깊어지면 장기 금리는 더욱 상승하고 주식 등 위험자산은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실체 없는 비트코인이 올해 폭등한 원인의 하나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임박했다는 해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할 단계는 아니지만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 발작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블랙스완이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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