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로 물들이는’ 성대규 쏠림인사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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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로 물들이는’ 성대규 쏠림인사 [마포나루]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0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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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12 탕평인사? “오렌지가 다 먹는다” “신한 식구만 피본다” 반발기류
피인수기업 오렌지라이프 출신 CFO·CIO 요직 등용에 묻지마 해임 잇따라
부장급 인사도 오렌지라이프 출신 대거 기용 소문에 신한생명 내부 박탈감
성대규 통합법인 신한라이프 사장.
성대규 통합법인 신한라이프 사장.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법인 ‘신한라이프’가 오는 7월 1일 정식 출범을 앞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통합 후 재탄생하는 신한라이프는 총 70조원의 자산을 갖춘 업계 4위 생명보험사로 올라서는데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그런데 합병하는 과정에서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양사 임원에 대해 ‘묻지마 해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 내 반발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부장급 이하 직급도 감축을 예고한 상태여서 회사 내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통합법인의 핵심 요직을 오렌지라이프 출신들로 채웠다는 것입니다. 성 사장은 보험사의 투톱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자산운용그룹장(CIO)을 모두 오렌지라이프 출신으로 선임했습니다. 최고재무책임자는 오렌지라이프 출신인 박경원 전무를 선택했고, 통합 이후 업계 4위권의 대규모 자산을 굴릴 자산운용그룹장도 오렌지라이프 출신인 구도현 상무를 등용했습니다.

여기에 부사장과 전무 자리도 오렌지라이프 출신이 대거 차지했습니다. 부사장은 총 3명으로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임시대표, 곽희필 오렌지라이프 FC사업그룹장, 오동현 신한생명 FC사업그룹장이 임명됐습니다. 부사장 3명 중 2명이 오렌지라이프 출신인 것입니다. 이들은 각각 신한라이프에서 전략기획그룹장, FC1사업그룹장·FC2사업그룹장을 담당합니다.

전무 임명자 3명은 모두 오렌지라이프 출신입니다. 이성태 오렌지라이프 인사팀 전무, 오민 오렌지라이프 소비자보호팀 전무, 박경원 오렌지라이프 재무그룹장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각각 홍보팀·브랜드팀,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재무그룹을 맡게 됩니다.

앞서 신한생명 CFO로 잔뼈가 굵은 이재균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연말 인사에서 DB영업그룹으로 이동된 후 최근 6개월 만에 해임 통보를 받아 짐을 쌌습니다. 이기흥 DB마케팅그룹 총괄 부사장, 정운진 GIB그룹 총괄 부사장, 정지호 글로벌사업그룹 총괄 부사장보, 안효열 퇴직연금 사업그룹 총괄 부사장보, 남기호 정보보호 최고책임자 상무, 정석재 준법감시인 상무 등 60년대생 임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습니다. 반면 오렌지라이프 소속 70년대생 임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는 등 세대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접한 신한생명 임직원 사이에선 "오렌지가 다 먹는다", "신한생명 식구만 피본다" 등 불만섞인 촌평이 돌고 있습니다. 피인수회사인 오렌지라이프 구성원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성대규식 탕평인사'가 되레 인수회사인 신한생명 임직원에게 박탈감과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신한생명 내부에서는 부장급도 오렌지라이프 위주로 보직이 주어질 거라고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직슬림화 과정에서 인력 감축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적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통합을 염두에 두고 양사 임원을 대거 축소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한생명 임원은 12명 중 7명이 해임되고 5명 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오렌지라이프도 17명 가운데 3명이 해임됐습니다.

중복되는 역할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선제적으로 임원을 대폭 해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성 사장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출신 임원 사이 균형을 맞추고 퇴임 임원도 최소화하겠고 공언한 ‘탕평인사’를 지키기 위해 사전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살만한 대목입니다.

종합해 보면 성 사장의 '신한라이프 밑그림'이 서서히 퍼즐을 맞춰가는 분위기입니다. 통합 6개월 전부터 양사 임원을 순차적으로 정리한 것을 보면 지난 3일 발표된 신한라이프 임원인사는 성 사장이 미리 짜놓은 탕평인사에 맞춘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부장급 인사와 하위직 인원감축 내용을 보면 성대규 사장의 퍼즐이 확연히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후폭풍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아니면 진짜 태풍으로 몰아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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