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니 허락”… 하나금융 임원들의 끝없는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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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니 허락”… 하나금융 임원들의 끝없는 ‘성희롱’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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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장경훈 ‘룸살롱’ 발언 이어 계열사 임원들도 성희롱·성차별적 발언
지주 부사장은 결혼 직원에 성희롱 발언, 은행 지점장은 여성고객 접대부 취급
“기사 작성 말아 달라” “언론에 알리지 마라”… 축소와 은폐 급급, 사태 되풀이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의 성희롱성 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의 성희롱성 발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올해 초 “룸살롱에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라는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하나카드 장경훈 사장이 결국 사퇴하는 일이 있었죠. 게다가 하나은행의 한 지점장은 여성 고객을 술자리에 불러내 접대부 취급을 하다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최근 하나금융그룹에서 또 임원들이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의 성희롱성 발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3년에도 하나금융지주의 한 임원이 성희롱성 발언을 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사건이 있었는데요. 하나금융그룹에서 임원을 뽑기 위해서는 ‘인성 검사’ 항목을 만들거나, ‘성교육’을 필히 이수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판입니다.

최근 한 언론에서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임원들이 회사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를 했는데요. 이번 사태는 이전과는 달리 2명의 임원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직원에게 모멸적인 성적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에게는 성희롱 발언이 일상이 된 듯한 모습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성희롱성 발언 당사자들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A 대표와 B 이사입니다.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다른 계열사 여성 간부와 입사 지원자를 놓고 성희롱성 발언과 성차별적 발언을 했는데요.

2019년 5월 31일, A 대표가 다른 계열사 여성 간부에 대해 “줏대가 없는 듯하다”고 하자 B 이사는 “예뻐서 그렇다. 예쁜 분들은 인생이 치열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A 대표도 “동감…대체로 확률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 6월 13일에는 해당 여성 간부가 사무실을 방문하고 싶다고 하자 B 이사는 “바빠 죽겠는데…예뻐서 오라고 허락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여성 입사 지원자를 두고도 성차별적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요. 지난해 8월 수시 채용 당시 한 여성 지원자가 입사를 거부하자 B 이사는 “여자 애들이 원래 그런가”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임원의 여성 차별적 발언은 일상적이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올해 초에 퇴사한 여성 직원은 “지난해 하반기 회의 중 A 대표가 ‘애 있는 여성 CEO가 경영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계열사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8명이 퇴사했는데, 일부 직원으로부터 임원의 막말과 독단적인 결정 때문에 그만뒀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런 성희롱성 발언과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B 이사는 “사실무근이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관련 보도 기사는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에서 ‘대기업 계열사’로 고쳐졌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의 성희롱성 발언의 역사는 깊은데요. 2013년 5월 초 하나금융지주의 C 부사장은 결혼한 여직원에게 “결혼하고 나서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라고 묻는 등 성희롱 수준의 발언을 했습니다.

해당 여직원의 남편이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사건이 확대됐고, 파장이 커지자 회사 측은 내부감사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C 부사장은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며 사표를 냈고, 회사 측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성희롱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C 부사장의 사표 처리로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한 소비자단체는 “하나금융지주가 성희롱 사건에 대해 확실한 반성이나 조치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 것은 비도덕적 행태의 회사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당시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담당 기자들에게 연락해 기사 작성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계열사 A 대표와 B 이사의 성희롱성 발언 관련 기사가 ‘하나금융그룹’에서 ‘대기업’으로 바뀐 것과도 비슷한 행태입니다.

또 올해 3월에는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이 지난해 2월 회의에서 한 성희롱성 발언 녹취가 뒤늦게 공개도 논란이 일었는데요. 장 사장이 한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예쁜 여자여도 내가 하루 오늘 즐겁게 놀 건 모르겠지만, 이 여자하고 평생 간다고 했을 때 너 그런 여자랑 평생 살겠냐, 안 살지. 무슨 이야기냐면 카드를 고르는 일이라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와이프를 고르는 일이거든.” “여자를 구할 때, 예를 들어 룸살롱에 가거나 어디 갈 때 목표는 딱 하나야. 예쁜 여자야. 예쁜 여자는 단가가 있어요. 오늘 갔을 때 옆에 앉으면 20만원 얼마, 시간당 얼마 이렇게 차지(요금)가 정확하잖아.”

이뿐 아니라 “저 미친 XX들이. 너희 죽여버릴거야” 등 직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 사장은 해당 발언에 대해 시인했습니다. 이어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지 열흘 뒤인 4월 6일 결국 사퇴했습니다.

또 4월에는 하나은행의 한 지점장이 대출 상담을 원하는 여성고객을 술자리에 불러내 ‘접대부 취급’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4월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자친구를 접대부로 이용하려고한 은행지점장’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되면서 알려졌는데요.

글에 따르면 여자친구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중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재단에 찾아갔으나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상심에 빠져 눈물을 흘리자 신용보증재단 담당자가 하나은행의 D 지점장을 소개해 주면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D 지점장은 다음 날 여성고객에게 오후 4시쯤 전화를 해서는 뜬금없이 한 횟집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해당 횟집에는 이미 다른 일행과 한바탕 술판이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D 지점장은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여성고객에게 “술을 못마셔?”라고 반말을 하면서 음주를 강요했습니다.

그러면서 같이 있던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요즘 80년생 90년생들은 아직은 어려서 처음 자리에는 긴장해서 다들 저렇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대리를 불러줄테니 술마셔라”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해당 사건은 D 지점장 부인에게까지 알려졌고, 이후 해당 지점 직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언론에 알리지 말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하나은행 측은 해당 지점장 A씨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나금융그룹 임원들의 일상이 된 듯한 성희롱성 발언, 그리고 사건을 축소 또는 감추려는 움직임, 이런 행태가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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