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JP 몰라도… 하나금융에서 ‘JT’ 모르면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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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YS·JP 몰라도… 하나금융에서 ‘JT’ 모르면 간첩?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3.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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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은행, ‘호칭 및 직급 파괴’… 영업현장에선 “혼란스럽고 업무부담 가중” 아우성
하나금융그룹 안에서는 김정태 회장을 영어식 별칭인 ‘JT’로 부르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안에서는 김정태 회장을 영어식 별칭인 ‘JT’로 부르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건설 현장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님’이라니…”

지난해 9월 29일, 우리나라에서 시공능력 두 번째인 건설사가 직급 체계를 줄이자 회사 안이 술렁입니다. 사원부터 대리는 ‘매니저’, 과장부터 부장은 ‘책임매니저’입니다. “수평적 관계에 따른 상호 존중 문화를 만들자”라는 그룹과 함께 가자는 취지입니다. 8년 전 또 다른 건설사가 사원을 ‘님’으로 불렀다가 3년 만에 직급 체계를 되돌린 일이 떠오릅니다.

“이제부터 회장님, 행장님 대신 ‘JT’ ‘글로컬’로 불러 달라”

지난해 10월 말, 우리나라에서 자산 규모 세 번째인 금융지주가 호칭 파괴를 선언하자 그룹 안이 술렁입니다. 직급 없이 영어 닉네임을 부르기로 하면서, 지주사 회장은 이름의 두문자이자 ‘Joy Together’를 줄인 ‘JT’가 됩니다. 자회사의 은행장은 ‘국제’(global)와 ‘현지’(local)를 합친 영어식 ‘글로컬’이 됩니다. 대표를 ‘대니얼’이라 부르는 인터넷은행이 떠오릅니다.

하나금융과 신한은행 등은행권이 잇따라 호칭 및 직급 파괴에 나서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업무부담만 가중한다는 볼멘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신한은행 SNS
하나금융과 신한은행 등은행권이 잇따라 호칭 및 직급 파괴에 나서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업무부담만 가중한다는 볼멘 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신한은행 SNS

딱딱한 기업문화의 표본이던 은행들이 잇따라 ‘호칭 및 직급 파괴’에 나서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발전적 방향이라 ‘파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뀐 호칭에 대한 혼란은 물론, 업무가 늘어났다는 부작용을 보면 ‘파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합니다. 현장에 있는 영업점 등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직급 호칭 없이 ‘영어 별칭’을 부르고 있습니다. 금융그룹 모든 계열사와 영업점에서 이렇게 부르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김정태 금융그룹 회장은 ‘JT’,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글로컬(Glocal)’,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Jin K’,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는 ‘윌리엄’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어 별칭 사용은 하반기부터 도입을 고민 중인 ‘영어 문서화’와 함께 현장의 보이지 않는 반발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영업을 신경 써야하는 일선 점포 입장에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고객과의 상담도 영어로 시킬 것 같다”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지성규 행장이 교체가 예정돼, 영어 문서화 도입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어 별칭 쓰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하나금융과 함께 신한은행도 ‘호칭 자율화’에 나섰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6일부터 관리자급 이상은 ‘수석’, 기존 행원과 대리는 ‘매니저나 프로’ 등으로 부르기로 지침을 정했습니다. 다만 이 지침에 따르되 부서별로 원하는 호칭은 자율적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부서에서 ‘수석매니저’ ‘시니어매니저’ ‘마스터’ ‘선임’ 등으로 만든 호칭이 그 예입니다.

하지만 직급 간격과 소통 장벽을 없앤다는 취지와 달리, 내부에서는 호칭 혼동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정한 새 호칭은 다른 부서와 회의하거나 전화로 업무를 함께할 때에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소통해야 할 직급의 담당 직원을 찾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직급을 없앤 영어 닉네임 호칭과 함께 영업점 창구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직급을 없앤 영어 닉네임 호칭과 함께 영업점 창구 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하나은행

한편 앞서 ‘하나은행이 영어 별칭 쓰기와 함께 영어 문서화를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되레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시대가 어떤 시댄데 너무나 구시대적 ㅋ 난 영어권 살아도 영어이름 안 쓰는데 ㅎㅎ” “오너리스크의 대표적인 예. 안타깝다” “ㅋㅋ손님이 전부 한국인인데 개오바하네” “민족말살 창씨개명 당한 건 그렇게 부들거리면서 본인들이 직접 식민지가 되어주시겠다니 뭐 ㅋㅋ” “니덜 마인드하고 시스템을 바꿔야지 ..영어 쓴다고 글로벌이면 외국인들 한국말 하면 유교사상이냐?”

“이 양반 쇼하네,,,한국문화의 장점도 있고 언어라는게 얼마나 힘든지 그 시간에 업무효율에 더 신경 쓰는 게 좋지 영어 좀 한다고 글로발, 웃기는 양반이네, 어찌하다 영어가 좀 된다고 쇼 하지마소. 다 적용해 봤는데 별 이득 없다고 증명되었어요” “한국말도 못 알아먹는 게 천진데” “직원들 한국말이나 잘하라고 해.. 은행원 말 드럽게 못해 어버버업” “써글 꼭 영어를 써야 글로벌이냐”.

신한생명이 지난 1월 22일부터 사무환경 혁신 및 자율복장제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신한생명
신한생명이 지난 1월 22일부터 사무환경 혁신 및 자율복장제를 전면 도입했다. /사진=신한생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읊조리는 시구처럼 이름은 고유명사입니다. 해마다 15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출생신고 때 적어낸 이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죽어서도 불리는 이름 짓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앞서 ‘글로컬 행장님’ 기사에 달렸던 누리꾼 반응처럼 사람이 먼저인, 바뀌지 않는 기업문화를 찾습니다.

“이러다 사람 다 없어지고 기계만 있겠군. 로봇세상 될 날 얼마 안남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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