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원천봉쇄’ 우리은행 라임펀드 자율조정안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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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원천봉쇄’ 우리은행 라임펀드 자율조정안 파문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4.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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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원·소송·신청 등을 취하해야 자율조정 절차에 참여 가능”
계약 취소 가능성 남아 있는 사건도 형사 고소·고발까지 취하하라고 요구
한누리 “분조위 결정에 반하는 부당함 시정되지 않을 시 법적 조치” 경고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에 대한 자율 배상 절차 과정에서 ‘소송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는 건도 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라임펀드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고객에게 즉각 배상금을 지급키로 했습니다. 관련된 라임펀드는 환매 연기된 톱2인 플루토, 테티스 등으로 2703억원 규모입니다. 분조위 결정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에 투자자별 가감요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산정해 다른 피해 고객들에게도 신속하게 지급한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자율조정을 알리는 고객 안내문에서 발견됐습니다. 9일 본지가 입수한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른 자율조정 관련 고객 안내문에 소송과 민원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은행이 고객에게 보낸 안내문 중 ‘소송, 민원 등의 제기가 금지됩니다’라는 조항이 있는데요. 해당 조항은 ‘고객님께서 우리은행 또는 우리은행 임직원 등에 대하여 제기한 금융감독원 민원, 형사 고소·고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민원, 소송, 신청 등을 취하해 주셔야 본 자율조정 절차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어 ‘또한 고객님은 본 자율조정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작성 및 제출하심으로써, 이후 우리은행 또는 우리은행 임직원 등에 대하여 금융감독원에 대한 민원, 형사 고소·고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일체의 민원, 소송, 신청 등을 제기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시는 것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또 ‘다만 예외적으로 자율조정 이후 사법당국, 금감원 분조위 등 공적 기관이 펀드 판매계약에 관한 무효 또는 취소를 결정하는 경우 고객님은 우리은행에게 추가적인 자율조정을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투자자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배상을 받게 되면 추후 재판에서 계약 취소 사유가 드러나도 민원,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법무법인 한누리
출처=법무법인 한누리

이는 금감원의 분쟁조정결정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것입니다. 금감원은 분조위 결정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검사·수사 등에서 계약취소 사유가 확인되면 손해확정 전이라도 계약취소를 위한 분쟁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공시된 분쟁조정결정서에도 3항에 “본 조정결정은 신청인이 피신청인에게 위 2항 기재 펀드의 수익증권 매매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에 따른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우리은행 안내에 의하면 고객이 자율조정에 응할 경우 매매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에 따른 청구권을 사법기관, 금감원을 통해 행사하는 것은 원천 봉쇄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은 공적기관이 무효, 취소를 결정한 경우에 한해 우리은행을 통해서만 추가적인 자율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계약 무효 또는 취소에 따른 고객의 청구권 행사를 보장한 분조위 결정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고객이 자율조정 절차에 참여하기 위해 앞서 제기한 민원, 형사 고소·고발, 민형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민원, 소송, 신청 등을 취하해야 한다”면서 “우리은행이 최종적인 합의를 하기에 앞서 고객에게 소송, 민원 취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중에는 계약의 취소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 형사 고소·고발까지 취하하라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금감원도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는 라임 펀드에 대해서는 분쟁조정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계약취소 등으로 재조정 가능성을 조정 결정문에 명시했습니다.

금감원은 조정결정문에서 “일부 판매사 임직원의 사기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고, 강제조사권이 없는 조정절차에서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고려할 때, 본 위원회가 현시점에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것입니다.

한누리는 “우리은행에 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우리은행 및 관련 임직원에 대한 형사 사건 진행 경과에 따라 계약취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뿐만 아니라 형사 고소·고발까지 취하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당함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우리은행은 물론 그 판매직원까지 대상을 확대해 민형사상 필요한 법적 조치를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KB증권도 자율조정 과정에서 소송 차단 문구를 넣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KB증권이 투자자에게 제공한 동의서에는 “본 동의서에 따라 지급되는 금원 이외의 어떠한 금액도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요. 논란이 일자 KB증권은 해당 조항을 수정하고, ’해당 조정이 계약 취소에 따른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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