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대판 연금술로 만든 ‘디지털 골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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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대판 연금술로 만든 ‘디지털 골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1.05.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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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 세계인은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놀라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 가격 상승세는 그야말로 괄목상대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의 9쪽짜리 논문으로 세상에 출현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의 가격 등락을 겪었고, 지난해 9월 이후부터 올해 4월까지 급등했으며 다시 급락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17세기 튤립 광기 이후 가격 변동성에서 최악이라는 악명을 각인했다. 또한 2017년 이후 가격 폭락에서는 비트코인 거래소 횡령, 사기, 불법 자금 문제가 드러났고 이후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의 공포와 ‘불법’ 활용이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여기에 국가가 화폐를 관리해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합세하며 비트코인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4년 1100달러, 2019년 1만9100달러, 올해 6만3500달러를 넘어섰다가 세 차례 폭락했다. 지난 22일 비트코인 피자데이에는 3만7865달러였다. 첫 거래가 시작된 12년 전에는 피자 두 판 가격인 30달러에 해당하는 대가로 1만비트코인을 지급했다. 즉 그날 비트코인 가격은 단 0.003달러였다. 이 거래도 비트코인 동우회에서 회원 간에 주고받은 거래였다.

당연히 비트코인을 받은 회원은 지금 억만장자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회원은 얼마 안 가서 비트코인을 팔아 여행경비로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비트코인 회원도 비트코인의 무정부주의와 익명성 존중 문화나 블록체인 기술에 매료되기는 했지만, 미래 가치를 확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지금 4만달러 수준에 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떤 연금술이 작용한 것일까?

대부분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해 가격 급등락과 규제등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결정, 비트코인 기술 구조와 글로벌 경제, 금융 환경변화를 종합적으로 알아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최대한 필요한 부분을 정리해본다.

전통 투자론이 금융자산의 가격을 결정(pricing)하는 기본적 방법은 현재가치법(present value method)이다. 금융자산에서 회수될 미래 원금과 수익 등의 현금 흐름을 기간별 이자율(또는 위험 보상률)로 할인하고 합산하여 공정한 가격을 계산한다. 공정가격을 시장가격과 비교하며 투자자는 고평가, 저평가에 따른 판단으로 수요, 공급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시장가격이 움직이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가치법 기준에 따르면 아무리 고민 해봐도 가상자산의 가격 추정(pricing)은 난감하다. 비트코인은 온라인에서 존재하는 상상 속 자산이며, 수익과 투자원금이 없는 그야말로 가상자산으로 현재가치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금융인들 눈에는 가상자산은 가치가 없다. 심지어 사기라고도 한다. 대략 2019년까지 필자를 비롯한 워런 버핏, 누리엘 루비니 등과 대부분의 금융인, 기업가, 경제인이 가상자산에 대해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 

억지로 계산한다면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시스템에 내재된 무형자산인 블록체인 기술과 ▲비트코인이 미래에 사람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인정받는 자산이 된다는 기대를 현재가치화해야 하는데, 최근까지 이것들의 실현 가능성, 즉 확률은 0에 가까웠다. 현재가치 과정 상 먼 미래 수익이 발생하면 현금흐름의 가중만기 즉,  듀레이션이 커져서 가격 변동폭은 급격히 증가한다. 즉 가상자산의 기술과 기대가 미래에 실현되면 큰 이익을 보기 때문에 가상자산 가격은 가치에 영향을 주는 뉴스에 따라 널을 뛸 수밖에 없다.

이런 원리로 올해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락 속에서 시끄럽다. 이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글로벌 기관투자가인 JP 모건 등의 가상자산 가치와 미래에 대한 언급과 함께 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가상자산 규제 뉴스가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가 3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근거를 법제화했고,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최근 기사에는 비트코인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라며 국가 경제는 물론 은행의 안정성도 해칠 것이라고도 한다. 가상 자산에 관한 부정과 포용의 입장이 혼재한 가운데, 어려운 기술적 내용과 투기적 우려로 금융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덕(?)에 디지털 문명에 대한 효용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트코인 환경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은 6만3500달러를 단숨에 넘었다. 가상자산에 대해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가상자산에 담긴 기술과 꿈이 그 가치를 현재가치화할 확률은 높아졌고, 그 결과 지난해 9월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고점까지 5.4배 상승한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지난 3월 시티그룹 글로벌전망보고서 GPS에서 확인 가능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2017년 가격 동요를 계기로 ▲검열에 저항하는 가치저장(a censorship-resistant store of value)과 ▲디지털 희소성 보장(ensuring digital scarcity) 특성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생태계가 본격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미국 중소기업의 36%가 채택하고 있고, 금융시스템이 열악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나이지리아에서는 모바일을 통한 금융거래 수단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급성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비트코인 소유주의 30%가 기업과 기관투자가이고 특히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굴지의 기업들이 고유재산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페이팔과 비자는 비즈니스 결제에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계좌거래, 대여, 차입, 예금, 이자 지급까지 비트코인 은행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비트코인 ATM은 1만2000대나 설치되었다. 이외에도 비트코인 생태계 확장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비트코인의 편익이 세계 곳곳에서 진화하고 구체화하기 시작한 증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 생태계 진화과 함께 기관투자가를 유혹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만든 거시 경제 환경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비트코인 거래를 블록 형태로 연속 기록하고 이를 승인할 때 복잡한 수학 문제를 제시한다. 이 문제를 풀어낸 사람(채굴자)에게 승인 권한을 부여하고 시스템 작동에 기여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발행 가능 총량을 21백만 비트코인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18.6백만 코인이 발행되었다. 보상되는 비트코인 수량은 단계별로 차등화하며, 최초 50코인에서 이달 현재 6.25코인까지 내려왔다.

이러한 발행 제한이 희소성으로 인식되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로 기관투자가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 때문에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비트코인은 빛을 발하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자금 송금에 정부와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참여한 컴퓨터의 원장에 거래 기록으로 완성되므로 비용, 시간, 인력, 물리적 시스템이 필요 없다는 측면에서 가장 유용한 글로벌 자금 결제 수단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한 익명성 추구의 시스템 특성으로 오랫동안 따라다닌 범죄 활용 가능성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불법 자금 이용 비율은 0.34%에 불과하고, 블록체인 시스템은 거래자는 익명 처리하지만 거래 활동은 샅샅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불법 활용은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과 금융기관 거래를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막대한 전기도 규제의 동기가 되었다. 이는 연간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전기는 스웨덴의 연간 사용량과 맞먹는 양이다.

전기 남용은 전 세계적인 이슈인 탄소배출 문제와 관련된다. 채굴이 제한되면 비트코인 시스템의 작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에 악재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앙은행 전자화폐(CBDC)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CBDC 추진과 함께 2019년 페이스북이 민간 전자화폐 리브라의 추진 선언을 계기로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86%가 참여하며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달리 CBDC와 리브라는 가격 안정화 장치가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가격이 불안정한 비트코인을 몰아 낼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조만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벌어질 정부와 민간의 전자화폐 대전은, 인증된 전자지갑 개발 등 전자화폐 사용 인프라를 확장하며 오히려 비트코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회사나 정부의 금융거래 승낙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검열을 받지 않는 민간 화폐로 비트코인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민간 수요는 지속될 것이다.

이상 비트코인 생태계 강화와 구체화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점차 완화할 것이다. 지난 2월 가상자산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시가 총액 1억달러를 넘어섰는데 일부 기관투자가는 국제 금의 시가총액 10억달러의 절반까지는 따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골드’로 제련하는 현대판 연금술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도화선이 되어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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