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하나은행장 추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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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하나은행장 추천제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5.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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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복수 후보 추천’ 조항 3년 만에 삭제
사진=하나금융그룹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지주가 은행장 후보자 복수 추천제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3년 만에 단수 추천제로 회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차기 은행장 후보자 복수 추천제를 폐지했다. 개정된 조항은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후보자를 복수 추천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을 삭제했다. ‘복수의 행장 후보자’ 대신 ‘행장 후보자’라고만 명시한 것이다. 대신 경영승계절차가 개시되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후보자의 자격기준과 자질, 역량을 검토하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정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 7월 내부 규범 개정을 통해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복수의 행장 후보를 추천받기로 하는 의무규정을 신설했다. 금융위원회가 9개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 권한이 막강하고 선임 절차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따라 최근 2년간은 하나은행장 선임 시 하나금융그룹 임추위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추위가 최종 후보자를 선택한 후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지난 2019년은 지성규 전 행장과 황효상 부행장이, 올해 2월에는 박성호 현 행장과 이승열 부행장이 복수 후보자로 추천됐다.

하지만 이번 내부규범 개정으로 2년10개월 만에 해당 조항이 ‘원상복귀’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차기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은행의 자율성은 축소되고 지주사의 입김이 더 세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단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하나은행 측은 “변경 내용만 보면 복수에서 단수로 회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단수로 바뀐 것이 아니라 복수 또는 단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감독기관의 실효성 있는 평가기준 요구도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양동훈 위원장, 허윤·이정원 사외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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