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 대신 튤립을 든 자유의 여신, ‘레딧과 로빈후드 신드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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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대신 튤립을 든 자유의 여신, ‘레딧과 로빈후드 신드롬’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2.02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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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해설하는 앞번 칼럼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올해 나타난 개인투자자 신용융자의 사상 최대 규모 도달과 ‘영끌 빚투’로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 진입, 공매도 금지 논쟁은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로이터는 한국에서는 ‘개미’, 대만에서는 ‘나방’이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이끈 주식시장 폭등 현상이 한국,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등 아시아 주식시장에도 만연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 주목받은 것은 가장 큰 증시인 뉴욕시장에서 올해 1월 불어닥친 레딧과 로빈후드 신드롬에서 시작한다. 주요 외신은 이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는데 분석 결과는 다양하고 단순하지 않다. 필자가 요약하면 기폭은 코로나19가 담당했고, 여기에서 파급된 복잡한 사회 경제적 원인이 도화선이 되어 레딧과 로빈후드 신드롬이 지난달 폭발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뉴욕시장 앞, 자유의 여신상이 치켜든 것이 민주화의 횃불인지 투기 광풍을 상징하는 튤립인지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번 칼럼은 이 신드롬에 대해 해설해본다.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대규모 재정지원 정책을 기다리던 미국은 뉴욕시장의 예상치 않은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뉴욕증시에서 게임스톱, AMC 등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일부 주식이 갑자기 폭등한 것인데, 게임스톱은 연초 1700%까지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영향이 미미한 이 종목의 이례적인 주가 상승 폭이 아니라 폭등 현상의 주체와 과정, 그리고 원인이다.

이 종목들 폭등의 한 가운데에는 바로 레딧이라는 SNS 토론방과 로빈후드라는 주식거래 플랫폼이 있다. 게임스톱 등 문제의 급등 종목을 레딧의 투자토론방인 ‘r/wallstreetbets’에서 추천하고 개인투자자에게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데, 선정 기준은 헤지 펀드들의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이다.

종목을 추천 받은 미국 개인투자자는 이 종목을 무료로 신속, 간편하게 매매 주문을 낼 수 있는 로빈후드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집중 매수했다. r/wallstreetbets의 주장은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집중으로 일부 종목은 주가가 낮은 수준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이 부당하고, 증권회사의 정보 제공, 거래 비용과 서비스는 개인보다 기관투자자에게 현저하게 유리해서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보 부족 측면에서 해소하는 것이 레딧이고 거래 비용과 플랫폼의 차별을 해소한 것이 로빈후드인 것이다. 대부분 증권회사나 운용회사들이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차별 대우하는 금융산업 현실에 대한 대항이라는 설명이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r/wallstreetbets의 추천대로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집중 매수로 주가가 상승하면 공매도를 한 기관투자자는 손실이 발생(숏스퀴즈)하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숏커버링)하게끔 기관투자자는 궁지에 몰린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로빈후드를 이용해 게임스톡 주식 옵션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초기 투자금의 몇 배 이상 매수 효과를 가지는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데 주식 옵션 매수로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도 r/wallstreetbets에서는 다음 표적을 색출하는 중이고 ‘은’과 관련한 주식으로 관심을 옮기며 은값이 최근 폭등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기관투자가 운동, 주식시장의 민주화,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상화 등 공익적 목적이라 주장한다.

레딧과 로빈후드 신드롬이 보여주는 개인투자의 강화 현상은 근본적으로 코로나19에 의한 영향에서 시작한다. 즉, 코로나 방역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stay at home 또는 work at home)에서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고 여기에 코로나 구제 지원금과 초저금리의 신용융자가 제공되었다. 이러한 배경이 동기로 작동하며 레딧과 로빈후드는 주식투자에 경험과 지식이 없는 개인투자자에게도 고위험 레버리지 투자인 주식 옵션 투자에 참여 가능한 도구를 제공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공간 이동 폐쇄, 소득 감소와 실직은 사람의 분노를 배가하고 탈출구가 필요한 개인들은 주식투자의 경험 여부와 상관없이 ‘묻지마 투자’에 참여하는 현상을 강화했다. 이것은 주식 경험을 가진 개인투자자가 투자 기회를 혼자만 놓치지 않겠다는 매수열풍 심리인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과는 아주 다른 복잡한 사회 구조적 변화의 결과이다.

주식 급등 과정에서 일부 헤지 펀드가 큰 손실을 보았고 이것을 개인투자자의 승리라고 치켜세우는 언론이 많다. 그러나 경제와 시장 전문가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중이다. 뉴욕시장은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80% 이상이며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작은 승리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이 신드롬을 관찰한 나스닥의 분석가는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식거래 증가는 로빈후드를 비롯한 증권회사의 돈벌이 원천이고 이 과정에서 VIX로 대표되는 뉴욕증시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동성 증가는 헤지 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는 중요한 수익의 원천이다. 헤지 펀드를 무찌르자는 신드롬이 전체 헤지 펀드나 기관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돈이 목적인 시장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지 않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거래 급증으로 결국 누가 돈 버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투자를 지속하는 경우 그 위험은 모두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빚 내서 주가를 밀어 올리는 현상이 주식시장 민주화라고 공치사하는 것이 청량감은 얻을 수 있겠지만, 과연 개인투자자에게 득이 되는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17세기 튤립 광풍이나 이후 다수 금융위기의 결과는 개인에게 가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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