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풀려나는 총수… 삼성 투자 보따리 얼마나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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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풀려나는 총수… 삼성 투자 보따리 얼마나 풀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8.1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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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부재로 멈춰선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신속 결정 전망
AI·5G·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 대상 대규모 M&A도 관측
취업 제한에 불법승계 의혹·프로포폴 투약 사건 재판은 걸림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국내 경제에 어떤 활력을 넣을지 주목된다./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국내 경제에 어떤 활력을 넣을지 주목된다./사진=삼성전자

‘46조원 규모의 SK하이닉스 투자 계획 발표 후 반도체 공장인 M14 공장, M15 공장, M16 공장 차례로 구축하며 생산유발 183조6000억원, 고용창출 효과 67만2000명.’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면서 풀어 놓은 보따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오는 13일 풀려나면서 삼성의 투자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향후 이 부회장이 어떤 보따리를 풀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각종 혐의로 수감됐다가 사면 등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총수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선례가 있는데요.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으로 삼성의 주요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한 것도 이같은 이유입니다.

앞서 언급한 최태원 회장 외에도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 뒤 11조원을 투자에 4500명을 채용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2016년 특별 사면된 후 2017년에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재용 회장의 가석방에도 투자에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는데요. 가장 우선시되는 분야는 ‘반도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총수의 장기 부재로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 선정에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받아왔습니다.

총수의 부재로 삼성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주도권 잡기에 한 발 앞서고 있는 상태입니다.

파운드리 분야 시장 점유율 50%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의 TSMC는 지난 4월 앞으로 3년간 1000억 달러(114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공장 6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인텔은 세계 3위권인 글로벌파운드리(GF)를 300억 달러(34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성공하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인텔이 단숨에 3위로 치고 올라옵니다. 삼성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 후 가장 먼저 실행할 투자 분야로 파운드리를 꼽고 있습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미국 파운드리 2공장에 대한 부지선정에 이은 투자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도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M&A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인공지능(AI)·5G·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하면 이 또한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여기데 배터리 분야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중 미국 현지에 합작사를 차리지 못한 회사는 삼성SDI뿐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삼성SDI가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미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주목되는 분야입니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 조건으로 풀려나는 것이기 때문에 온전한 경영활동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은 걸림돌입니다.

가석방은 말 그대로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취업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 경영일선 복귀는 안됩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려면 법무부 장관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별도의 승인을 해줘야 합니다. 재계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청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더해 다른 제약이 있는데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재판도 진행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사면이 되더라도 온전한 경영활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가석방이란 특별 대우를 받은 만큼 어떤 방향으로도 화답(?)을 할 것이란 전망은 우세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조치는(가석방)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 및 재도약에 대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경제자총협회도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으로 총수 공백이라는 경영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세계 1위 반도체 강국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다지고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기여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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